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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간판 연구원 사칭, 불법 리딩방 기승…법적해결 '난제'

금감원 "피해 발생 시 보상 어렵다" 투자자 스스로 유의해야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2.06.27 16:48:42
[프라임경제] 최근 증권사 소속 간판 애널리스트 이름을 사칭해 운영하는 '불법 주식리딩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엄정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오픈채팅방이란 익명성으로 인해 법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로 인한 개인투자자 피해는 물론, 다수 이름으로 불법적인 시세를 조장하는 등의 다양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요구된다.   

최근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NH투자증권(005940), 키움증권(039490),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 사명과 유명 애널리스트를 사칭한 문자들이 불특정다수에게 무작위로 배포된 사례가 적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최근 유명 애널리스트를 사칭해 불법 주식리딩방이 활개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제보자 박모씨는 문자를 받아보고 "유명한 애널리스트인데 리딩방 운영하는 것이 불법적이지 않나 의구심이 들었지만, '저는 이베스트투자증권에 염승환 부장입니다'라고 인사하며 밝힌 약력이 사실과 같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수익을 약속하며 초대한 채팅방에는 수백명이 있었다"며 "주식 종목 리딩은 물론 선물거래까지 정보거래와 매수·매도를 리딩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증권사 애널리스트라는 말에 많은 투자자들이 의심하지 않고 가담하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무작위 문자배포에 언급된 염승환이라는 인물은 실제 증권사 애널리스트이자, 이사로 재직 중에 있는 실존 인물이다. 또한 회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주식 투자자 사이에서 손꼽히는 인지도를 갖고 있기도 하다. 불법 주식리딩방을 운영하는 이들은 이처럼 오픈된 얕은 정보를 통해, 금융소비자들을 현혹한 것으로 예상된다.   

모집된 불법 주식리딩방에서는 애널리스트 주요 약력까지 언급하며 개미들에게 신뢰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투자정보 제공을 미끼로 특정 종목을 무료로 추천한 뒤, 일대일 상담을 통해 유료 'VIP방'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들이 불법 사칭한 문자는 무작위로 개인정보를 사들여 배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렇게 취득한 개인정보에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해 회사 고위 관계자들이 포함되기도 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이러한 사칭 행위가 극심해지자 지난 3월부터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유의사항을 전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문자 등으로 자사와 임직원을 사칭하는 행위에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며 "피해 발생 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해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익명 뒤에 숨은 리딩방 운영자를 잡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신고를 접수하기 위해선 사칭을 이용한 특정인물이 지목돼야 하지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란 특수성으로 인해 특정인을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로 인해 경찰의 협조 요청이 있을 때만 오픈채팅방 운영자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며 "그러나 소위 운영진은 중국 등 해외에서 리딩방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피해자 신고로 경찰이 수사를 진행해도, 리딩방 운영자를 색출하는 것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 한 전문가는 "등록제로 운영되는 투자자문업은 금융당국이 적격성을 검증하는데 반해, 유사투자자문업체는 신고만하면 다시 사업을 쉽게 영위할 수 있다"며 "결국 적발이 되더라도, 폐업과 신설이 용이한 유사투자자문업체에게는 언제든 자유롭게 리딩방을 운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행법상 문제가 적발된 리딩방 운영자 계정을 삭제하거나, 증권사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자 유의사항을 지속적으로 배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즉 투자자 스스로 유념하며 미리 예방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도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가 개인적으로 주식 리딩에 참여할 경우 불공정거래 위반에 해당되지만, 상식적으로 애널리스트가 리딩방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며 "만약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보상받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에 투자자 스스로 유의하는 것이 최선"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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