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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악재에 중국 비중 상승까지…車 부품업계 '비명'

대형 5개 부품사 영업이익 21%↓…"1차 업체 수익율도 2% 재정여건 취약"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06.24 21:31:05
[프라임경제] 최근 자동차 출고 적체 현상이 장기화되자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출고 적체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장기화되자 부품 업계가 실적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이에 많은 부품사들이 적자 행보를 걷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재정여건이 취약한 2·3차 협력업체의 경우 줄도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며, 지난 2013년 898곳에 달하던 부품 업체는 2020년 744곳으로 줄어들었다.

대형 부품사들도 출고 적체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실제로 대형 5개 부품사(현대모비스·현대위아·한온시스템·만도·SNT모티브)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현대위아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대형 5개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 총합은 5608억6928만원으로 전년 동기 7099억8649만원 보다 21%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83만7169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한 영향이 크다. 나아가 지난 5월 국내 완성차 생산량 역시 전년 동월 대비 5.3% 감소한 1만7210대에 그쳐 2분기 실적 역시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출고 적체 장기화로 자동차 생산량이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 현대자동차


뿐만 아니라 부품업계는 치솟는 원자재 가격과 전기차 비중 확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중이다. 부품업 특성상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바로 납품단가에 적용하기 힘들며, 전기차 비중 확대는 부품업계 수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부품사들의 한숨은 나날이 깊어진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부품수가 2배가량 적어 기존 3만개에 달하던 내연기관 부품수는 1만5000개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에 기존 내연기관 부품을 '박리다매'식으로 수익을 충당하던 부품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장에서는 2030년 부품 업체 10곳 중 3곳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역시 지속적인 상승세다. 자동차 엔진의 주요 원재료인 선철·고철 가격은 지난해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은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특히 극심한 수직 하청구조로 가격 협상력이 낮은 2·3차 협력사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2·3차 협력사의 원자재 가격 상승 반영분은 통상 납품가의 20% 수준에 그친다. 1차 부품사 역시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아 2·3차 협력사에 납품가를 올려줄 여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1차 부품업체의 영업이익율이 2%를 밑도는 만큼 부품업계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취약한 상태다"라며 "2·3차 협력업체의 수익율은 더욱 떨어지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율을 보장할 수 있는 해결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의 판매 전략 변화도 부품 업계의 부담을 더한다. 현재 많은 완성차 업체들은 판매량 견인보다는 친환경차를 비롯한 △RV △대형세단 등의 고부가 차량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666만8037대로 2019년 719만7604대에 비해 급감했지만, 오히려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부가 차량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부품사의 수출 감소 장기화와 해외 부품 의존도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해외 진출 시 국내 부품사와 동반진출 하는 등 해외 부품 의존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부품업체의 평균 영업이익율이 2%를 밑돌 만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동반진출이 국제 정세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는 것은 물론 자국 내 산업 육성을 위해 자국 부품의 일정 부분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해서다. 또 국내 부품 동반사는 1차 협력사에 한정돼 있는 만큼 2·3차 협력업체가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완성차 업체의 협력사 동반 진출은 여러 가지 불안 요소들이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시대에 맞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2·3차 부품협력사의 경우 동반 진출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내 부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품업계를 불안에 떨게 한다. 실제 국내의 중국 부품 의존도는 2000년 1.8% 수준에서 올해 4월 36.2%로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현재 와이어링 하네스(배선 뭉치), LED와 같은 단순 부품부터 차량용 반도체 등 정밀기기부품까지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생산자물가지수 역시 날이 갈수록 높아져 추가 부품 공급망을 비교적 저렴한 중국 쪽으로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중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내 의존도 심화는 전반적인 리스크가 커진다는 차원에서 협력업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며 "부품 하나라도 차질이 생기면 부품업계 전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품업 특성상 생산단가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동남아의 의존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라며 "생산여건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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