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가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분야에서 국내에 총 21조원을 투자한다.
동시에 올해 35만대로 예상되는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 144만대까지 대폭 확대한다. 144만대는 2030년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의 45%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들은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을 323만대로 계획하고 있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미래 자동차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허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또 국내 전기차 생산-연구개발-인프라-연관산업 등의 선순환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 능력부터 선행기술·인프라까지…전기차 생태계 고도화
현대차·기아가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투자하는 21조원은 전기차 생산능력 확충과 전용 전기차 라인업 다양화 및 부품·선행기술 개발, 인프라 조성, 전기차 관련 다각도의 신사업을 모색하는 전략제휴 등에 활용된다.
우선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PBV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점진적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증설 등을 추진한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생산 혁신과 최적화 차원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제조 혁신기술 인큐베이터인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의 유연 생산 시스템, 맞춤형 물류 시스템, 디지털 제조 시스템 등을 국내 공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또 현대차·기아는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협력사와 함께 국내 기술 개발을 활성화한다. 이를 통해 전용 플랫폼 제품 라인업 다양화, 전기차 성능의 핵심인 배터리와 모터 등 PE(Power Electric) 시스템 고도화, 1회 충전 주행거리(AER, All Electric Range) 증대 기술 개발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상품성을 강화한다.
특히 전기차의 원천적인 성능 향상을 위해 차세대 플랫폼 확보에 속도를 낸다. 2025년 도입하는 승용 전기차 전용 eM 플랫폼,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 체계 하에서 차급별 다양한 전용 플랫폼들을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IMA를 적용한 플랫폼은 배터리·모터를 표준화해 제품 개발 속도와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전기차 보급의 핵심 기반인 전기차 충전 솔루션, 고객서비스 등 인프라 부문도 투자 항목이다. 전기차 고객의 충전편의 극대화와 충전 네트워크의 지속 확장을 위해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3월 출범한 전기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 ⓒ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관련 광범위한 전략제휴도 모색한다. 배터리·충전·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하는 UBESS(Used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등의 영역에서 국내외 파트너들과 함께 신사업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태생기를 넘어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며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국내 투자와 연구개발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물결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가속화 등 자동차 산업 변혁기를 맞아 국내 부품 협력사의 효과적인 사업 전환을 돕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내연기관 부품사의 신규 품목 육성, 신사업 입찰 기회 지원, 사업 전환 세미나 및 기술 컨설팅, 전동화 부품 전시회 등을 통해 미래차 분야에서의 매출 확대와 사업 다각화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PBV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목표는 글로벌 1위
이런 가운데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 신설될 국내 최초 신개념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차량) 전기차 전용 공장은 'EV 트랜스포메이션(EV Transformation)'을 상징하는 대표적 미래 자동차 혁신 거점이다.
PBV 전기차 전용 공장은 약 2만평 부지에 수천억 원 규모를 투입해 2023년 상반기 착공,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산 시점에 연간 10만대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향후 시장상황에 맞춰 최대 15만대까지 확장한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6 생산 라인. ⓒ 현대자동차그룹
송호성 기아 사장은 PBV 전기차 전용 공장에 대해 "글로벌 PBV 시장 1위 브랜드에 도전하는 기아 'Plan S'의 하나의 큰 축이다"라며 "기아는 단기적으로는 파생 PBV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용 PBV와 자율주행기술을 앞세워 전 세계에 PBV 공급 물량을 점차적으로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PBV 전기차 전용 공장은 미래 혁신 제조기술을 대거 적용하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공장으로 구축된다. 디지털 제조 시스템 등 현대차·기아의 스마트팩토리 브랜드 이포레스트(E-FOREST) 기술로 효율화와 지능화도 추구한다.
전기차 기반의 PBV는 다양한 형태와 기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친환경 다목적 모빌리티다. 자율주행기술과 결합하면 로보택시, 무인화물 운송, 움직이는 비즈니스 공간 등 인류의 삶을 한 차원 더 풍요롭게 만드는 미래 이동수단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2025년에 선을 보일 전용 PBV 라인업의 최초 모델 SW(프로젝트명)는 중형급 사이즈(Mid-Size)로 개발된다.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PBV 전기차 전용 eS 플랫폼 기반으로 다양한 종류의 차체를 유연하게 결합할 수 있고, 성인 키 높이에 이르는 넓은 실내공간에 뛰어난 적재성까지 갖춰 △딜리버리(Delivery) △차량호출(Car Hailing) △기업 간 거래(B2B) 등 각종 비즈니스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기아 PBV 라인업 콘셉트카. ⓒ 현대자동차그룹
또 차량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무선 업데이트(OTA, Over The Air) 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고, 차체 기준 60만㎞의 내구 테스트까지 충족하는 등 사업자들의 차량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 절감을 도울 수 있는 성능과 경제성도 겸비한다.
기아는 SW 론칭 이후에 음식·생활용품 배송에 최적화된 무인 자율주행 소형 사이즈(Micro-Size) PBV는 물론 △일반 물류 △신선식품 배송 △다인승 셔틀 △이동식 오피스·스토어로 활용이 가능한 대형 사이즈(Large-Size) PBV까지 제품 라인업을 늘려갈 방침이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18일 기아 오토랜드 화성을 방문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중장기 투자 및 PBV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 계획을 공유한 후 미래 모빌리티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또 장 차관은 이날 EV6 생산 라인도 둘러봤다.
장영진 1차관은 "불확실성이 큰 대내외 여건 속에서 현대차·기아가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자동차산업이 인포테인먼트, 로보택시와 같은 서비스와 융합하면서 모빌리티 혁명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기업의 혁신 노력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말했다.
◆2030년 323만대 판매…글로벌 점유율 12% 목표
한편, 현대차그룹은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업체들이 내연기관차 시대를 주도했던 과거와는 달리 전기차 시대에는 경쟁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자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사진 오른쪽 첫 번째)이 기아 오토랜드 화성을 찾아 EV6 생산 라인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5만2719대를 판매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톱5권에 진입했다. 올해 1분기 판매는 7만6801대로 지난해 동기 4만4460대 대비 73% 증가했다. 국내에서 2만2768대가 판매돼 155%, 해외에서 5만4033대가 판매돼 52% 각각 신장했다.
나아가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럽 14개국에서 현대차는 1분기 판매순위 3위를 차지했고, 전용 전기차의 해외판매가 본격화되는 올해에는 이런 증가세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12% 수준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포함 2030년까지 18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올해 아이오닉 6를 필두로 2024년에는 아이오닉 7이 출시된다. 기아는 13종의 전기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올해 EV6 고성능 버전 EV6 GT에 이어 내년에는 EV9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