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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시리즈] 인력난, 한국경제가 멈춘다- ②자영업자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2.07.22 16:36:00
[프라임경제] 대한민국 인구가 줄면서 산업인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대 초 70만명이 넘었던 연간 출생아 수는 지난해 26만500명을 기록했다. '일할 수 있는 인구'를 뜻하는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8만명(72.1%)에서 2050년 2419만명(51.1%)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인구 감소는 결국 전 산업의 인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라임경제가 산업 전 분야에 대한 인력난을 집중 짚어봤다.

②종업원 못 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

서민 생계의 근간이라고 평가받는 자영업이 흔들리고 있다. 업무 강도가 높은 고깃집, 술집의 경우 코로나19로 심화된 구인난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시급을 최대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까지 올려야 아르바이트생을 겨우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 연합뉴스


# 왕십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S씨는 3개월째 주말 오후 시간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최저시급 9160원에서 약 40%가 오른 1만3000원을 시급으로 책정했는데도 지원자가 없다. S씨는 손님들에게 연신 '잠시만요'를 외치며 주방과 계산대 사이를 왕복하고 있다.

# 천안에서 일식집 2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J씨는 최근 매장 한 개를 정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번복으로 인한 매출 하락도 있지만, 홀과 주방 직원을 구하지 못해 운영의 어려움을 겪어서다. 남은 하나의 매장도 직장에서 퇴근한 자녀들이 일을 돕고 있다. 

◆ "시급 올려도 안 온다" 고깃집·술집 벼랑 끝

자영업은 국내 경제활동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면서 서민 생계의 근간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국내 자영업자 비율도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아 경제의 중심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자영업 시장이 엔데믹 이후 운영의 숨통은 트였는데, 구인난으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특히 업무 강도가 높은 고깃집·술집의 시름은 더욱 깊다. 코로나19로 심화된 구인난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시급을 최소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까지 올려야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을 겨우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구인난을 호소하는 자영업주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술집을 운영 중이라는 한 자영업자는 "몇 달 전에는 그나마 연락이 왔는데 요즘은 시급을 1만3000원으로 잡아도 연락이 1도(하나도) 없다"며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갈수록 구인난으로 답이 안 보여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군포에서 고깃집을 준비 중이라는 한 자영업자는 "직원은 월 300, 파트타임 알바 1만2000원까지 올렸는데 부족한거냐"고 물으며 "음식점 사람 모집하는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글에는 "요새는 카페 같은 곳도 1만1000원이다. 요식업 중에 노동강도 최강인 고깃집은 (해당 시급이) 어렵다", "월 400만원은 넘게 줘야 한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 역전된 구인·구직…"알바생이 왕"

자영업 인력난의 원인은 다양하다.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장은 "가장 큰 원인은 거리두기 제한 해제에 따라 모든 업종이 구인 공고를 낸 탓에 벌어진 수급 미스매치"라며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알바생의 선호업종 선택, 외국인 입국제한 등도 인력난을 불러온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여신금융협회가 공개한 지난 5월 법인카드 승인액은 2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늘었다. 직장인 회식과 거래처 모임이 증가하면서 대면영업이 활기를 찾았다는 분석이다. ⓒ 프라임경제


사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자영업자 매출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가 공개한 지난 5월 법인카드 승인액은 2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늘었다. 직장인 회식과 거래처 모임이 증가하면서 대면영업이 활기를 찾았다는 분석이다. 

음식점과 노래방 등 여가서비스업종의 매출도 상승했다. KB국민카드가 지난 5월 영업제한시간 완화 단계별 서울시 음식점·여가서비스(△노래방 △게임방 △영화관 등)의 신용카드·체크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전과 비교해 영업시간이 전면 해제된 이후 매출액은 6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자영업 시장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비임금근로자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0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1000명 늘었다. 오프라인 매장들이 활성화되면서 당연 종업원이 필요한 매장도 증가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매출은 증가하는데, 일할 종업원을 찾기가 어렵다는 거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 4월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지난달 초까지 올라온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는 같은 기간 대비 34.5% 증가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알바자리가 없어 선착순으로 달려왔는데, 지금은 공고를 보고 선택하는 역상황이 됐다"며 "업종, 거리, 시급 등을 모두 만족해야만 알바생을 구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 코인·주식 붐에 지자체 현금성 지원…"알바 안해도 돈 번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원인으로 청년층 사이에서 일어난 코인‧주식 투자 붐을 꼽는다. 단순 일자리로 돈을 버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청년층이 코인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취준생 구모(29)씨는 "얼마 전 고깃집에서 시급 1만3000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주위의 권유로 주식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모았던 돈을 투자했는데 단기간에 수백만원을 벌었다"며 "고깃집에서 일하는 시간보다 주식‧코인 투자를 전업으로 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청년 취업난 등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현금성 지원확대가 늘어난 점도 자영업 인력난의 원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인력난의 원인으로 청년층 사이에서 일어난 코인, 주식 붐 및 정부 지자체의 현금성 지원확대를 꼽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급여 지급액은 12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 프라임경제


