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허달 칼럼] 보키와의 아침 산책

 

허달 칼럼니스트 | dhugh@hanmail.net | 2022.07.21 13:53:12
[프라임경제] 화요일, 아내가 브릿지 가는 날.

외출복 입는 할머니를 보며 세살박이 강아지 손녀 보키가 낑낑대며 칭얼거린다. 이 아이의 아빠 격인 큰아들 놈이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출근 길에 데려다 맡겨 놓았다.

내가 통역컨대, '할머니, 또 나가면 어떻게 해. 지난번에는 할머니 나간 뒤, 할아버지도 나갔었단 말야, 나 혼자 두고. 잉.'

그래서 아내 떠나는 거 전송해 주고 보키를 달래 주러 함께 산책했다.

가양대교 남단부터 8단지 뒤쪽으로 길게 열린 산책로.

잘 가꾸어진 우레탄 포장길. 갑자기 쓰르라미 소리 요란하게 일어나는 것 보니 이번 여름 더위도 끝물인가 보다. 보키가 낑낑거리며 목줄을 끌더니 신기한 물체 발견, 킁킁 냄새를 맡는다. 길가에 떨어진 쓰르라미의 탈각(脫殼) 허물.

매미의 일생에 대한 중학교 생물 시간의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찾아본다.

6~17년의 애벌레, 인고(忍苦)의 시절을 거쳐 마침내 성충이 되어 허물을 벗고 금빛 나래로 날아오른다. 자연의 섭리(攝理)를 이어가는 우렁차고 찬란한 한 달을 위하여. 이른바 금선탈각(金蟬脫殼).

중국 진나라 시인 육운(陸雲)은 한선부(寒蟬賦)에서 매미의 다섯 가지 덕(五德)을 말했다고 한다.

매미의 머리위에 갓끈 관(冠)이 있으니 문(文)을 숭상함이요, 바람을 마시고 이슬만 먹고 사니 깨끗한 청(淸), 사람 먹는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廉), 여느 벌레처럼 굳이 집을 짓지 않고, 나무 그늘에서 살고 있으니 검(儉), 계절에 맞춰 허물을 벗고 어김없이 울며 절도를 지키니 신(信)의 오덕(五德)이 있다 했다는 것이다.

임금이 쓰던 익선관(翼蟬冠)과 대관(大官)들이 썼던 관모 뒤에는 두 개의 날개가 붙어 있는데 이는 모두 매미의 날개로서 늘 오덕을 갖추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보키의 위대한 발견을 머리 쓰다듬어 치하해주자, 우리 보키, 삽살개의 상징인 빗자루 같은 꼬리를 부채처럼 흔들어 화답한다.

머지않아 내가 이 80년 인고(忍苦)의 헌옷, 허물처럼 벗어버리고 떠나 갈 때 쯤, 언감생심 찬란한 금빛 날개의 탈각은 못되더라도 아주 추한 모습은 면[免醜]하여야 할 텐데, 혹 남은 기간 동안 오덕 중 염(廉), 검(儉) 정도는 지켜볼 수 있으려나, 미소 지으며 희망해 본다.


허달 코치 dhugh@hanmail.net / 1943년 서울 출생 / 서울고 · 서울대 공대 화공과 ·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 SK 부사장 · SK 아카데미 초대 교수 · 한국케미칼㈜ 사장 역임 / 한국코칭협회 인증코치 KPC · 국제코치연맹 인증코치 PCC 기업경영 전문코치 · 한국암센터 출강 건강 마스터 코치 / 저서 △마중물의 힘(2010)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2011)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2012)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