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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롯데타운’ 롯데건설이 금품수수까지 한 속앓이

5년 전 강남 재건축 수주 벌금형…불안정한 시장으로 금품매수 더 우려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2.08.26 09:29:46

롯데건설이 2017년 시공사로 선정된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 조감도. ⓒ 롯데건설


[프라임경제] 그동안 '클린 수주전'을 지향하던 도시정비사업이 여전히 무법지대임이 드러났다. 브랜드 가치나 상품성 등의 경쟁력이 아닌, 조합원 향한 금품 매수 여부가 사업 수주를 좌우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은 지난 24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롯데건설 법인에 대해 벌금 70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직원들과 조합원 등은 각 벌금 500만~700만원이 선고됐고, 현장 책임자은 징역형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문제의 사업지는 서울 송파구 소재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와 서초구 '신반포15차 아파트'다. 이중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건 공사비 4700억원 규모의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다. 

◆"그룹 앞마당 사수" 절실한 의지…위법까지 불사

롯데건설은 2017년 10월 열린 시공사 선정 조합원(전체 1412명 중 97%인 1370명 참여) 투표 결과, 736표를 획득하며 606표에 그친 GS건설을 제치고 시공사로 낙점됐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1888가구 규모 단지로 재탄생할 미성·크로바 사업은 서울지하철 2·8호선 잠실역과 2호선 잠실나루역이 가까운 '잠실 알짜 단지'로 꼽힌다. 무엇보다 롯데건설 입장에서는 그룹 숙원 사업인 '잠실 롯데타운' 토대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잠실역 주변은 롯데월드타워와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등이 자리 잡고 있는 그야말로 '롯데그룹 홈그라운드'다. 이에 해당 사업을 통해 인근 123층 롯데월드타워와 연계한 잠실권 랜드마크 아파트로 만들겠다는 구상인 셈. 

실제 롯데건설이 조합에 제시한 옵션(택 1)은 △초과이익부담금 569억원 지원 △공사비 569억원 감액 △이사비 1000만원·이주촉진비 3000만원 제공 등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해당 조합이 앞서 불거진 반포주공1단지 '거액 무상 이사비 제공' 위법 논란 여파로 이사비 지원을 거부했다. 그러자 롯데건설은 공사비 감액 등 합법적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시 롯데건설 관계자는 잠실 미성·크로바 수주에 대해 "'그룹 앞마당을 사수해 잠실의 롯데타운을 만들겠다'는 임직원의 절실하면서도 강한 의지가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잠실 롯데타운'을 향한 의지는 절실함을 넘어 위법행위까지 불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자사 직원과 홍보용역업체 등을 동원해 총 225회에 걸쳐 5100만원 상당 금품 등을 조합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물론 롯데건설 입장에서는 5000여만원 상당의 부당거래만으로도 그룹 숙원 사업을 이뤄내긴 했지만, 정당성 측면에서는 의구심을 피하지 못할 처지가 됐다. 

◆고급화 경쟁 뒤 '전의 전쟁' 롯데 1억3000만원 VS 대우 1억5000만원 

한편 신반포15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경우 롯데건설이 그 이상의 부당거래를 진행했음에도 불구, 수주에 실패한 사례다. 2017년 9월 진행된 시공사 선정 조합원 투표 결과 '경쟁사' 대우건설이 103표를 획득한 반면 롯데건설은 77표에 그쳤다. 

공사비 2370억원 규모의 신반포 15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지하 4층~지상 34층 아파트 6개동(630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당시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펼친 수주전은 높은 브랜드 파워와 강남권 랜드마크 특화설계라는 '아파트 고급화' 경쟁으로 비춰졌다. 

대우건설이 신반포15차 조합에 제시한 조감도. ⓒ 대우건설


실제 대우건설은 서초 푸르지오 써밋에서 선보였던 스카이브릿지 설계와 함께 커튼월 시스템을 제안했다. 롯데건설은 이에 대응해 △다이닝 서비스 △하우스 서비스 △카 서비스 △계열사 할인 혜택을 받는 그룹 서비스 등이 포함된 컨시어지 서비스(호텔 객실서비스) 등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런 '아파트 고급화' 경쟁 뒤로 보이지 않는 거래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롯데건설은 해당 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해 조합원들에게 14만원 상당 과일 또는 여행 경비 등으로 354회에 걸쳐 총 1억3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제공했다. 

이런 부당거래에도 불구,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지 못한 이유는 대우건설 역시 동일한 수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건설은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으로부터 해당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 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직원의 경우 징역 1년3월에 집행유예 2년 처분을 받았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홍보대행사 등에게 1억5000만원 상당 자금을 제공하며, 조합원들을 매수하는 데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조합원들에게 제공된 현금 400만원, 선물 2900만원에 그쳤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항소심을 진행했지만, 지난 19일 열린 선고공판 결과 원심 판결을 바꾸진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금품 또는 사은품 제공은 시공사 선정 절차를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입찰에 참여한 다른 건설사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사용된 비용은 결국 공사비에 반영돼 다수인 조합원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그동안 상승장 시기 탄력을 받았던 도시정비사업은 최근 고금리와 함께 금융비용 및 공사비 상승 등 여파로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사업 시기와 함께 진행 여부 자체를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 

과연 건설사들이 이런 불안정한 시장 내 우위를 점하기 위해 또 다시 '금품 매수'라는 악습을 이어갈지 또는 브랜드 가치나 상품성 등 경쟁력을 통한 '클린 수주'를 펼칠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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