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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탈시설 반대" 발달장애인 돌봄 최후의 보루 '둘다섯해누리' 가보니…

유럽 복지시스템 도입, 장애인 인권 향상 구슬땀…이기수 신부 "탈시설 로드맵 근거자료 왜곡"

박성현 기자 | psh@newprime.co.kr | 2022.05.20 15:17:43
[프라임경제] 최근 중증장애인 탈시설 정책이 뜨거운 감자로 주목 받는 가운데 '시설 자체가 인권 침해'라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지만, 한편으론 유럽 등 복지 선진국에 직접 가서 겪은 경험과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등 장애인 인권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시설도 많다. 지난 19일 천주교 수원교구 사회복지법인 '둘다섯해누리'에 방문했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벨미길 87-31에 위치한 둘다섯해누리는 서울에서 차량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서울에서 출발해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평택시흥고속도로 △송산마도IC 등을 거쳐 약 67km 이동해 이곳 시설에 도착했다.  

해당 법인은 △보스코 직업적응훈련센터 △별빛누리 그룹홈 △해누리를 운영하고 있고, 2008년 화성시로부터 장애인 거주시설 신고증을 발급받아 설립됐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입소자는 총 80명이며, 시설은 △관리동 △생활동 △체육관 △생활별동(그룹홈) △외부프로그램실(직업적응훈련센터) 등 5곳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별빛누리 그룹홈은 입소자 4명이 모여 생활할 수 있도록 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 둘다섯해누리

생활별동에 있는 별빛누리 그룹홈은 유럽의 단체주택(스웨덴 방식)을 모티브로 삼아 입소자 4명이 모여 주방과 거실, 그리고 각 개인 방을 가지고 지내도록 했다. 1층과 2층에 각각 4개의 그룹홈(총 16명)이 있고, 2층엔 공동 테라스가 있는데 입소자들이 모여 파티 등의 친목 활동을 할 수 있다. 입소자가 하고픈 활동을 알려주거나 동의 여부를 전하는 방식을 통해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각각 그룹홈마다 사회복지사 1명이 지원되며 올해부턴 보조 생활지도원 체제가 도입되지만, 정부가 주 37.5시간에 연 3080만원으로 제한을 둬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라는게 금형민 둘다섯해누리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지난 2009년 당시에도 건물 4곳 중 1곳만 정부지원을 받았고, 나머지는 용인 수지구 내 성당들로부터 후원금을 지원받아 지어졌다.

금형민 사무국장에 따르면, 이곳은 기업이나 개인이 지속적으로 후원해 주고 있다. 오는 6월부터 후원 받은 치과유닛을 이용해 입소자들이 스케일링이나 간단한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시설 안에 있는 수영장엔 지붕을 씌워 사계절 내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두열TV 유튜브를 통해 홍보도 신경 쓰고 있다.

승마장이 있던 자리에 입소자들이 직업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 박성현 기자

장애인 재활승마장을 용도 변경해 만든 보스코 직업적응훈련센터는 미로 등 놀이터를 배치했다. 직업적응훈련센터 안쪽엔 자원봉사자와 입소자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부터 목공, 요리, 운동 등의 활동이 가능토록 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처럼 장애인들도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실내승마장으로 쓰던 공간을 증축, 리모델링한 것이다. 

또한, 직업적응훈련센터 안에 있는 가계들은 입소자들이 선행활동 등을 통해 받은 쿠폰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등 경제활동에 참여, 경제 지식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생활 지도원(사회복지사)과 입소자들이 같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 박성현 기자

그 외에도 실내 영화관, 체육관 등을 구비해 입소자들이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실내 영화관인 경우 코로나19로 외부인 출입을 금지했다가 5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외부인들도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다.

강의실 구석에 유럽 내 중증시설, 캠프힐(공동체마을), 거주시설, 그룹홈 형태, 직업활동이라고 적힌 게시물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금 사무국장은 "지역 내 국회의원에게 설명하기 위해 부착한 것들"이라며 "(코로나19 이전까지) 직원들이 해외 연수를 간 후에 보고서로 작성, 해당 시설의 장단점을 분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누리에선 본인들이 원하는 메뉴를 적어 놓으면 식사시간에 제공할 수 있게 해놨고, 메뉴판 내 노란색이 신청받은 것들이다. = 박성현 기자

특히 탈시설 로드맵 관련, 찬성 측이 주장한 내용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둘다섯해누리 기관장인 이기수 신부는 "다행히 정부에서 우리 시설 인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지시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큰 규모의 시설에서 이 같은 소식을 들어 우리에게도 미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을 제외한 선진국에서 여전히 장애인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탈시설 욕구 조사에 따르면, 총 2만4000명(80% 발달장애, 20% 기타 장애)을 조사했지만, 1만8000명이 응답불가능이고, 응답 가능한 6000명(25%) 중 2000명(8.3%)이 시설에서 나가고 싶다고 말한 것을 가지고 33%가 나가고 싶다는 등 왜곡된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기수 신부가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 거주시설 전수조사 결과 내용을 도표로 제시하면서 찬성 측이 통계오류를 냈다고 주장했다. ⓒ 둘다섯해누리

그러면서 이 신부는 "유엔인권이사회에 관련 내용으로 질의서를 제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금 사무국장은 "우리 시설은 신규 인원 모집 대기자 명단을 2013년부터 작성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전엔 100여명의 대기자가 있던 것을 감안하면 약 200여명 정도의 대기자가 있다"며 "그때 이후로 단 한 번도 대기자가 줄어들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시설에 입주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기자들은 줄지어 시설 입주를 원하고 있지만, 이들은 시설 서비스를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신규 시설을 만들 수 없도록 정부가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은 오갈 데가 마땅찮다. 시설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무한책임, 가정과 정부가 어떻게 나눠져야 할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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