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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품발품] 공공재개발 18곳 중 8곳 선정 "누구 위한 재개발인가"

탈락 지역 중심으로, 선정 기준·공정성 불만 속출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2.09.02 16:14:39

편백마을에는 오래된 주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발표한 '2차 공공재개발 신규 후보지' 선정에 있어 탈락지들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선정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탈락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조차 통보받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결국 '공공사업' 취지인 투명함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국토부는 정비 사업이 어려운 곳을 대상으로 철저한 심의를 통해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정비구역 지정요건 충족 여부(노후도·접도율 등)와 도시재생 등 대안사업 추진 여부 등을 충분히 고려했다. 이후 '국토부·서울시 합동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에 상정해 △사업공공성 △정비시급성(노후도) △실현가능성 등을 면밀히 심사 후 8곳을 확정했다.

"공공재개발은 사업성이 부족한 곳을 대상으로 주거 개선을 돕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당초 취지를 빗나갔으며, 과연 철저한 심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결과를 볼 때 사업성만 따지는 민간 개발 방식과 다를 게 없다. 이번 선정 과정도 사업성에 중점을 둔 것으로 의심된다. 국토부는 탁상행정이 아닌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길 바란다." - 편백마을 주민 A씨(49세, 남)

이에 본지는 2차 공공재개발 탈락지 편백마을(가칭 신사2구역)·성북3구역을 방문해 현재 상황과 주민 이야기를 들어봤다.

◆재난민이 조성한 동네 "지자체는 탈락 사유를 공개하라"  

편백마을은 노후도가 80%에 육박하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개발을 통한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편백마을은 급경사인 데다 차량 한 대조차 지나가기 힘든 골목들로 조성돼 있다. 주택들도 노후화돼 1980년대 풍경을 연상케 한다. 주차공간도 부족해 도로 곳곳에 주차된 차량으로 골목은 한층 좁게 느껴진다.

기후 변화에 취약한 반지하 세대도 즐비하다. 건물마다 크랙도 발견된다.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간이 지지대를 설치한 건물도 눈에 띈다. 65세 이상 비율이 30%가 넘는 이곳은 높은 경사 탓에 이동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급격한 경사 탓에 주민들은 이동에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 프라임경제


"196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갈 곳 없는 재난민들이 조성한 동네다. 도로가 좁아 대형 트럭 진입이 불가해 상수도관 수리도 할 수 없다. 녹물이나 화장실 역류는 일상이며, 모든 세대가 필터와 정수기를 사용할 정도다. 마을버스(은평 10번)가 유일한 이동 수단이지만 이조차도 평일 2대만 운영된다. 소방차 진입이 불가해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한 가구는 겨울 수도관 동파로 2주간 물을 사용할 수 없었다." - 이정희 편백마을 재개발사업 추진위원회 부위원장

편백마을 주민들은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2015년 돌연 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 해제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당시 주거환경개선지역으로 선정되면서 개발 기대감이 커졌지만, 환경을 변화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편백마을 한 주민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근본적인 주거 개선은 없다"라며 "급격한 경사에 대비하기 위한 계단 손잡이 설치와 주거환경개선지역을 표현하기 위한 전봇대 그림 조성 정도가 전부"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고지대지만 폭우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고, 특히 주택마다 있는 반지하 세대 피해는 매우 극심하다"라며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건물들인 만큼 주민들은 매일 생존 위협을 겪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건물 붕괴 방지를 위해 설치한 지지대(왼쪽)와 반지하 주택. ⓒ 프라임경제


이런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편백마을은 지난해부터 1차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과 2차 공공재개발 사업에도 공모했지만, 지자체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탈락'이었다.

이성진 편백마을 재개발사업 추진위원장은 "높은 동의율(약 70%)로 신통기획과 공공재개발을 신청했지만 모두 낙방했다"라며 "지자체에서는 구체적 탈락 사유도 알려주지 않아 주민들은 답답함과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구역마다 처한 환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공모 방식으로만 사업을 추진하니 기약 없는 공모에 주민 혼란과 불필요한 기회비용만 상실되고 있다"라며 "당초 공공재개발 후보지 18곳 선정을 예고했지만, 최종 8곳만 선정된 이유도 알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성북3구역, 벌써 네 번째 좌초 "우리는 재개발을 반드시 원한다" 

"공공재개발 후보지 발표가 난 다음날 주민들 전화가 북새통을 이뤘다. 이번만 4번째 개발 좌초다. 탈락 이유에 대해 물어보는 주민들에게 극심한 분노가 느껴졌다." - 성북3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

편백마을에 이어 또 다른 탈락지인 성북3구역 역시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성북3구역 역시 노후도가 84%에 달해 '판자촌'이라는 명칭이 손색없는 구역이다. 편백마을과 같이 열악한 주거 환경을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성북3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출범, 높은 동의율(77.5%)로 조합이 설립되면서 사업 추진이 예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정비사업구역 직권해제를 당했다.

"직권해제 이후 1차 공공재개발(2020년)과 도심공공복합개발사업(2021년)을 연이어 신청했다. 하지만 도시재생지역이라는 점과 용도 지역 상향 협의 기준 등의 규제로 재차 탈락 고배를 마셨다.  주민들은 수차례 아픔을 겪은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선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대감은 무너졌다.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 1기 신도시에 신경 쓰기보다는 당장 생존권이 걸린 우리 목소리도 들어주길 바란다." - 성북3구역 주민 B씨(64세, 남)
 

한눈에 봐도 열악한 주거 환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 프라임경제


성북3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는 최소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원하는 것이고 이런 불만들은 공공재개발 탈락지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탈락이 반복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 동의율 등 추진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이미 선정된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사업 철회'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공모 방식이 아닌 개발을 원하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공재개발 추가 후보지 발표로 인해 탈락지 곳곳에서 민심이 들끓는 모습이다. 과연 정부와 지자체가 추후 입장을 제시할 수 있을지, 또 이를 통해 불만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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