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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美 현지생산만 세제 혜택' 다급해진 현대차‧기아

美 상원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통과…노조는 고용 감소 우려로 반대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2.08.10 16:35:27
[프라임경제] 테슬라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며,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꽃길만 걸을 거 같던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최근 미국 상원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통과시키면서, 내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당초 계획보다 현지생산 계획을 앞당겨야만 한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해외 생산라인 증설에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이 미국 중심의 친환경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은 오는 12일 전후로 하원에서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며,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 위해 친환경에너지와 전기차 보조금 등에 3690억달러(약 479조원)를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전기차시장 확대를 위해 보조금 상한선을 폐지하면서 새 전기차를 구매할 시 소비자에게 7500달러(약 980만원), 중고 전기차를 사는 저소득·중산층에는 4000달러(약 520만원)에 이르는 세액공제를 제공해 준다. 

현대차 아이오닉 5. ⓒ 현대자동차


보조금을 받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해야 하고, 배터리 부품과 그 원재료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일정 부분 이상 조달 또는 생산한 경우다. 아울러 미국 안보에 우려되는 외국 회사 부품이나 핵심 원재료를 포함한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비율은 순차적으로 내년에는 40% 이상, 2027년에는 80%, 2029년에는 100%를 충족시켜야 한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도 내년부터 북미에서 생산·조립 비중이 50%를 넘어야 한다. 

즉, 미국이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와 배터리 부문에서도 중국을 원천 차단하려고 본격적으로 움직인 셈이다. 이에 표면적으로는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주력 전기차이자 전량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아이오닉 5와 EV6 역시 내년부터 당장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현대차와 기아로서는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을 서두를 필요성이 커졌지만,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생산라인. ⓒ 기아


앞서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6조3000억원을 투입해 조지아 주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밝혔지만,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오는 2025년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결국 2023년부터 조지아 공장 완공 시점까지 2년 반 동안 현대차·기아는 현지에서 전기차를 세제혜택 없이 판매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또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의 미국 현지 생산을 결정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있다. 

현대차·기아 모두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전기차를 해외에서 생산하려면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들 노조는 국내 고용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수요가 많은 전기차의 미국 생산을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전기차 현지생산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현지 생산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더딘 사이에 미국 완성차 업체인 GM(제너럴모터스)과 포드, 독일 폭스바겐,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 테슬라 등은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 동시에 생산 규모 역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IRA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처럼 주요국 정책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 역시 기민하게 생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가 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은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현대차그룹으로써는 노조에 발목이 잡혀 있다 보니, 미국 조지아 공장의 건설을 앞당기는 것이 최선의 방안일지도 모르겠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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