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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출근 막힌 강석훈 회장…깊어진 부산 이전 갈등

조윤승 위원장 "정문이 가진 상징성 때문"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06.14 15:50:24
[프라임경제] 강석훈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은 1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조합원(이하 노조)에 가로막혀 7일째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강 회장이 부산 이전 반대입장을 명확히 밝힐 때까지 강경 투쟁을 벌이겠단 입장이라 사태가 장기화될지 금융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KDB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했다. 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은 하루 뒤인 8일 첫 출근을 해 취임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노조에 가로막혀 출입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인수위 출신 회장 등장, 노사 갈등 시작 조짐

노조가 강 회장의 출근을 저지한 핵심 배경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이후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발전균형특별위원회가 부산 이전 공약을 추진하겠단 방침을 내놓았다.

문제는 강 회장이 산은 부산 이전을 내세운 인수위에서 핵심역할인 정책특별보좌관을 역임한 데다 과거 제19대 국회의원 재임 시절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을 거론한 인물이란 점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강 회장이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한 낙하산 인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조윤승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14일 여의도 소재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7일째 철야농성 중이다. = 장민태 기자


강 회장은 지난 8일 첫 출근 시도 당시 노조에 "많은 것들은 함께 대화하고 같이 풀어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며 "(부산 이전에 대해) 같이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노조는 부산 이전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약속을 정부로부터 받아오라고 맞선 상황이다.

아울러 노조는 13일 산업은행 지방이전 반대 대정부 투쟁 선포식을 열고 삭발식을 진행하는 등 투쟁 강도를 높여가는 중이다. 특히 이들은 해당 선포식에서 지방이전 의사를 철회하지 않을 시 현재 진행 중인 철야농성을 무기한 이어나가겠단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산업은행은 1분기 기준 임직원 3399명 중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이 약 2234명에 달한다. 팀장급 이상으로 승진해 조합원에서 자동으로 빠진 인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직원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는 게 조윤승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의 설명이다.

◆출근 저지 한계, 대우조선해양·쌍용차 등 당면 과제 산적

노조가 정권 교체 시 새로 임명된 수장을 압박하는 일은 과거에도 있어왔지만, 이번엔 분위가 다르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부산 이전에 대해 노조와 의견이 같았던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도 임명 당시에는 노조 반대에 부딪혀 6시간 이상 토론을 벌인 일화가 있다. 

금융권 노조가 가장 오래 금융기관 수장의 출근을 저지한 사례는 윤종원 기업은행장 취임이 대표적이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취임 때 노조 반발에 가로막혀 27일만에 본점으로 출근한 바 있다.

한국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9일 강석훈 신임 회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정문을 막아서고 있다.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업은행 노조가 점점 투쟁 수위를 높여가자 금융권에선 강 회장도 윤 행장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어떻게 흘러갈지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지금 일단 빨리 마무리되고 그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노조가 정상적인 절차로 임명된 회장의 업무를 무기한 저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정부에서 임명된 회장을 오랜 기간 막아선 전례가 별로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산은 노조는 회장 임명이 직원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진행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회장을 낙마시키려고 하기보다는 부산 이전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논란이 있을 임명이었기에 이를 알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회장 임기 기간 내내 노조가 현 상황을 끌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닌 거 같고 현재 주어진 시간 내에서 본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높이는 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강 회장은 향후 3년이라는 임기 동안 해결해야할 굵직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완료해야 하고 △대우조선해양 △쌍용차 △KDB생명 등 구조조정 진행 기업에 대한 새 주인 찾기도 마무리해야 한다. 강 회장이 서둘러 노조와 부산 이전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14일 철야농성 7일째를 맞이한 조윤승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공공기관 노조위원장으로써 우리가 하는 투쟁의 한계를 알고 있지만 직원들 열망이 굉장히 강하다"며 "나스닥 하락부터 퍼펙트스톰 우려까지 현재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정부에 대한 비난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제일 중요한 기관이 산업은행인데 벌써 직원들이 엄청나게 그만두고 있다"며 "사실 산업은행은 문이 총 15개라 (강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출근할 수 있는데, 정문이 가진 상징 때문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산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강 회장은 출근이 저지당한 이후 인근 호텔에서 임원 및 부서장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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