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된 '디에이치 자이 개포' 전경. ⓒ 현대건설
[프라임경제]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브랜드 네이밍'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브랜드 네이밍에 신경을 쓰면서 하자보수 등 품질에도 논란이 많다는 점이다.
◆진화하는 '아파트 네이밍'
현재 대표적인 대형 건설사들의 고유 브랜드는 삼성물산(028260) '래미안'을 필두로 △현대건설(000720)·현대엔지니어링 '힐스테이트' △DL이앤씨(375500)·DL건설(001880) 'e편한세상' △GS건설(006360) '자이' △포스코건설 '더샵' △대우건설(006360) '푸르지오' △HDC현대산업개발(294870) '아이파크' 등이 존재한다.
중견 건설사 역시 △우미건설 '우미린' △서희건설(035890) '서희스타힐스' △중흥건설 '중흥S-클래스' △코오롱글로벌(003070) '하늘채' △태영건설(009410) '데시앙' 등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단지 가치를 이끌고 있다.
이런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수요자들 반응은 뜨겁다. 국내 부동산 시장 특성상 똑같은 입지인데도 불구하고, 보다 우수한 브랜드가 적용되는 단지는 일대 '대장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브랜드가 가격을 결정짓는 잣대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에 대한 브랜드평판 9월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일반 아파트 브랜드 순위 1위는 힐스테이트(현대건설)다. 엎치락 하는 2위부터 4위는 푸르지오(대우건설), 롯데캐슬(롯데건설), 자이(GS건설)가 차지하고 있다. e편한세상(DL이앤씨·DL건설)과 래미안(삼성물산)이 뒤를 잇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시공능력 평가 1순위인 삼성물산이 2위인 현대건설에 비해 브랜드 순위에서는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자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니즈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일무이한 상품성과 가치, 차별성'을 강조하는 일명 '하이엔드 브랜드'를 출시하고 수요자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주요 하이엔드급 브랜드로는 DL이앤씨 '아크로'를 포함해 △현대건설 '디에이치' △대우건설 '푸르지오 써밋' △롯데건설 '르엘' △포스코건설 '오티에르' △SK에코플랜트 '드파인'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지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브랜드라는 점에서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울러 하이엔드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브랜드를 포함해 단지 입지와 특장점을 부각할 수 있는 일명 '펫네임'도 중요한 요소다.
바다나 호수, 강 등에 위치한 단지의 경우 '리버'나 '레이크'라는 용어를 단지명에 적용한다. 숲과 공원이 어우러지는 입지에 조성된다면 '파크'나 '포레스트', 교육 환경을 내세울 경우 '에듀'라는 용어 등을 적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와 단지명이 곧 가치와 개인 이미지로 직결되고 있는 상황으로 건설사와 수요자는 이런 분위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라며 "결국 흐름은 지속될 것이며, 향후 시세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자' 속출 "품질 뒤따라야 진정한 가치"
다만, 일각에서는 아파트 가치를 위해 단지명에만 치중하는 부동산 시장이 향후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각종 하자나 품질 문제가 끊이지 않는 만큼 이에 맞는 아파트 '퀄리티'도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하자 심사 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접수된 하자 신고는 6473건에 달한다. 최근 5년간 하자심사 신청을 보면 △2018년 3818건 △2019년 4290건 △2020년 4245건 △2021년 7686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고급 아파트 품질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대형 건설사 브랜드에도 하자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점이다. 2021년 기준 하자보수 관련 신고가 가장 많았던 상위 5개 건설사 중 2곳(GS건설·HDC현대산업개발)이 대형 건설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GS건설 '방배그랑자이'는 하이엔드급 상품성을 내세웠지만 입주 약 1년만에 단지 내 악취와 부실시공 등의 문제점으로 입주민과 갈등을 겪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115년만의 역대급 폭우 탓에 아크로리버파크(대림산업(현 DL이앤씨))를 비롯해 △서초그랑자이(GS건설) △아크로비스타(대림산업) △반포자이(GS건설) △엘스(대림산업·삼성물산·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급 단지에도 하자 문의가 빗발쳤다. 아파트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고품질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하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건설사들의 잘못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며 "피해는 결국 입주자들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보(단지명, 브랜드 등)에 걸맞은 아파트 품질도 향후 단지 가치를 결정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