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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상담사 노동가치, 제대로 산정되고 있을까

전체 노동자 월평균 임금 중위값 대비 84%…"상담사 처우 개선 · 체계적 임금 평가 필요"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2.05.26 12:10:10
[프라임경제] #근속수당이 없다. 호봉도 2년까지 올라가서 연봉 조금 올라가고 그게 마지막이다. 그 이후부터는 변동이 없다. 나랑 같이 부서에 14년 근무한 직원이 2명 있는데 나와 동일하다.

#최저시급이다. 그런데 1층 카페에 일주일에 한 두세시간 교육 받고 바로 투입되면 시급이 최저시급, 혹은 그 이상이다. 상담사는 업무에 투입되면 18개월까지 시급이 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양을 힘들게 공부해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시급이 안 오르고 최저시급 밖에 못 받으면 누가 이 일을 하고 싶겠나. <국가인권위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인용>

콜센터 상담사가 과도한 저가 경쟁 입찰 및 도급 계약을 위한 협력업체 간 실적경쟁 탓에 높은 노동강도와 저임금, 내부경쟁에 시달리고 안정적 임금체계 · 복리후생 대상에서는 배제되고 있다. 위 사진은 본문과 무관. ⓒ 연합뉴스


비숙련·경력단절 여성들의 직업으로 인식되는 콜센터 상담사가 과도한 저가 경쟁 입찰 및 도급 계약을 위한 협력업체 간 실적경쟁 탓에 높은 노동강도와 저임금, 내부경쟁에 시달리고 안정적 임금체계와 복리후생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비대면으로 고객의 문제를 신속·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하는 콜센터 상담사는 기업에 기여하는 가치가 대면으로 근무하는 직원에 비해 작지 않지만 처우는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부분은 외부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고, 이를 제공하는 전문업체(아웃소싱)도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아웃소싱 시장이 저가 노동력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구조에 있다.

사업 수주 과정에서 '보다 싸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추구하다 보니 아웃소싱 소속 근로자들의 처우 수준은 수행하는 일의 가치에 비해 저평가 되어 있고, 상담사들의 임금은 동결로 이어진다. 아웃소싱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원청과, 어떤 식으로든 수주하기 위해 저가 입찰을 마다하지 않는 아웃소싱 기업들이 자초한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콜센터 종사 상담노동자들을 대상으로 2021년 8월부터 10월까지 실시한 2021년 인권상황 실태조사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표집 절차를 거쳐 수거된 유효한 설문지 1996부 가운데 월 평균 임금의 중위값은 210만원으로 2008년과 2020년 사이 같은 기간 전체 노동자 월평균 임금의 중위값 대비 85.9%에서 84%로 하락했다.

해당 수치는 콜센터 상담 업무의 전문성 향상과 상담사 숙련수준 상승을 고려했을 때 상담사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이 크게 후퇴한 결과다.

복리후생 항목들 가운데 적용되는 항목 숫자는 상담사 전체 평균 2.92개로 나타났다. 직영이 3.7개, 간접고용이 2.7개로, 원청과 하청, 업계 관계자 측이 적정 임금 및 원활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업무 생태계 조성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제17대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회장에 선임된 김현겸 한국클라우드 대표는 "요즘은 기업들이 일반 직원이라도 회사에 기여도가 많다면 임원보다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시대"라며 "상담사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그들이 회사에 기여하는 가치만큼 적정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협회가 컨택센터 산업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콜센터가 고객과 기업이 연결되는 구심점이자 핵심적인 부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상담사 저임금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콜센터 노동에 대한 △직무 가치 △난이도 △숙련수준 △노동강도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요지다.

이를 위해 노사 공동으로 체계적인 직무 조사를 수행, 상담사 경력과 근속·숙련도를 반영한 적정한 임금 수준 상향 조정과 중위 임금 수준을 해당 업종 중위 임금 수준으로 맞추는 등의 임금체계 수립 또한 필연적이다.

상담사 업무의 인식 제고 및 직영 채용 전환과정의 잡음 해결 필요성도 거론된다. 이전까지 바람직한 자회사 운영 방안으로 권고된 노사공동협의회는 간접고용 상담노동자들의 이해 대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2020년 3월 정부가 시행한 자체 평가에서도 모·자회사 노사 공동협의회가 대부분 운영하고 있지 않으며 일부 기관에서는 근로자 대표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담사 처우 개선 및 체계적인 임금 평가로 다양한 현안들을 논의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밖에 법 개정 없이도 공공부문부터 모 기관, 자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노사협의회는 정부의 적극적 추진으로 노사협의회가 민간부문 콜센터들로 확산할 수 있도록 계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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