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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 내세요" 제멋대로인 마을발전기금, '삥 뜯기'는 귀촌인들

리틀포레스트 꿈꾸지만, 원주민 텃세에 역귀농귀촌자 증가

김상준 기자 | sisan@newsprime.co.kr | 2022.08.17 16:23:37
[프라임경제] # 경기도 인근의 땅을 구입한 박 모씨. 경매에 나온 땅을 귀농귀촌을 목적으로 구매했다. 목이 대지로 되어 있고, 규모는 1650㎡(약 500평)이다. 오래된 건물이었고, 임차인이 무허가로 거주하는 상태였다. 박씨는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임차인들에게 이주를 권했고, 이사합의까지 했다.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던 건물철거는 마을이장과 노인회장이 등장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귀농귀촌을 추진했다 회귀를 선택한 경우 절반이상이 선입견과 텃세로 노골적 마을발전기금요구도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


이장과 노인회장은 건물 철거시 발생할 수 있는 소음과 분진을 이유로 1000만원을 마을발전기금으로 낼 것을 요구했다. 근거는 없었다. 돈 지급을 거부하자 건물 앞을 가로막고 주민들에게 마을 방송까지 해가면서 철거를 방해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례를 보면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의 사례가 많다. 교통이 편리하고 의료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도서 산간벽지에 비해 귀농귀촌 예정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집성촌이 많고 주민들의 텃새가 너무 심해 귀농인귀촌의 꿈을 접었다는 내용이 많다. 여기서 공통점으로 등장하는 것이 발전기금이다. 보통 200만원대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처럼 개인에게 1000만원을 요구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다. '삥 뜯듯'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힘들게 해 돈을 내지 않으면 귀농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귀농귀촌인들은 절대 권력을 가진 마을 이장과 노인회장의 길들이기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노인회장이나 이장에게 먼저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대부분의 이유고 마을 잔치나 발전기금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면 거부할 수가 없다.

귀농을 포기하면 소송을 하겠지만 살기를 원하는 경우 마을 사람들과 등지고는 살 수 없기에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어 횡포가 날로 지능화 되고 조직화 되고 있는 것이다.

리틀포레스트를 꿈꾸며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하면서 원주민과의 마찰 또한 커지고 있다. 특히 마을발전기금에 대한 분쟁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마을발전기금은 자발적으로 지역 내 민간차원에서 관리되는 공공기금이다. 그런데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하면서 일부 마을 입김 강한 사람의 뭉칫돈으로 변질되면서 법에도 없는 악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20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마을지역기금 관련 갈등은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대두된 후 전국적인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연구원이 마을발전기금을 키워드로 빅데이터 분석을 해본 결과 부정적인 반응이 77.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경기도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는 마을단위 갈등조정관을 파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역시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조정관을 파견해 대화로 해결할 뿐이다.

조정관은 "대부분이 도로를 점거해 공사를 막거나, 근거 없는 마을발전기금을 요구하는 게 대부분"이라며 "해결이 안되면 법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일이고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피해보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귀농귀촌 해마다 급증…​2021년 51만5434명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귀농귀촌 인구는 51만5434명이다.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귀농은 1만9776명, 귀촌은 49만7187명이다. 귀농귀촌 인구는 2019년에 주춤한 후 2020년 49만4569명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후 2년 연속 증가했다.   

이처럼 귀농귀촌 인구가 많은 이유는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살기'라는 현대인의 욕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0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 응답자 41.4%는 향후 귀농·귀촌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년 대비 6.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귀농귀촌 의향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서'(43.2%)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서'(20.5%)가 2위에 올랐다.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농촌 거주 경험이 있거나 가족 중에 농업인이 있는 경우, 자영업 종사자일 경우 상대적으로 높았다.

정부와 지자체도 귀농귀촌 지원사업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지난해 정부도 맞춤형 지원, 정착지 특성을 반영한 지역별 자율프로그램 강화 등을 담은 2차 귀농귀촌종합대책을 수립, 발표했다. 

지자체도 귀농귀촌 지원사업이 활발하다. 지자체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귀농귀촌 유치사업, 농업창업지원, 주택자금지원 등을 실시중이다. 이 중 농업창업 지원은 일반적으로 세대당 3억원 한도로 지원된다. 주택구입자금은 세대당 7500만원 한도다. 모두 대출금리 2%, 5년 거치 10년 원금균등분활상환이다.  

◆지방소멸 막아라…공든 탑 무너진다

정부와 지자체의 귀농귀촌 지원사업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이유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의 평균)은 0.81명이다. 역대 최저치다. 올해 출산율이 0.7명, 내년은 0.6명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행정안전부도 지난해 10월 자연적 인구감소와 사회적 인구 유출로 소멸 위기에 놓인 전국 89곳 시·군·고령화와 공동화로 소멸위기에 직면한 군단위 농촌지역이 69곳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귀농귀촌인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맞춤형, 실속형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다. 농촌에 사람이 몰려야 활력을 되찾을 수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방자치단체 20곳과 함께 농촌이 '모두가 살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농촌협약식을 실시중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약 240억원의 국비를 투입해 해당 농촌을 모두가 살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지원이다.

문제는 이같은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을발전기금 등의 원주민 텃세로 역귀농귀촌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귀농귀촌 100명 중 7~8명은 도시로의 회귀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지역주민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회귀를 선택한 경우도 적지 않다. 

갈등 요인은 선입견과 텃세(51.2%)가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노골적인 마을발전기금 요구도 포함돼 있다. 이어서 생활방식에 대한 이해 충돌, 집·토지문제, 영농방식의 차이, 마을 일이나 모임 참여가 뒤를 이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관계자는 "마을발전기금에 관한 투명한 관리규약이 필요하다"며 "마을 공동체가 직접 공동재산을 자체 조사하고 목록을 작성하게 함으로써 주민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려고 하는 노력을 수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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