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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내야"…네트워크 전문가 '한목소리'

로슬린 레이튼·조대근 박사 특별대담 "넷플릭스, 망 중립성 원칙 남용…소비자에 부담 전가"

이인애 기자 | 92inae@newsprime.co.kr | 2022.06.10 13:53:11
[프라임경제] 망 이용대가를 받기 위해 넷플릭스와 3년째 소송 중인 SK브로드밴드 측 입장이 타당하다는 국내외 네트워크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공정해지려면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망 이용대가를 받기 위해 넷플릭스와 3년째 소송 중인 SK브로드밴드 측 입장이 타당하다는 국내외 네트워크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왔다. = 이인애 기자


9일 '공정하고 자유로운 인터넷 생태계: 당면 과제와 해결방안 모색'을 주제로 진행된 특별대담에서 네트워크 전문가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드대 박사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로부터 전용망 사용료를 받겠다는 것은 이중 과금이 아니다"며 "망 중립성 위반이 아닌 정상적인 거래 행위"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전문가들 모여 넷플릭스 주장 '대해부'

특히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의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OCA)가 오히려 망 중립성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껏 망 중립성에 위배된다며 망 이용대가 부담을 회피해온 넷플릭스 측 입장에 정면 반박한 것.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망 중립성을 원한다고 하지만 통신사 망에 배타적인 OCA를 만들어 놓고 자신들만 이용한다"며 "이는 콘텐츠 전송의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디즈니+ 등과 같은 다른 CP는 이용할 수 없다. 이 것이야 말로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망 중립성은 ISP가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하면서 콘텐츠나 이용 단말기·이용자 등에 대한 차별 없이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선입 선출'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다. 웃돈을 받고 특정 트래픽을 우선 처리해주는 등 차단·조절·차별 행위를 하지 말라는 의미다.

SK브로드밴드는 현재 넷플릭스에 영상 트래픽을 먼저 보내주겠다고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과도한 트래픽 발생에 따른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레이튼 박사는 "트래픽이 늘어나서 돈을 더 받는 건 쉽게 말하면 도로를 넓혀준 것과 같다"며 "한 도로에서 이메일 이용자의 트래픽은 막고 동영상 트래픽을 먼저 보내주는 조작을 하면서 돈을 더 받는 게 망 중립성 위반"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SK브로드밴드는 한국에서 23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며 "이들이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500만 가입자를 위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반대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 게 맞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의문을 던졌다.

◆"넷플릭스, 각종 원칙 남용" 지적도

오히려 넷플릭스가 망 중립성 원칙을 남용해 사업상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넷플릭스는 지난달 2심 재판에서 "배달서비스 자체는 유상이나 음식을 시키고 배달료를 내는 건 소비자"라며 "음식점에서 배달서비스 이용해서 음식이 가긴 가지만 음식점에선 돈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용자가 초고속인터넷 요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별도로 망 이용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 

이날 레이튼 박사는 이 같은 넷플릭스의 DVD판매 구조를 언급하며 이 같은 주장에 반박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미국에서 200만명의 DVD이용자에게 우편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우편 비용은 자사가 부담하고 있다. 

함께 대담을 진행한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넷플릭스의 또 다른 주장 '빌앤킵' 원칙은 이번 사안과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넷플릭스는 그간 자체 OCA를 제공하므로 상호 무정산 하는 빌앤킵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이 '빌앤킵'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끼리 서로 교환하는 데이터 양이 동등할 때 적용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자사가 OCA를 제공하므로 ISP라고 주장하는데, 이들은 ISP 상업자 허가를 취득한 적도 없다.

특히 조 전문위원은 "CDN의 핵심 기능은 원래 데이터가 저장된 서버로부터 이용자의 최인근 서버까지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옮겨놓고 저장한 다음 데이터를 보내는 것"이라며 "저장 행위는 ISP의 행위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는 이유는 먼 곳에서 데이터가 올 경우 레이턴시가 발생해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레이튼 박사는 "유럽에서도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맞서는 것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오렌지나 도이치텔레콤 같은 경우에는 SK브로드밴드를 리더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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