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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의 美친 디자인] 디자인에도 MBTI가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최예나 칼럼니스트 | yenachoi@b-forbrand.com | 2022.09.14 16:15:36
[프라임경제] 디자인 에이전시를 운영하면서 이 업의 장점을 뽑으라고 하면, 그중 하나는 다양한 기업들과 리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여러분들을 만나다 보면 '사람들의 다름'을 경험하게 된다. 

각기 다른 모양새와 조직의 분위기, 그리고 업종들을 만나 대화를 통해, 취급하고 있는 종목에 따라 또는 결정권자의 성향 등을 통해 브랜드 디자인의 최종 결과물이 나온다. 

브랜드 디자인을 시작할 때 내가 가장 첫 번째로 하는 행동은 최종 결정권자의 인터뷰다. 그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 등을 듣게 되면 수많은 경우의 수의 폭을 좁힐 수가 있고 또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한층 단축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MBTI도 나를 파악하고 상대방을 파악해 더 나은 팀워크 또는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려고 하듯이, 우리 팀 또한 임직원들과의 심층 있는 대화를 통해 더 좋은 퍼포먼스와 아웃풋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인터뷰에 큰 비중을 싣는다. 

최종 결정권자와 여러 가지 측면에서의 질의응답과 깊은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수많은 경우의 수 중 자연스레 디자인 방향성이 구축된다. 

결정권자와 브랜드가 닮은 것을 확연히 보여줄 좋은 사례가 최근에 있었다. 

얼마 전 마무리를 지은 프로젝트 중 국제학교를 리브랜딩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사장님이 새로 취임하게 되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는데, 이사장님은 영국이나 아이비리그 학교들처럼 국내에도 클래식하고 기품이 있는 명문 학교를 세우고자 하는 포부가 있었다. 

거제도에 위치한 학교를 답사하면서 이전에 학교에 대한 히스토리를 리서치 해보니 그때의 최종 결정권자의 성향은 우리 클라이언트와 정반대였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기존 학교의 브랜드 디자인을 보면서, 이전 이사장님은 따뜻하고 밝은, 아이들이 공부에 치중하기 보단 창의성과 액티브한 에너지를 더 강조했던 분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기존 로고 디자인이나 컬러, 모티프만 보더라도 이 공간은 천진난만하고 웃음꽃이 가득한 곳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컬러풀한 색연필 심볼과 워드마크, 알록달록한 자유로운 내부 분위기. ⓒ 비포브랜드


그 와 정반대인 우리의 클라이언트이자 이번에 새롭게 취임한 이사장님은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인텔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유능한 영국 신사 같은 애티튜드를 갖춘 분이었다. 우리는 3개월의 열띤 고민과 소통 그리고 수많은 스케치를 통해 디자인을 제안했고 그렇게 최종 결정된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새롭게 탄생한 브랜드 디자인. 국내에서 보기 힘든 명문 학교의 모습을 보인다. ⓒ 비포브랜드


성향에 따라 극과 극의 차이를 보여주는 학교 마스코트를 한번 살펴보겠다. '부기'라는 이름을 가진 귀엽고 친근한 거북이 마스코트와, 이번에 새로 선정된 '불사조' 마스코트는 번영을 상징하며 강인함과 젊음을 상징하고 있다. 

귀엽고 친근한 '부기'와 불멸의 상징이며 쟁취를 의미하는 '불사조'. ⓒ 비포브랜드


클라이언트 이전 이사장님을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그분은 아마도 아이들은 아이들 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자하고 푸근한 분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반면 새 이사장님은 아이들의 총명함과 유능함을 이끌어 올려주실 것만 같은 카리스마가 있고, 명문 학생과 명문 학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변화시켜 줄 강력한 의지와 능력이 비춰진다. 

우리가 잘 아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어느 강연이나 공식 석상에도 청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까만색 목티는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되었다. 원래 애플의 로고는 1976년도 공동창립주인 로널드 웨인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뉴턴 버전의 로고가 복잡하고 올드하다고 느껴 로고를 단순하고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탄생하길 원했고, 그렇게 탄생한 로고는 우리가 잘하는 형태이기도 하다. 그렇게 심플하게 바뀐 로고는 최고 결정권자인 스티브 잡스처럼, 또 그가 만들어낸 제품들처럼 군더더기 없고 심플하다. 즉 결정권자를 닮았다. 

뉴턴을 오마주한 디테일한 로고와 심플하지만 의미가 내포된 스티브 잡스의 로고. ⓒ 비포브랜드


결국에 브랜드 디자인은 최종 결정권자의 회사 방향성에 따라 기획되고 설계되며 디자인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기업의 BI나 CI는 결정권자와 매우 닮았음을 볼 수 있다.

브랜드도 키워나가는 과정이기에 탄생을 시켰으면, 단기 중기 장기 플랜을 갖고 예쁘게 단장도 해주고 또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시술도 해 줘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내 브랜드의 모습은 어떠할까? 현재 나와 있는 제품이 또는 서비스가 나다움을 입었을 때 그 브랜드가 나의 분신 역할을 잘 대변해 주고 있는지를 한 번 점검해 보길 권한다. 나의 브랜드도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기억하자.  

글/ 최예나 칼럼니스트 
비포브랜드(B for Brand)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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