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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도 넘은 마케팅에 '휴면카드 1000만장' 양산

캐쉬백 마케팅 '체리피커' 증가, 고객유치 필수 수단이라니 '악순환'

황현욱 기자 | hhw@newsprime.co.kr | 2022.06.24 16:19:43
[프라임경제] 신용카드가 다양한 혜택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애꿎은 휴면카드(지난 1년간 이용실적이 없는 개인·법인 신용카드)만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휴면카드 증가로 인해 투자한 비용을 제때 회수하지 못한 카드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또한 신규 고객유치에 매달려 과도한 마케팅을 진행한 카드사들이 떠안아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8개 전업계 카드사의 휴면카드 수는 1037만1000장으로 조사됐다. 휴면카드 수는 지난해 3분기(895만4000장), 4분기(960만7000장) 이후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카드사들은 휴면카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충성고객 역차별 문제 등 해결책 마련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급증하는 휴면카드…1분기 '1037만장' 넘어

카드사별 휴면카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롯데카드가 174만3000장으로 가장 많았으며 △KB국민카드(165만4000장) △현대카드(149만7000장) △신한카드(149만장) △삼성카드(126만4000장) △우리카드(119만5000장)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전체 카드사 19곳 기준 발급카드대비 휴면카드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17.56%에 해당된다. 이는 발급카드 10장 중 약 2장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전체 카드사 19곳 기준 총 휴면카드 수 · 평균 휴면카드 비중 = 황현욱 기자

이에 대해 카드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고객이 1년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계약 유지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가 됐다"며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 변경으로 휴면 카드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의 폐지로 향후 휴면카드 증가추세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휴면카드 자동해지 규정은 지난 2020년 5월부터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에 따라 유효기간 5년 내 카드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휴면카드가 늘어나는 또 다른 원인을 꼽자면, 신용카드 발급 시 제공되는 특별한 서비스 혜택만 누리고 다시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체리피커들의 증가세에 있다. 아울러 이러한 체리피커들을 카드사들이 과도한 캐시백 이벤트 등으로 오히려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전업카드사들은 비대면 채널을 통해 신규 가입자 내지 6개월 이상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수 십 만원의 현금성 포인트 환원을 약속하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 

카카오페이에서 진행 중인 카드사들의 포인트 환급 이벤트 현황. ⓒ 카카오페이 앱 갈무리

하나카드는 자사 '내맘대로쁨' 카드를 사용할 경우 최대 22만 포인트를 카카오페이 포인트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에 있으며, 우리카드(21만P) △롯데카드(20만원) △삼성카드(19만P) △KB국민·농협카드(18만P) 등도 카카오페이 캐쉬백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법망 파고든 과도한 마케팅 "여전법, 위반 없다“

이러한 카드사들의 과도한 현금성 이벤트가 가능한 이유는 관련 법령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 해석된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6조7항에서는 카드사가 신용카드 발급과 관련해 연회비대비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신규고객을 모집을 금지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제6조의7 중 일부.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금융당국은 이를 근거로 카드사들의 과도한 캐시백 이벤트 등에 제동을 걸었지만, 카드사들은 '휴면고객을 포함한 카드 결제 고객에 한해 제공하는 혜택'이라며 여전법 위반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6개월 마다 혜택 좋은 카드로 갈아타는 이른바 '풍차돌리기'가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포털사이트에 '카드 풍차돌리기'만 검색해도 여러 소비자들이 노하우를 공개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보다 체리피커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 고객을 유치하는 취지가 크기 때문에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충성고객의 역차별 지적에 대해선 "충성고객들은 카드를 통해 혜택을 이미 많이 받았고 즐기고 있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선 신규 고객 유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역차별이라는 상황을 느끼지 않도록 이벤트 대상을 충성고객과 신규고객 나눠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SNS 발달로 사람들 사이에서는 카드를 통해 혜택을 많이 받는 법 등이 공유 돼 체리피커 수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카드 발급 후 해지를 자주 한다면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카드사들이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진행하는 자극적인 마케팅은 결국 휴면카드 증가와 기존 충성 고객의 허탈함을 유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고위 전문가는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보다 더 자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뿐만 아니라, 체리피커들 역시 더 큰 혜택을 찾아 가입과 해지를 반복하는 등 본인의 신용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결국 무분별한 마케팅 전략은 카드사나 소비자에게나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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