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31일…달라진 건 없었다

사망자 121→126명, 경영‧노동계 갈등에 시행령 개정 '치일피일'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2.09.14 16:59:38
[프라임경제] 중대재해처벌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200여일이 지났지만, 정착 속도가 더디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사망자와 중대사고 건수가 줄어들지 않은 데다, 9월 중순 발표를 앞둔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탓이다. 이로 인해 경영‧노동계의 첨예한 대립이 법안의 취지를 오히려 막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31일이 됐지만 사망자와 중대사고 건수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법안 정착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연합뉴스


지난 1월27일, 산업 현장에서 사업주가 안전, 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경우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됐다.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위반해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 및 경영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게 골자다.

법 시행 이후 사망자 오히려 증가

이로 인해 시행 초기 경영계의 반발이 거셌다. 사업주나 경영자 처벌이 가혹하다는 게 경영계의 이유다. 이같은 거센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이 230여일이 지났지만, 현실은 달라진 게 없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 상반기에만 총 1142명(질병 696명, 사고 446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이 222명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제조업(89명)과 서비스업(65명) 등이 뒤를 이었다. ⓒ 프라임경제


여전히 중대산업재해는 발생하고, 근로자 사망자 수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의원이 12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산재 사망자 수는 △2017년 1957명 △2018년 2142명 △2019년 2020명 △2020년 2062명 △2021년 2080명 등 매년 2000명 안팎을 기록했다. 이는 산재와 관련해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모두 합친 것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 상반기에만 총 1142명(질병 696명‧사고 446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이 222명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제조업(89명)과 서비스업(6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시행 이후 6개월간 국내 50인 이상 사업장 내 사망자는 126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21명)에 비해 되레 5명 늘었다. 게다가 법 시행 이후 적용 대상 사건은 115건이지만 고용노동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지난 7월 중순 기준 약 12%인 14건에 그쳤다. 

그나마도 검찰이 재판에 넘긴 사건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중대재해에 따른 사망 사고는 여전한데, 정작 수사·기소 등 사정 작업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소 결론에 이르는 시간이 지나치게 긴 점도 문제다. 처벌에 대한 초점이 쏠리다 보니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조사·수사를 하는 쪽'(사정기관)이나 '조사·수사를 받는 곳'(기업) 모두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는 탓이다. 법안 정착과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요소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세부조항을 담은 시행령 개정이 미뤄지면서 관련 벌칙 조항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여기에 윤 정부의 친기업 정책도 처벌이 미흡해지는 점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노동계 밥그릇 싸움…시행령 개정은 뒷전

경영계과 노동계는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두고 시행령 개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 연합뉴스


경영계와 노동계 견해 차이는 시행령 개정의 걸림돌이다. 아직까지도 봉합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다. 

지난 1일, 고용노동부는 노사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쟁점은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다. 경영계는 "해당 기준에 대한 보건 확보의무의 모호성으로 현장의 혼란이 심각하다"며 △직업성 질병 범위 축소 △안전·보건 관계 법령을 산업안전보건법 등으로 특정 △'필요한', '충실한' 등 모호한 표현의 삭제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법률상 위임근거가 없어도 법 시행에 필요한 사항이면 하위법령에 규정할 수 있음을 근거로, '경영책임자 개념 구체화' '실질적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시행령을 통해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해외 입법례 등을 고려할 때 명확성이 낮지 않고, 지금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착을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지 시행 1년도 안 된 법령의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행령을 개정한다면 △직업성 질병의 범위 확대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포괄적 규정 △위험성 평가 시 종사자의 참여 보장 등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며 안전사고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현장 관리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노무사 A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중한 사고가 벌어진 것에 대한 처벌 보다는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처벌에 대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노동계의 싸움만 길어지며 노동계와 관련 없는 대다수의 실 근로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새 정부에 범부처 차원의 중대 재해 관리 정책과 이를 총괄하는 지원 체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보건상의 위험이 방지되지 않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인이나 기관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부상, 질병의 경우 사업주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