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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구 교회신축, 설계변경만 무려 208회…시공사 '유치권 행사' 진행

'설계·감리' 교회 장로가 맡아…도면 변경도 17차례, 교회 측 '공사계약해지' 요구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2.06.10 16:11:04

지난 8일 부산 동래구에 자리한 온천00교회 신축공사 현장에서 이 교회 신도들과 시공사 관계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 공사 현장에서 공기 연장 문제를 놓고 교회 측과 시공사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교회 측은 '공사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시공사는 '유치권 행사'로 맞불을 놓았다.   

부산 동래구에 자리한 온천00교회 신축공사 현장은 지하 1층 지상 5층의 규모로 2020년 12월에 착공해 올해 3월 완공 예정이었다. 시공은 부산에 중견 건설사 ㈜세정건설이 맡았다. 

세정건설 측에 따르면 "온천00교회 공사 현장에서 교회 건축위원회 일부 장로들이 갑질을 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시공사는 물론 하청 업체와 일용노무자들에게 고통이 전가되고 연쇄 부도로까지 이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 

세정은 지난 30여 년간 건축, 주택건설사업 분야 등에서 실적을 쌓으며 연간 1000억원대 이상의 평균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이곳은 공정률 90%가 진척된 채 양측이 갈등을 빚게 되면서 공사장 출입문이 굳게 닫힌 상태다. 

시공사는 교회 측의 설계 미숙을 지적한다. 회사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되고 무려 208차례나 되는 설계변경이 있었고, 도면 변경도 17차례 이어졌다"면서, "한 예로 설계 도면과 달리 건물 일부 기둥과 보가 서로 일치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업계 건축전문가는 건물에서 기둥과 보는 안전과 직결돼 있어 기둥과 보가 불일치할 땐 재구조계산이 필요하고, 이를 설계 도면에 다시 반영하면 최소 2~3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건축설계는 이곳 교회 장로 A 씨가 도맡았다. 시공사 측은 "교회건축위원회 위원인 A 장로는 건축설계와 현장 감리를 겸하였고 사실상 건축현장 총괄하는 역할이다"며 "설계상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거나, 설계변경에 따른 도급 계약변경 등을 제기하면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 공사 진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담임 목사는 "설계변경 부분에 대해서 책임 안 진다고 한 적은 없다"며 "하지만 이 때문에 공기가 좀 늦어졌다 하더라도 세정 측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2~3차례에 걸쳐 4개월 정도 공사가 중단된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측은 측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레미콘, 건설노조 파업 등 자재비 폭등과 인건비 상승이 공사에 영향을 주어 이미 하청업체 한 곳이 부도가 났고, 이 상태라면 큰 폭에 적자를 피할 길이 없다고 항변한다.

세정 측은 "공사계약금액이 평당 345만원으로 턱없이 낮았다.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한다는 생각에서 최소한의 마진율을 적용했다"며 "교회 측은 일방적인 설계변경과 도면변경 등 추가금액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온천00교회 담임 목사는 "공사 중간중간 설계변경 등으로 미비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시공사 측에 금액 보상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공기 연장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공사 측은 "터무니없는 보상액인데다 설계변경이 공사 차질을 빚게 된 원인"이라며, "공기 연장은 당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회 측 '설계·감리 문제점' 인정…시공사 측 "책임 소재 분명히 따져야"

이후 몇 차례 시공사와 교회 건축위원회가 만나 '공사재개협의안'을 마련했지만, 일부 위원들의 반대로 인해 협상은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교회 측은 장기간 공사 중단을 이유로 지난 5월17일 세정 측에 공사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어 건설공제조합과 교회 측이 세정건설에 공문을 보내 지난 8일 '타절기성검사' 참석을 요구했다. '공사 타절'은 공사수행 능력이 없으므로 공사를 중단시키고 계약 해지를 의미한다.

교회 담임목사는 "세정건설하고 맺은 계약에 3개월 이상 공사를 중단하거나 공기가 연장되면 해지할 수 있다는 계약서 조항에 따른 것"이라며, "공사 중에 코로나19 사태와 물가 변동 등 감안하여 사정을 봐주고 공사 진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여 결국 공사계약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세정 측은 "교회 측이 일방 계약해지 통보하고, 각종 건설장비가 있는 현장을 무단 점유 강제 폐쇄했다"며 "더구나 건설공제조합에 '타절기성검사' 의뢰신청을 함으로써 회사 신용등급을 디폴트 수준인 C등급으로 낮췄다"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공사가 더딘 가장 큰 책임이 설계와 감리를 도맡은 교회 장로 A 씨로부터 비롯되었다"며 "시멘트. 철근 등 원자재값 상승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따져 묻겠다"고 강경 입장을 전했다.

담임 목사는 "교회 장로님 한 분이 설계, 감리를 한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에는 우리도 할 말이 없다"며 "이로 인해 파생되는 책임은 우리가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세정 측은 도급계약 기간 연장과 공사재개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8일부터 유치권 행사 절차에 돌입하였다. 하지만 온천00교회 신도들이 저지하고 나서 대치 중이며 서로 물리적인 충돌도 우려된다. 

교회나 사찰 등 종교시설 건립 과정에서 시행사와 시공사 간에 갈등은 종종 발생한다. 최근 부산의 한 성당은 이곳 신도가 법인대표인 건설사가 부도를 내고 잠적하면서 1년 넘게 공사가 중단됐다. 당장 공사재개는 불투명한 상태며 신도들은 종교활동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통상은 시공회사가 부실기업이거나 업자가 처음부터 사기를 칠 목적으로 작정하고 덤벼 든 경우를 제외하고 종교단체 측이 '갑'일 때가 많다. 건설사는 성전을 건축한다는 긍지와 사명을 가질 필요가 있고, 종교단체는 신도들의 헌금이 용도에 맞게 제대로 쓰이도록 법 절차상에 문제없이 집행해야 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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