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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품발품] "집 앞 학교 있는데…1㎞ 통학" 둘로 쪼개진 아파트

생활권‧행정구역 달라…'불합리한 경계'로 주민 불편만 가중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2.09.28 11:10:08

수락리버시티 1·2단지는 서울시로의 편입을 촉구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 2020년 의정부 수락리버시티 단지에 거주하던 A씨. 갑자기 그의 자녀 B양(8세)이 아픔을 호소해 왔다. 위급상황을 느낀 A씨는 인근 서울 수락안전센터에 출동을 요청했다. 그런데 출동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행정구역이 의정부시로 되어 있어서다. 어쩔 수 없이 15분이나 떨어진 의정부안전센터가 출동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B양이 사망했다는 점인데, 골든타임을 놓친 게 결정적 이유다. 

수락리버시티는 서울 노원구와 의정부시 경계에 위치한 아파트다. 당초 정부는 1·2단지를 서울시로 행정 개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들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1·2단지와 3·4단지로 나눠졌다. 같은 아파트인데도 3·4단지는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으로, 1·2단지는 의정부시 장암동으로 행정구역이 분리됐다.

문제는 이 아파트 주민의 생활권은 서울 노원구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1·2단지 주민은 치안·소방·교육 등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영유아 사망 사건은 입주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1·2단지의 실질적 생활권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이다. 의정부 방향은 개발이 되지 않아 인프라가 거의 없다. 상계동에 행정시설이 밀집돼 있지만, 먼 거리에 있는 의정부시 행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먼 거리에 있는 의정부경찰서로 연락해야 한다. 이로 인해 치안과 안전 위협도 겪고 있다." 수락리버시티 1단지 입주민 A씨(51세, 남)의 말이다.  

수락리버시티 2단지 입주민 B씨는 "당시 사망 소식에 주민들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각 지자체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수락리버시티의 행정구역 경계조정은 입주민들의 청원과 항의집회, 현수막 등 다양한 노력으로 조정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었다. 의정부시와 서울시 노원구가 경계 조정 타당성 연구 용역을 공동 진행하면서다. 하지만 '두 자치단체의 손익과 지역 균형 발전 등을 두루 검토해 정책적으로 논의·접근해야 한다'는 결론만 도출되면서 행정구역 조정은 사실상 좌초됐다.

수락리버시티 일대. ⓒ 프라임경제


비슷한 사례는 타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수원시와 용인시 경계에 자리하고 있는 '청명센트레빌' 아파트다. 수원시 원천동·영통동에 'U'자형으로 둘러싸인 단지다. 생활권은 수원인데, 행정구역상으로는 용인시에 포함돼 있다.  

가장 큰 불편은 아이들의 학교다. 청명센트레빌 초등학생들은 도보 4분 거리 수원 황곡초를 두고, 도보 17분 거리인 용인 흥덕초로 통학해야 했다. 당연 사고 위험의 노출이 문제로 부각됐다.

결국 입주민들은 자녀 통학 안전을 위해 수원시 편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인지한 수원시와 용인시는 경계 조정 협의를 이어갔고, 지난 2019년 '수원·용인 경계 조정' 안건이 통과됐다. 청명센트레빌은 수원시로 편입됐다.

경북 칠곡군과 구미시 경계에 조성된 '오태지구 현진에버빌'은 4개 단지가 모인 곳이다. 현진에버빌 역시 행정구역이 둘로 쪼개져 있다. 이들 역시 적지 않은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주소지가 칠곡군인 일부 아파트 단지는 인근에 오태초(약 300m)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삼초(약 1.2㎞)로 통학하는 사례도 벌어졌다.

이밖에도 행정구역이 분리된 사례로는 △서울 한일유앤아이아파트 △삼익파크맨션 △독산주공14단지 △안양 삼성래미안 △부산 아시아드코오롱하늘채 등이 있다.

오태지구 현진에버빌. ⓒ 네이버지도


업계 관계자는 "행정구역이 나눠져 부작용을 초래하는 단지들이 많지만 경계조정은 인구수 및 세수 확보 등 지자체간 이익 갈등으로 인해 현실화되기 쉽지 않다"라며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의거해 경계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될시 충분히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라며 "지자체가 행정구역 유지 이익보단 입주민 안전과 생활 보장권을 우선 헤아린다면 경계조정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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