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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10년 주기설' 암흑시대 재현되나

코로나19와 러시아 여파 '글로벌 고금리 기조' 규제도 여전한 난제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2.09.15 15:13:27

최근 전국 아파트값이 좀처럼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자 업계에서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극심한 거래 침체 여파로 10년마다 사이클처럼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10년 주기설'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임에도 부동산 시장 흐름이 원활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거래 침체와 집값 하락세 장기화로 암흑시대 재현이 우려되고 있다. 이로 인해 언급되는 게 바로 '부동산시장 10년 주기설'이다.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한국부동산원 기준)은 5월9일 하락전환(-0.01%) 이후 18주 연속 떨어지는 등 금리 인상 및 경제 불안 여파로 좀처럼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9월 첫째 주(0.17%↓)의 경우 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공표(2012년 5월7일) 이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서울 지역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25개구 모두 하락세를 기록한 서울 아파트값(0.15%)은 전주와 비교해 0.02%p 떨어졌다. 이는 2013년 8월5일(-0.15%)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수도권 역시 2012년 9월10일(-0.22%) 이후 최대치(0.21%)를 기록했다. 

아파트 거래량도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로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직전 침체기인 '10년 전' 2012년을 넘어 역대 최저 수준에 그쳤다. 이에 업계에서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극심한 거래 침체 여파로 10년마다 사이클처럼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10년 주기설'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 

◆시장 변곡점, 외환위기 · 금융위기 '대형 악재 여파'

'10년 주기설'이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건 서울 등 주요 지역 주택시장이 눈에 띄게 약세를 보이던 2018년 전후다. 

당시 서울 아파트값(KB통계 월간시계열기준)은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전셋값의 경우 무려 11주째 내림세를 이어가기도 했다. 2014~2015년 분양시장 호황으로 입주 물량마저 쏟아지는 동시에 시장을 떠받치던 초저금리 기조도 깨지는 등 시장을 둘러싼 여건도 좋지 않았다. 

이때를 기점으로 10년 주기설이 대두되긴 했지만, 잠시 주춤했던 조정기에 불과했다. 오히려 그해 서울 아파트값은 전년말 대비 13.56% 상승하면서 본격 고공행진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KB통계 기준 1997년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 프라임경제


'부동산 시장 10년 주기설'이 풍문처럼 떠돌긴 하지만, 실제로도 1980년대 이후 상승·하락장이 10~12년 간격으로 반복되고 있다. 이는 전국 '아파트 시장 척도'로 불리는 서울 아파트값을 살펴보면 시장 변곡점이 명확히 보인다. 

1997년 당시 서울 아파트값은 전년말 대비 5.18% 상승했지만 'IMF 외환위기' 여파로 이듬해인 1998년에는 13.56% 하락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1999년(8.54%↑) 상승 전환을 이뤄낸 이후 △2000년 1.38% △2001년 14.55% △2002년 22.78% △2003년 9.57% △2005년 5.85% △2006년 13.75% △2007년 2.14% △2008년 2.30% △2009년 1.58% 등 주춤했던 2004년(1.02% 하락)을 제외한 10년 이상 무서운 기세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8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 위기'도 국내 부동산 시장 상승세를 꺽진 못했다. 다만 연이어 불거진 '저축은행 사태'로 시장 내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2010년(2.19% 하락)부터 △2011년 0.44% △2012년 4.48% △2013년 1.84% 등 4년간 하락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본격 시행된 2014년(1.09%↑) 이후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 5.56% △2016년 4.22% △2017년 5.28% △2018년 13.56% △2019년 2.91% △2020년 13.06% △2021년 16.40%로 8년간 오름세를 유지했다. 

특히 '10년 주기설'이 거론된 2018년의 경우 금리 인상 기조를 펼친 미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은 저금리를 유지해 유동자금이 넘쳐나는 데다 세계 주요 도시 집값 역시 상승세를 유지한 바 있다. 나아가 인구 감소에도 불구, 1인 가구 증가로 가구 수는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고공행진 조짐이 포착되기도 했다. 

◆美연준 금리 4.5~4.75% 전망…여전한 규제도 안정화 '발목'

하지만 올해 시장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외환위기 및 금융위기 그 이상의 '코로나19 팬더믹'이라는 대형 악재와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으로 글로벌 경기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시장 암흑기'였던 2010년과 비슷한 흐름이다. 

2010년 당시 버블세븐 지역 중 가격이 급락한 지역들을 보면 대부분 대출 규제 및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한 단기 수요들이 급매를 던지면서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가격도 30% 이상 하락하는 곳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 한국은행


최근의 경우 두 차례에 걸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p 금리 인상)을 펼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적으로 '울트라 스텝(1.0%p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노무라 증권은 내년 2월 최종 금리 전망치로 4.5~4.75%를 추정했다. 

이처럼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점진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던 한국은행도 긴축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고금리 기조와 함께 부동산 규제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정부가 LTV 상향 조정 등을 완화하긴 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적지 않은 규제들이 시장 안정화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 강남권을 포함한 서울 전역에서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3억원 하락한 급매물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금 여력이 넉넉지 못한 단기 투자수요의 급매가 불안한 시장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동시에 내년까지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후 상황을 종합할 때 주택시장은 향후 하락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단기간 급등한 몇몇 지역들의 아파트값 하락도 급격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몇년간 엄청난 호황을 누렸던 부동산 시장은 불과 몇달 만에 각종 대형 악재와 정부 규제로 그야말로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부동산 시장이 어떤 변곡점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 아니면 암흑기에 빠져 혼돈을 맞이할지 향후 시장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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