고용노동부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3년 3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은 2016년까지 4조원대였다가 2017년 5조원에 달했다. 이후 2018년에는 6조5000억원, 2019년에는 8조913억원, 2020년은 11조850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은 12조1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발생하며 고용시장이 크게 위축됐던 2020년보다 2493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직장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장 모(28)씨는 "6개월 단기 일자리를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받던 중 일을 구하려고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왜 (실업급여를 포기하고) 취업하냐'고 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기보단 당분간 실업급여에 맞춰 생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힘들게 알바를 하느니 실업급여를 받고 자신만의 개성을 즐기려는 MZ세대 성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지자체의 청년 지원제도도 자영업 인력난의 원인 중 하나다.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 때인 민선 7기에 도입돼 만족도가 높은 '청년기본소득', '청년면접수당' 등을 확대 시행한다. 

서울시도 월 20만원씩 최대 10개월 임대료를 지원하는 청년월세지원제도를 실시중이다. 인천시도 청년 임차인 6000명에게 1인당 매월 20만원씩 최대 12개월 지원하는 청년 월세지원사업을 진행중이다. 부산시는 최대 540만원까지 저축액 만큼을 보태주는 '부산 청년기쁨 두배 통장'을 도입·운영중이다. 대전시도 매달 15만원을 저축하면 같은 금액을 더해 적립해주는 '청년희망통장'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지난해 예산에 청년들의 소득 구간별로 금융상품에 추가 이자나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등 청년 자산형성 지원에만 1조9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100만명 이상의 대학생이 '반값 등록금'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국가장학금 지원 단가를 인상하기도 했다. 이같은 지원제도는 알바에 의존하던 청년층들의 선택을 넓게 만들었다. 아울러 필요할 때만 알바를 선택하는 문화가 급속도록 확산됐다.  

◆ 외국인 빠진 고용시장, '일손 부족' 심화

자영업 일손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외국인 노동자도 급격히 감소했다. 일용직 소득 신고, 입국 제한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 연합뉴스


자영업 일손의 큰 축을 담당했던 외국인 노동자도 급격히 감소했다. 일용직 소득 신고, 입국 제한 등의 영향으로 식당의 주방 일을 주로 도맡았던 외국인 여성 근로자들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일반적으로 외식업의 주방은 젊은 층이 아닌 중장년층의 여성이 주로 도맡았다. 문제는 코로나19 영향과 힘든 노동강도로 인해 국내 중장년층 여성들이 기피하는 업종이 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여성들의 식당 등 외식업 주방 종사자가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입국이 제한된 데다 엔데믹으로 전환된 후 추진된 외국인 노동자의 재입국 희망마저 불투명해졌다. 최근 바이러스 변이 확산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위협을 받고 있어서다. 여기에 난이도가 높은 주방 업무를 수행했던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다. 
 
지난해 7월 국세청은 일용직 근로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실시간 소득파악 인프라 구축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일용직 근로자와 인적용역형 사업자(방문판매원, 보험모집인)일용직, 특고에 소득을 지급한 사업자는 소득과 관련한 자료를 매달 제출해야 한다. 기존에는 분기 또는 반기마다 소득 자료를 제출해왔다. 불법 체류자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을 시에는 세무 작업이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염창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L씨는 "일손이 부족하면 외국인 유학생이나 근로자를 고용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젊은 층이나 주부 인력은 구해지지 않고, 그마저도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만 일한다는 조건을 내는 경우가 있어 매장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고물가‧고금리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변화, 외국인 근로자 부족, 특정 업종 노동자 쏠림 현상,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며 "당장 매장 운영에 필요한 종업원을 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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