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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목포시 정기인사 후 "비에 젖은 낙엽처럼 살아야"

 

나광운 기자 | nku@newsprime.co.kr | 2022.07.17 12:57:46

[프라임경제] 인사는 만사(萬事)라 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와 변명이 붙으면 누군가에게는 '인사는 망사(亡死)'가 된다.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고 인사권자와 시정 목표와 철학이 한 통로로 일맥상통해야 한다. 때문에 업무평가와 달리 정무력이 더 평가받기도 하는 인사철이 되면 조직 내에서 정무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이름은 늘 빠지지 않고 오르내린다.

그러기에 어느 인사권자의 정권에서든 선의의 피해자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라 생각하는 당사자는 정권에 비판적이고, 그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수해자와 피해자가 반복해서 조직 내에 기생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상은 끝이 없다. 

특히 소도시처럼 인맥이 중요한 지자체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기에 전·현직의 리턴매치가 이뤄지는 선거에서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필자는 유독 전·현직의 리턴매치가 이어지는 지자체에 출입 경험이 많아 그러한 조직의 심리와 흐름을 잘 알고 있는 터라 공무원 조직의 내부적인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선거가 치러지는 과정이나 인사철 피바람에 대한 상담이 이어지면 필자는 '비에 젖은 낙엽처럼 살아야 말년에 희망이 있다'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여름엔 세상을 녹색으로 덮으며 그늘을 드리우던 푸른 잎도 가을이 되면 붉은 낙엽이 된다. 나무의 주인이던 낙엽은 떨어지고 사그락 대며 가을의 정취를 선물하지만, 비에 젖은 낙엽은 바람이 불어도, 사람의 발길에 밟혀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빗자루에 쓸려 쓰레기로 변하고 만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다음 해 다시 봄이 오면 걸음이 되어 새싹을 피우는 소모품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자연의 순리다.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공직자들의 삶도 이와 같다.

필자의 이러한 생각이 어쩌면 웃기면서도 슬픈 얘기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에 젖은 낙엽처럼 살아야 한다.

치워버리고 싶어도 쉽게 치워지지 않는 존재, 인사철만 되면 겪게 되는 어쩌면 당연하게 감당해야 된다고 포기하는 존재보다는 이번 인사가 지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우기 위해서는 비에 젖은 낙엽처럼 딱 붙어 있어야 한다.

이번 인사에서 뿌리였던 사람도, 그 뿌리에 줄기를 펴고 살아남은 누군가도 언젠가는 당신들의 정무력과 업무력에 인간미까지 인정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말년에 꽃이 만발하는 봄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훗날 후배들과 비에 젖은 낙엽을 밟으며 희망의 전도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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