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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중형세단, SUV·전기차 강세에 초라한 성적표

국내 완성차 5개사 판매량 22.8%↓…해외시장은 사실상 단종 수순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06.10 15:23:25
[프라임경제] 한때 국내 판매량 30만대를 넘기며 황금기를 구가하던 중형세단이 최근 들어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주력 중형세단 모델들의 잇단 부진으로 약세가 두드러지자 단종설까지 불거지고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가 판매한 중형세단은 12만8913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8% 감소했다. 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져 1분기 중형세단 판매량은 2만2000여대를 기록, 전년 동기 3만6000여대에 비해 40% 줄어들었다.

이 같은 중형세단의 하락세에는 다양한 이유가 꼽힌다. 먼저, 국내 자동차 시장의 소비성향 변화로 아웃도어 활동이 인기를 끌며 RV(Recreational Vehicle, 레저용 차량) 모델과 전기차의 인기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신차 역시 △대형세단 △RV △전기차 위주여서 상품성 경쟁에서도 밀리는 상황이다. 

연간 최소 10만대씩 팔리던 현대차 쏘나타는 지난해 6만1922대를 판매하며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 현대자동차


신차 구매에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고차 가격 방어에 있어서도 중형세단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점차 수요가 줄어드는 중형세단보다는 꾸준한 인기의 준대형세단과 RV 모델이 가격방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완성차 업체 SUV 판매량은 2020년 61만5983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 지난해에는 반도체 수급 여파로 인한 출고 적체 심화에도 57만8451대가 판매되며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전기차 역시 상승세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전기차 대수는 1만402대로 전년 대비 115.1% 급증했다. 한정된 수요가 RV와 전기차로 이동하며 중형세단 시장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형세단보다 고부가 가치 상품인 RV와 전기차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나 와이어링 하네스(배선 뭉치) 등 핵심부품의 상당수가 호환 가능한 범용인 만큼 수요가 높은 모델에 중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수익 개선에 유리해서다.

이에 국내 완성차 업체는 국내외로 중형세단 생산 물량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기아 K5는 올해 5월까지 국내에 1만3788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54.8% 감소세를 기록했다.ⓒ 기아


먼저, 현대자동차그룹은 비교적 생산 물량 배정이 수월한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생산을 줄여나가고 있다. 기존 현대차 쏘나타를 생산하는 앨라배마 공장은 이미 단산에 들어갔으며, 기아 K5를 생산하는 조지아 공장도 단산을 검토하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은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및 친환경차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도 유사한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은 아이오닉 6 생산을 위한 시설 정비를 마쳤다. 이번 시설 정비는 향후 전기차 공장 전환을 위한 단계로 풀이된다. 지난 3월 넘치는 재고 탓에 생산라인을 잠시 중단했을 정도로 그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쏘나타는 올해 부분변경 모델 출시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비교적 선전하던 K5도 국내외 모두 판매 감소세를 그리며, 향후 감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K5는 올해 5월까지 국내에 1만3788대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54.8%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도 2만9390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31% 하락했다. 현재 K5 역시 후속모델 계획이 불투명하다.

르노코리아자동차·한국GM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현재 두 회사의 주력판매 모델은 RV에 편중돼 있으며, 향후 중형세단 세그먼트 출시 계획이 전무해 약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GM은 2023년 생산 예정인 차세대 CUV를 포함해 모기업 GM(General Motors, 제너럴모터스)으로부터 2025년까지 전기차 10종 국내 출시 예정이며, 투 트랙 전략으로 직수입될 신차는 모두 RV와 픽업트럭이다. 르노코리아가 2024년 국내 생산 예정인 친환경차도 준중형 SUV다. 이에 두 기업의 새로운 중형세단은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GM 부평2공장은 오는 8월 이후 쉐보레 말리부 생산 물량이 없는 상태다. ⓒ 한국GM


현재 한국GM은 쉐보레 말리부를 보유하고 있지만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리부는 오는 8월 이후 생산계획이 없으며, 기존 말리부를 생산하던 부평2공장은 트레일블레이저 생산을 위한 개편 작업이 완료됐다.

말리부는 2016년 출시 당시 사전계약 1만5000대를 달성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는 5월까지 국내에 583대 판매되며 전년 동기 대비 57.6% 급감했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 SM6도 좀처럼 부진을 못 벗어나고 있다. 2016년 출시 첫 달 16년 연속 중형세단 판매 1위를 자랑하던 쏘나타를 꺾으며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점차 감소세를 그리며 올해 5월까지의 판매량은 1386대에 그쳤다. 

특히 르노 본사에서도 SM6(해외명 탈리스만)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지난 3월 생산을 중단하고 단종 수순에 돌입한 만큼 국내 SM6의 단종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르노 유럽 본사는 탈리스만(국내명 SM6)의 판매부진이 이어지자 생산을 중단했다. ⓒ 르노코리아자동차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재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은 SUV가 과반을 차지할 만큼 소비자 트렌드가 완전히 변했다"며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후 기존 허리 역할을 담당하던 중형세단이 준중형세단 정도로 개념이 떨어져 시장 내 중요성이 떨어졌다"며 "기존 쏘나타, K5 등이 갖던 중형세단 포지션을 그랜저가 흡수해 수요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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