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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국회에 웬 '라면 의원연맹'? 신기하고 기발한 의원연맹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2.05.09 18:45:28

'라면 의원연맹' 설립총회에서 발언하는 이시바 회장. ⓒ 아사히신문 디지털 캡처


[프라임경제] 지지통신은 지난달 28일 "자민당 유지들이 이시바 시게루(65) 전 간사장을 '라면 문화진흥 의원연맹' 회장으로 추대했다"라는 창립총회 소식을 보도했다. 

이날 총회에는 현직 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대신을 지낸 중진급 의원 등 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또 "지역마다 면과 재료가 다른 라면이 세계에 더 많이 알려져 지역 활성화에 연결되면 좋겠다"라는 이시바 회장의 인사말을 소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상에서 "많은 국민이 의아해 할 라면 의원연맹이라니, 대체 무슨 생각인가?" "또 새로운 이권 모델 창출인가?" 등 비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고 같은 날 아사히 신문계열 주간 AERA가 꼬집었다. 

소학관 디지털 대사전은 일본 의원연맹(이하 의연)에 대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당·파벌·참의원·중의원 틀에 얽매이지 않고 활동하는 의원집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의연은 형식상 '~의연' 외에도 '~간담회'나 '~연구회' 등으로 불리며, 정책 과제실현·관련 업계와 연대 강화·취미 공유 등 목적으로 설립되는 의원단체다. 2명 이상이면 신고절차 없이 만들 수 있어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대략 8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야마 미키타카(58) 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교수는 이런 의연과 관련해 "목적이 진지한 것부터 실체가 모호한 것까지 폭넓게 존재한다"라며 "확실한 의연은 의원간 특정 관심사를 공유하고, 그 해결을 위해 활동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정 업계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의연에는 업계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 위해 가입하는 의원도 있다"라며 "회장과 부회장 두 명만으로 만들어진 의연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의연은 대부분 월 300~500엔 정도의 의원 회비로 운영되며, 가장 저렴한 곳은 100엔이다. 

의원이 의연 가입에 있어 특별한 제한이 없는 만큼 의원 1명이 수십 또는 수백 곳에 적을 두는 일도 일어난다. 실제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낙선, 현재 모든 의연에서 탈퇴한 사토 아키라(71, 중의원 5선)의 경우 현역시절 535개 의연에 가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토는 세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의연에 가입한 이유에 대해 "의연은 정책 지식을 쌓기 위해 꼭 필요하다"라며 "한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유사한 의연이 있으면 모두 가입하며, 수많은 외국 공관과의 우호 구축을 위해서도 필요했다"라고 전했다. 

물론 이와는 별개로 그가 가입한 의연 중에는 △멋 내기 향상 △치어리딩 추진 등 이색 단체도 있다. 

사토는 이와 관련해 "전자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모두가 멋을 더 부림으로 섬유류 소비를 진작시키자는 의도였다"라며 "후자의 경우 리듬감과 팀워크를 배양할 수 있는 단체 스포츠인 치어리딩을 지원하고자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모든 의연이 일회성 가십 재료로 취급될 만큼 가벼운 존재는 아니다. 

기시다 후미오 당시 정조회장이 지난해 6월 만든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드는 의연'은 아베와 아소 전 총리를 최고고문으로 영입하고 총재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또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는 △2018년 라쿠고 의연(만담을 즐기고 배우는 의원모임) △2019년 비단잉어 의연(비단잉어 문화산업진흥 의원연맹) 발기인으로 참가해 언론 주목을 받으며 꾸준히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비단잉어 의연의 경우 해외에서 인기 있는 비단잉어를 '나라 물고기'로 육성해 수출확대를 꾀한다는 목적이다. 

이번에 설립된 라면 의연처럼 식(食)을 테마로 하는 단체만 해도 △두부 의연(일본 두부 문화를 지키는 의원연맹) △곤약 의연(곤약 대책 의원간담회) △쓰케모노 의연(일본식 김치 진흥 의원연맹) △일식 의연(일본 식문화 보급추진 의원연맹) △과실수 의연(과실수 작물진흥 의원연맹) △가다랑어·참치 의연(가다랑어·참치 어업추진의원연맹)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현재 현지에서는 이시바 전 정조회장이 이끄는 라면 의연이 '지방 활성화'라는 거대 담론을 어떻게 이끌 수 있을지 크게 관심을 받고 있다.  

마스야마 교수는 "의연 소속 의원이나 숫자가 아닌, 어떤 의원이 어떻게 활동을 하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라며 "라멘 의연이 단순 취미 클럽 수준에 머물지, 아니면 설립목적에 근접할진 전적으로 의원하기에 달렸다"라고 향후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이는 라면 의연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위한 조직일 수도 있다는 의혹이 내포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한편, 한국에도 일본 의원연맹과 유사한 의원연구단체가 국회에 존재한다. 

한국 의원연구단체는 구성기준을 2개 이상 교섭단체(비교섭단체 포함)에 소속의원 10인 이상, 의원당 3개 연구단체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어 활동 분야와 숫자 측면에서 일본과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실제 현재 국회에 등록된 의원연구단체는 63개로, 주로 '~포럼'이나 '~연구회'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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