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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루의 언어 에세이] MBTI의 규정성

 

이다루 작가 | bonicastle@naver.com | 2022.07.29 12:00:55
[프라임경제] '나는 딱 한마디로 규정할 수 있는 사람인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필자는 한마디로 규정되는 사람이 아니다. 역할도 직업도 일정하지가 않다. 그뿐이랴. 늘 내향적이지도 늘 외향적이지도 않다. 상황이나 처지에 따라 또는 사람이나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제 모습을 달리한다. 

다시 말해 환경에 대한 적응, 성장과 발전을 위한 도약을 위해서 일정한 모습을 타파한다. 그럼으로써 인생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또 그것은 사람의 일반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만일 매일 똑같은 생각과 행동으로 일관된 인생을 살았다면,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기는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다. 아마도 공감능력은 불가능에 가까웠을 테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저마다 공감능력을 발휘해 타인과 교류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인 관계를 확장시킨다. 

그렇게 우리네 인생은 각기 다른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저마다의 시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자각만으로도 한 발 앞서 타인을 배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금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일정하게 규정돼 분류돼가고 있었다. 그것은 내향이냐 외향이냐의 일차적 분류에 이어 감각적이냐 직관적이냐, 사고형이냐 감정형이냐, 거기에다 판단과 인식의 성향에 의해서도 분류된다. 

마치 인간형 로봇이 기계적인 분류화가 돼 또 하나의 네이밍으로 일컬어지는 것만 같다. 그럴 것이 뭇사람들은 분류화가 진행되면 네이밍대로 행동할 것처럼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앞서 추측해낸다. 

스스럼없이 경험을 예견하기도 하고, 섣부른 지적이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기도 한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한 조언까지 체계화돼 있어 반기라도 들라치면 스스로를 거부하는 듯하다. 꼭 제 자신인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내가 창조된 기분이다. 그것은 누구를 만나기라도 하면 매뉴얼처럼 다시 등장하고 만다. 

그런 세태에 힘입은 탓인지 규정된 자아상을 향해 조언과 지적이 난무하는 게 다반사다. 그 두 가지 말의 형태야말로 상대의 완전함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되며 나아가 나의 의견이나 생각이 더해지면 완전함에 기여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타인을 지적하고 조언하는 일 따위를 경계해야 한다. 그것은 상대를 완전하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적과 조언을 애써 경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로는 스스로를 잘 파악하고,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나를 알고 남을 알면 굳이 부딪칠 일이 없다. 공격이야말로 무지함에서 비롯된다. 내 힘을 가늠하기 위함이거나 상대의 힘을 함부로 가늠하는 까닭에 서로의 영역을 넘보고 침범하기에 이른다. 그런 무지와 섣부른 판단을 지양하기 위해서는 나와 남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서로의 어쩔 수 없는 다름을 인정할 수 있을 때, 지적할만한 상대의 문제점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다. 

어차피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방식은 개별적이고도 특수한 형태를 띤다. 애당초 보편성을 추구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인생은 우위나 우열을 가리거나 경계를 나눠서 분간하는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내 생각대로 꼭 집어서 가리키는 '지적'이나, 말로 거들어 상대의 생각을 깨우쳐 주겠다는 '조언'은 그리 대단한 것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둘째는, 지적과 조언으로부터 내 인생을 보호하겠다는 강한 자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한낱 대중의 흐름에 편승해 물살을 타고 정처 없이 부유하고 싶지 않다. '나'를 규정한 어떤 자아상도 내가 될 수 없다. 그리하여 내가 아닌 나를 향한 가벼운 지적과 조언도 그리 달갑지가 않다. 그저 어느 날은 깊이 침잠하다가 또 어느 날은 하늘로 높이 뛰어오르고 싶을 뿐이다. 그런 예측 불가능성은 우리네 삶을 한층 더 유쾌하게 만들 것임이 틀림없다. 


이다루 작가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마흔의 온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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