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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SKB '무정산 합의' 3차변론…제자리걸음

묵시적 합의 입증 어려워…재판부 "계약서 없어 문제 커진 것"

이인애 기자 | 92inae@newsprime.co.kr | 2022.06.15 20:20:42
[프라임경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사이에 '무정산 합의'가 있었는지가 이들의 망 이용료 갈등의 핵심 키로 떠올랐으나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다. '계약서 없는 계약'에서 무상이든 유상이든 합의는 묵시적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 3차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 3차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 연합뉴스


재판부는 지난2차 변론기일 당시 3차 변론기일에는 이들의 '무정산 합의' 여부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며 증거 제출을 주문했으나 이날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돈을 받으려는 쪽에서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는 넷플릭스와 "상법상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돈이므로 넷플릭스는 무상합의 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SK브로드밴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재판은 진전 없이 끝났다.

넷플릭스는 초기 오픈 방식으로 참여하는 사업자 간에 개별적인 계약관계가 없고, 교환기 연결비용만 내면 개별 사업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연결된 모든 참여자들과 트래픽을 교환할 수 있는 SIX(시애틀인터넷공급망)를 이용했다.

공동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트래픽이 많을 경우 품질이 떨어지는 SIX는 국내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넷플릭스가 이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양사 간 트래픽만 소통하는 전용회선 BBIX(일본IXP)로 연결지점을 옮겼다.

이후 SK브로드밴드는 국제회선 임차비용과 BBIX 연동비용을 부담하게 됐는데,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고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SK브로드밴드는 이를 건물을 임차하는 상황과 비교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변호인은 "건물을 지어놓고 임차하는 것처럼 망 설치비용도 망이용대가를 받기 위해 원가를 투입하는 것"이라며 "설치비용은 우리가 내고 이용할 때 사용료를 내라는 건 당연한 논리"라고 주장했다.

이에 넷플릭스 측 변호인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중단 해지하면 되는데 정산을 하지 않았음에도 피어링을 지속했다"며 암묵적인 무상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가 지급이 없었음에도 SK브로드밴드가 피어링하는 지점을 추가 개설하거나 피어링 지점의 용량을 증설하는 등 기존의 무정산 피어링 관계를 강화하기까지 했으므로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날 재판장에서는 이 같은 양사 입장을 뒷받침하는 각종 사례와 당시 상황 설명이 오갔으나 결정적으로 지난 변론기일에 재판부가 요구했던 '전용회선을 이용하며 비용을 내고 있는 해외 사업자가 있는지, 피어링 유상 합의 계약서 샘플' 등은 제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모든 계약서들이 다 비밀유지조항이 있고, 상대방 동의가 있어야한다"며 "(기밀 사항을)지우고 제출하는 것도 동의 받아야 하는데 법원에서 문서제출명령을 하면 법원 명령에 따른 거니까 설득력이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매우 복잡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문서제출명령 등 필요한 부분을 돕겠다고 밝혀 다음 기일에는 제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주로 무정산 피어링을 하고 있어 유정산 피어링 사례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계약서가 없어서 이렇게 크게 문제되는 것"이라며 "묵시적 합의에 대해서는 사실 입증이 불가한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소액 계약에 대해서도 법률사무소를 가는데 굉장히 이례적인 거래행위였다"며 "원고(넷플릭스)는 계속 얘기하시는데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정황이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다음 변론기일은 7월 20일 오전 11시10분 속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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