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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산업은행 '부산행' 지역균형발전 토대 될까?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05.11 17:25:50
[프라임경제] 새 정부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에 산업은행 이전을 포함한 데 이어 지난 9일 2028년까지 이전을 완료하겠다고 목표 기간도 확정 지었다. 여기에 방패 역할을 해주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마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내부적으로 이전을 반대하던 이들의 패색이 한층 더 짙어진 모양새다.

산업은행 부산행은 새 정부의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해당 지역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의문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 목소리를 대변하는 노조뿐 아니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새 정부와 같은 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 시장도 반대를 표명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금융권 안팎에서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음에도 인수위 측은 문답무용이라는 듯 산업은행 이전 추진에 쐐기를 박은 것. 지역균형발전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과도하게 몰려있는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시켜 균형 발전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역대 정부들도 대부분 외쳐오던 사안이다. 하지만 매번 지방으로 이전시키려는 대상이 금융공공기관이라는 게 문제로 꼽힌다. 

먼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찬성하고 있는 이들은 "주요 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 산업적 파급 효과를 발생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은행을 부산에 이전시켜 제 2의 금융도시로 만들고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핵심 산업인 철강·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에 금융지원을 쏟아 혁신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업은 특성상 단순히 기관 한두 개가 이동한다고 그 지방이 금융허브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특히 부산 이전을 찬성한 이들이 주장한대로 산업 자체를 재도약시키기 위해선 여러 금융기관이 모여 차관단을 구성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융자 규모도 키워야 한다. 

다시 말해 신디케이션이 필수적인데, 금융공공기관만으로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전무하다는 것이 문제다. 금융공공기관이 내려가면 민간 금융회사들도 마땅히 따라올 것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은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지 의문스럽다.

앞선 취재로 만났던 조윤승 산업은행지부 위원장도 "현대 금융의 가장 중요한 경향이 신디케이션"이라며 "인수위 측은 망하면 보장해주겠다는데 어떻게 보장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는 "산업은행 이전은 국가적으로 어떤 이익이 되고 어떤 리스크가 생기는지 면밀하게 분석해보고 추진해야 한다"며 "토론회를 열고 산업은행 이전이 옳은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금융공공기관 이전이 지방균형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은 이미 과거 사례로 입증된 바 있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로 이전한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이 그 예다. 두 기관의 실제 중요 업무들은 여전히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본사가 부산이라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일반인들이 대부분이다. 한국거래소만 살펴보더라도 유가증권시장본부·코스닥시장본부가 여의도에 있으며 주요 임직원들이 참석한 신규 기업 상장식 또한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산재해 있음에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지난 9일 부산을 방문해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해당 정책과제는 △산업은행 이전 △동남권 차량용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 △블록체인 특화 클러스터 조성 △부울경 광역교통망 확충 △동남권 수소항만 구축 및 해양수소 산업 육성 등이 포함됐다.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 시키려는 이유가 산업금융 때문이라는 게 좀 더 명확해 보인다. 이전을 찬성하는 이들의 기대와 달리 산업은행은 현재 산업금융을 넘어 팬데믹 피해기업 지원, 혁신기업 발굴 등 국내 정책금융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면 정책금융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세간의 오해 중 하나가 산업은행은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국가 예산으로 운영 중일 것이란 착각인데, 이들은 시장에서 직접 벌어들인 수익으로 금융지원을 시행하고 있는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이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낮은 금리로 정책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내기에도 불리한 입장이다. 이들이 이런 핸디캡을 가지고도 정책금융을 할 수 있던 배경은 자본시장에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만 유가증권, 외환거래 등에서 28조6871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들은 이같은 수익을 바탕으로 코로나 확산 이후인 2020년 2월7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37조7653억원의 금융지원을 실시했다. 산업은행 한 노조 관계자는 "증권회사 몰려 있는 여의도를 벗어나면 이러한 수익마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새 정부의 추진력과 공약을 지키려는 노력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곳곳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채 이전을 강행하는 모습에 긍정적인 효과마저 감소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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