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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케이뱅크 "빌릴 수 있는 용기" 강조, 강남역 '버젓이' 광고 개시

정부, 가계부채 확대 방지한다는데 '역주행'…"대부업도 아니고…"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06.24 17:16:23
[프라임경제] 제1금융권에 속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최근 대출을 조장하는 광고 문구를 서울 강남 옥외광고에 버젓이 개시해, 금융소비자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 금리 인상 등 다양한 현안 속에 금융소비자를 현혹하는 대출 광고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와 동떨어져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현재 케이뱅크는 '빌릴 수 있는 용기는 돈이 돼'라는 제목·카피를 사용한 광고를 △TV △옥외 △유튜브 등을 통해 노출하고 있다. 

특히 선택적 거부가 가능한 영상매체와 달리 옥외광고의 경우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 등에 설치돼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일반 금융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설치된 케이뱅크 옥외광고. = 박기훈 기자


강남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박현지(27, 사당동)씨는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케이뱅크 옥외광고 속 카피를 보고 "어이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강남역은 수많은 20·30대 청년층이 오가는 곳인데 1금융에서 대출을 조장하는 광고를 버젓이 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며 "결국 청년층에게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의 대출 문화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헛웃음을 흘렸다. 

정우준(29, 자양동)씨는 해당 광고를 보며 "부채없이 사회생활을 하려는 게 목표인데, 저런 광고를 보다 보면 대출 한 번 안 받아본 내가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허탈해 하기도 했다. 

대출이 필요한 부분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공공연히 노출된 광고와 카피 문구는 없던 대출 욕구마저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광고·마케팅 업계에서 강남역은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로 파급 효과가 큰 장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이번 케이뱅크 광고는 2호선 강남역 출입개찰구에서 전철 탑승구역으로 이어지는 계단 바로 옆에 위치해 집중도 또한 매우 높다. 

이 밖에도 이번 케이뱅크 광고는 금융당국 행보와 정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뜨거운 감자로 논쟁의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1분기말 한국 가계 빚은 1859조4000억원, GDP(국내총생산) 대비 세계 36개국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안정적 관리를 목표로 "과도한 가계부채 확대를 방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금융혁신'이라는 사명 하에 인가된 케이뱅크가 정부 기조와 달리 쉬운 대출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은행의 경우 금융당국 인가를 받아 소수들만 영업을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혜 산업으로 공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우리 헌법과 은행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은행의 공공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당국 인가로 특혜를 누린 케이뱅크가 국가 당면과제로 떠오른 가계부채와 서민안정과는 동떨어진 대출광고를 버젓이 강남 중심에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사익 추구에 눈먼 금융사'라는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업도 아니고 1금융권에서 대출을 권장하는 광고는 그동안 없었다"며 "특히 시중은행은 이미지가 중요하다 보니 감성적인 광고를 중시하는데, 아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후발 주자라 급한 마음에 이런 광고가 나온 거 같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번 옥외 광고 제작 배경으로 케이뱅크의 모자란 대출성적을 꼽고 있다. 케이뱅크가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성공하기 위해선 우선 대출자산을 늘려 여신 불균형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케이뱅크는 지난 3월말 기준 수신잔액이 11조5446억원을 기록한 반면 여신잔액은 7조8078억원으로 수신잔액의 67.6%에 불과했다. 이는 시중은행은 물론 같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에 해당된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이제 IPO도 앞두고 있고 자산 성장을 위해 여신도 좀 많이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공격적으로 진행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의 대출 조장 광고는 준법감시인 심의를 통과한 상황이라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 준법감시인은 공공 기능 측면에서 도덕적으로 잘못된 점을 평가할 이유·명분도 없다. 

준법감시인의 심의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다양한 연유들로 인해 은행의 역할과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은행연합회가 광고심의 기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특히 금융권은 연이어 터진 개인정보 유출·횡령 등의 사건으로 신용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뱅크가 제1금융권이라는 이미지를 본인들 스스로 내던지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저희는 이제 성장을 해야 하므로 시중은행과 같이 따뜻한 광고를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며 "최근 금융상황을 보면 이런(대출 조장이란)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광고는 사실 고객이 능동적으로 금융을 활용하고 역동적이며 스마트한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마트한 이미지를 위한 브랜딩이 '빌릴 수 있는 용기'를 언급 중인 광고에 알맞은 답변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대출을 받지 않은 금융소비자는 한순간 용기 없는 자로 매도될 수 있는 케이뱅크의 카피는 경쟁상대인 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이번 광고는 후발주자의 노이즈마케팅이나 광고심의 부재 등이 만들어 낸 오류로 치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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