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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공장 짓고, 정년 연장" 현대차 노조, 주객전도 임단협

임금피크제 폐지도 강력 요구… 28일 임시대의원대회 열어 쟁의행위 방향 논의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2.06.24 12:27:12
[프라임경제] 지난 3년 간 무분규 타결을 이뤄낸 현대자동차(005380)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2일 12차 임단협 교섭이 진행됐지만 노동조합은 자신들의 뜻대로 풀리지 않자 곧바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협상 결렬을 선언한 이유에 대해 "사측이 올해 임협 관련 일괄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노동자 양보만 바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노조는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 2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행위 방향을 논의하고 오는 7월1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파업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강성 성향을 지닌 노조는 임금인상과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포함한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차량부품 수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은 사측 입장에서는 이들의 요구안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노조의 파업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현재 노조는 현대차에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신규 인원 충원 및 정년 연장을 통한 고용안정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미래차 공장 국내 신설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1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반면, 현대차는 노조 요구가 과해 쉽게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임단협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미래차 공장 국내 신설이다. 이는 노조의 임금 및 고용안정 요구와도 연결된다.

앞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 중인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전기차 전용 공장, 배터리 셀 공장을 포함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체계 구축에 총 6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국내에도 전기차 분야에 총 21조원을 투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조는 현대차그룹의 국내 투자와 관련해 뜬구름 잡는 여론몰이식 투자 계획이라며 △규모 △시기 △장소까지 모두 담긴 계획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내놓았다.

노조가 국내 전기차 관련 투자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공장 신설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전동화 가속화 등 자동차산업이 변혁기를 맞은 상황에서 일감 확보 차원이다. 통상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될 때 필요한 부품 수는 50% 이상이 불필요해지고, 30~40% 고용 감소도 불가피하다.

특히 노조는 이 요구안이 여의치 않을 것을 대비해 사측에 정년 연장을 통한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동시에 임금피크제 폐지 카드도 꺼내 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강성 노조를 이끌던 중장년 중심의 생산직 노동자들이 매년 정년으로 2000~3000명씩 퇴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대차는 빈자리를 채울 젊은 근로자를 뽑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과거 만 58세이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그동안 노조는 고임금이 연장되는 호봉제였다.

노조는 정년 연장이 노사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년 연장이 이뤄지면 노조는 안정적인 노후가 보장돼서 좋고, 기업은 고급 노동력을 보유해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정년이 연장될 경우 기업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고, 정년 연장과 신규 채용 문제는 연장선상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조는 둘 다를 사측에 강요하고 있다.

때문에 집행부가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사실상 폐지할 것을 요구한 것을 두고 노조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하다. 젊은 층의 노조원들 입장에서는 집행부가 전체 노조원이 아닌 일부 생산직만 챙기는 것처럼 비춰지면서 "또 정년 연장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급변하는 자동차시장 생태계 변화에 따라오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실과 다소 동 떨어진 요구안을 제시하는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맞추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사실 국내에 전기차 공장을 신설해라, 신규 채용을 해라 등의 요구는 경영권 침해이자 주객이 전도된 요구다"라며 "노조의 요구안을 보면 어떤 기업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만큼, 노사가 더 심도 있게 논의하고 교섭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물연대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직접 겪은 데다 출고대란으로까지 이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은 치명적이다"라며 "미래차 관련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회사의 기조에 역행하는 주장들을 계속한다면, 글로벌 산업이 전환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국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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