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봉 5300만원인데 투잡?"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근태 논란

허술한 근태관리 원인…근무시간 전 퇴근 '용돈벌이' 관행

[프라임경제] 국내 승강기 안전관리사업 주체이자 공공기관인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사장 이용표)이 직원들의 근태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직원들이 근무시간 중 이른바 '투잡'을 뛰는 등 공기업 복무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공단 직원이 "일찍 퇴근해서 대리운전도 뛰고 배달도 뛰고 심부름 대행도 뛴다"며 "(회사를 옮기기에는)우리 공단이 투잡하기에 좀 더 괜찮다"고 쓴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행정안전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현 이용표 이사장은 지난해 5월 3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정부 부산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을 지냈다. ⓒ 프라임경제

공단 직원인 A씨는 "원래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승강기 검사 업무를 마친 직원들은 오후 3~4시경, 이르면 오전 중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를 악용해 용돈벌이에 나선 직원들이 문제의식마저 못 느끼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제보와 일련의 게시글들을 종합하면 공단의 허술한 근태관리는 일종의 관행처럼 이어져 왔으며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A씨는 "일찍 현장 퇴근한 직원들이 하도 돌아다니니 '제발 근무복이라도 갈아입고 다니라'는 말이 나온다"며 "직원이 1500명이 넘으니 감사실이 일일이 단속하기도 어렵고 가벼운 징계 정도로 넘어가곤 한다"고 귀띔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최근 올라온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관련 게시글. 해당 게시판은 인증된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다. ='블라인드' 게시글 캡쳐

상대적으로 느슨한 근태관리를 악용해 겸직 의무를 어기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기업의 직원은 직무 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한다. 비영리 목적의 업무와 계속적이지 않은 영리업무를 겸하기 위해서는 기관장 등 상급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복무관리 부실 지적에도 맹탕 감사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근태관리 미흡 등 복무 관리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이와 관련해 공단은 특별감사에 착수해 지난달 4건의 지적사항을 파악해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맹탕'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직원 평균 연봉이 5300만원이 넘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근무시간 중 꼼수로 용돈벌이에 나섰다는 점이 비난을 받는 이유다.

공공기관 공시 포털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공단의 일반 정규직원의 1인당 평균 보수는 5361만2000원, 신입사원 초임은 3993만3000원이다. 이는 작년 12월 국세청이 전년도 근로소득세 연말정산 신고 노동자 기준으로 발표한 우리나라 1인당 평균 연봉 3828만원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경기 불황에 몰린 월급쟁이들이 몰래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버는 짠한 상황과는 결이 다르다는 얘기다. 

올해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정직원(일반) 1인당 평균 보수는 5361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공공기관 알리오

◆"일탈 상황 파악되면 즉시 조치할 것"

공단측은 최근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약속한 가운데, 관리 소홀과 직원들의 기강해이 정황이 재차 불거진 셈인지라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공단에 따르면 현장 직원들은 스마트 업무 시스템을 기반으로 현장 업무가 종료되면 '실시간 대기' 상태로 일종의 탄력근무제가 적용된다. 논란이 된 직접 퇴근은 주 1~2회 정도로 제한되며 대부분 사무실로 복귀하거나 현장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게 공단 측의 설명이다. 

감사실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전직원을 일일이 사찰하듯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구체적인 대상자와 일탈 상황만 파악되면 즉시 조치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행정안전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지난해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5등급 가운데 3등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