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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품발품] 1기 신도시 평촌·산본 도시정비, 관건은 애매한 용적률

빠른 추진 가능한 리모델링 VS 정부 기조 바탕 재건축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2.06.02 14:20:24

현재 평촌·산본 신도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도시정비사업이 한창 추진 중이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1992년 완성된 계획도시인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에 변화의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일대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반시설 부족 △건축물 안전 △도시 경쟁력 약화 등 여러 난관에 직면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중 평촌·산본 신도시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발 빠르게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평촌·산본 신도시가 들썩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현재 '공동주택 리모델링 연합회'가 출범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상황과 지역 특성을 고려할 때 리모델링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일부에서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으로의 선회를 요구하는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리모델링보단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재건축을 통해 극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1기 신도시' 평촌·산본 일대를 방문해 분위기를 살펴봤다. 

◆분당 버금가는 높은 시세…우수한 강남 접근성과 교육 환경

평촌 신도시는 지리상 안양시에 속해 있지만 '1기 신도시' 가운데 분당 다음으로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어 오히려 안양 도심보다 더욱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지역이다. 

이런 배경에는 우수한 교통 인프라가 높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우선 서울 지하철 4호선(범계역·평촌역)이 평촌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고, 버스 노선을 통한 서울 도심으로의 이동도 용이하다. 자차 이용시 △평촌IC △제2경인고속도로 △석수IC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판교나 강남 접근성이 양호하다. 여기에 △월곶판교선(2025년 개통) △GTX-C(인덕원역) △인덕원~동탄 복선 전철 등 교통 호재도 예정된 만큼 교통 인프라는 더욱 확충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전국 10대 상권' 범계역 로데오거리를 포함해 각종 생활인프라도 풍부해 양호한 생활환경을 자랑한다.

여기에 우수한 교육 환경도 현재 입지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강남 대치동이나 양천구 목동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 '도내 최대 학원가' 평촌 학원가가 자리 잡고 있으며, 귀인초를 비롯해 △평촌초 △귀인중 △범계중 △대안여중 등 유명 학교 배정도 가능하다. 

평촌 신도시에 위치한 귀인중햑교는 경기도에서도 알아주는 명문 학교로 꼽힌다. ⓒ 프라임경제


서울 지하철 범계역(4호선) 3번 출구를 나와 아래로 걷다 보면 평촌 신도시 일대를 직접 마주할 수 있다. 계획도시로 조성된 만큼 쾌적한 거리를 확보한 동시에 갖춰진 인프라는 실거주 환경에 더할 나위 없는 모습이었다. 다만 높은 가치에 걸맞지 않은 노후화된 단지는 왠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졌다. 

"평촌을 포함한 1기 신도시는 1989년부터 계획적으로 지어진 도시로, 개발 후 30년을 맞이하면서 △기반시설 부족 △건축물 안전 △도시 경쟁력 약화 등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낙후된 주거 환경은 의외로 심각한 수준이다. 평촌만의 우수한 인프라와 각종 호재가 힘을 얻기 위해선 이에 따른 리모델링 등 재정비 사업도 동반돼야 한다." - 목련2단지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A씨(47, 여)

현재 평촌 신도시는 입지에 걸맞지 않은 낙후된 주거 환경 탓에 재정비 사업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상황이다. 다만 1기 신도시에서도 높은 용적률을 갖고 있어 사업성을 감안해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 사업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 '평촌 공동주택 리모델링 연합회'를 필두로 △목련2단지 △목련3단지 △공작 부영 △샘마을 우방 등 27개 단지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회는 평촌 일대 리모델링 단지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목련2단지 한 입주민은 "이곳은 지하주차장 부족으로 인한 극심한 주차난을 겪고 있으며, 녹슨 배관으로 인한 녹물과 엘리베이터 등 안전 문제도 심각한 상태"라며 "리모델링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향후 평촌 가치는 수직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평촌과 인접한 산본 신도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 인프라가 오밀조밀 조성된 그야말로 '슬세권'이다. 

서울 지하철 산본역(4호선)과 인근 금정역(1·4호선)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광역버스도 정차한다. 특히 GTX-C 호재(금정역)로 이런 교통 인프라는 더욱 개선될 예정이며, 인근에 다수 산업단지로 인한 뛰어난 직주근접성도 자랑한다. 

이외에도 △산본 로데오거리 △이마트 △CGV △패션몰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질 높은 주거생활을 만끽할 수 있으며, 둔전초를 비롯해 △화산초 △도장중 △금정중 △군포고 등 교육 환경도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산본 역시 세월의 흐름에 따른 노후화를 피하진 못했다. 이로 인해 일부 단지에서는 주거 개선을 위한 평촌과 마찬가지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본 우륵주공7단지 일대. ⓒ 프라임경제


현재 '산본 공동주택 리모델링 연합회(이하 산본 연합회)' 출범 이후 18개 단지가 재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가장 빠른 사업 속도를 보이는 우륵주공7단지와 율곡주공3단지는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개나리주공13단지도 조속히 안전진단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본 연합회 관계자는 "산본은 입지적 장점에도 불구, 헤아릴 수 없는 주거 문제를 안고 있다"라며 "산본 발전을 이끌면서 지역 및 주민 자산 가치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매한 용적률, 재건축 추진 글쎄?

다만 일부 단지 내에서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제정' 발표로 재건축사업으로의 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국토교통부 '1기 신도시 재정비 민관합동 전담조직(TF)' 구성으로 이런 목소리는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직접 재건축 규제 완화로 △용적률 최대 500% △안전진단 기준 완화 △각종 인센티브 등을 약속했다. 특히 역점적 공약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현실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리모델링만 고집해선 안 된다." - 목련3단지 입주민 B씨(36세, 남) 

하지만 그동안 평촌·산본 신도시가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추진한 이유는 높은 용적률과 재건축 사업에 따른 만만치 않은 분담금 때문이다. 

특히 평균 용적률에 있어 평촌(204%)과 산본(205%)은 다른 1기 신도시인 중동(226%)보단 낮지만, 분당(184%)이나 일산(169%)보다도 높은 편이다. 이는 주거 지역 법정 상한선(300%)에 미치지 않지만, 지자체 '지구단위계획'에 의거 현행법상 추가 용적률이 사실상 없는 상태. 

평촌 목련3단지 일대. ⓒ 프라임경제


"재건축 사업은 분양 가능한 주택 수가 많이 늘어나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데 용적률이 200%를 상회하는 평촌·산본 신도시는 사실상 사업성이 떨어진다. 다만 용적률이 낮은 산본 한라주공4단지(115%)나 가야주공5단지(129%)의 경우 재건축으로의 선회를 추진해 볼 만하다." - 우륵주공7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C씨(46세, 남) 

현재 평촌·산본 신도시는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재정비 방식을 두고, 기존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업간 치열한 공방전이 형성되고 있다. 과연 입주민간 적절한 합의를 통해 어떤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이를 통해 명품 도시로의 재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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