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해운대 달맞이길, 해안경관 훼손 우려…'느슨한 구청 행정' 지적

해운대구청, 건물신축 10년 묵은 허가 인정…주민들, 청문 절차 생략 '조망권 갈등' 번져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2.09.28 17:16:24

아름다운 해안경관을 자랑하는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에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이 난개발 위협을 받고 있다. 이곳은 해안 경관이 빼어나 보존가치가 높다. 하지만 현재 신축 및 증개축 건설현장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해안조망권 가치가 날로 상승하면서 건축주 간에 바다 조망권을 두고 신경전이 날카롭다. 일각에서는 건축허가권을 쥔 관할 구청에 느슨한 행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0여 년 사이 해운대지역에는 난개발 광풍이 불어닥쳤다. 무분별한 개발 중심에는 개발 당시 '비리백화점'이라 일컫는 엘시티가 서 있다. 이보다 앞서 와우산(약 140m) 정상부근에 최고 53층 높이 21개동(2369세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건설되면서 '부산 8경' 중 하나던 달맞이언덕 명성에 콘크리트 대못을 박았다.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만든 합작품이라는데 이견을 달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해운대구가 행정 관행을 내세워 지난 10년 동안 착공행위가 없었던 부지에 건축 변경허가를 내줘 논란이다. 인근 주민들은 과거 대법원에서 "법정기간이 초과한 건축허가는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에 배치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 대법원 판례 '준비행위 작업이나 공사 개시한 것'…해운대구 '착공계 서류 제출한 것 포함'
  
건축주 A 사는 지난 2020년 7월 해운대구로부터 건축변경허가를 받아 현재 해운대 달맞이고개 해월정 맞은편인 해운대구 중동 1501-13에서 지하 2층 지상 4층 근린생활시설 건축을 앞두고 일부 터파기를 해놓고 있다. 이 건물은 11년 전인 2011년 12월 28일 최초 건축허가를 받은 뒤, 2013년 1월 23일 착공계만 제출하고 9년간 어떠한 착공행위를 하지 않았다. 

건축업계 등에 따르면 "건축법 제11조(건축허가) 7항에서는 허가권자(해운대구청장)는 '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2년 이내에 공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강행 규정돼 있다"라며, "해운대구청은 10여 전에 허가받아 착공계 서류를 제출한 것 외에 벌목, 터파기 등 일체의 공사착수 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해운대구청 측은 "건축법 11조(건축허가)의 '공사착수' 행위는 일반적으로 건축주의 착공계 서류를 관할 구청에 제출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즉 착공 시기는 건축주 여건에 따라 새로운 요건을 갖추어 제출하면 변경허가 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대법원 판례(대법원 94누7058, 2013두10533, 2012두22973 판결)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 

이 판결은 '건물의 신축공사에 착수하였다고 보려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신축하려는 건물에 관한 굴착이나 축조 등의 공사를 개시해야 하므로, 기존 건물이나 시설 등의 철거, 벌목이나 수목 식재, 신축 건물의 부지 조성 울타리 가설이나 진입로 개설 등 건물 신축의 준비행위에 해당하는 작업이나 공사를 개시한 것만으로는 공사착수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또 2011년 2월 수원지법에서 선고한 '건축허가 취소처분 취소(2010구합11390)' 판결문도 근거로 제시하였다. 이 판결문은 '건축법상 공사에 착수했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착공에 필요한 준비행위, 즉 경계복원 측량이나 지반조사, 건물신축 도급계약 체결,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거나 착공신고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건물의 신축을 위한 굴착공사에 착수하는 경우 비로소 공사에 착수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주민 측 "청문 절차 생략은 규정 위반"…해운대구 "건축법상에 주민 청문 규정은 없어"

부산 해운대구청사. ⓒ 프라임경제

건축허가 변경과정에서 특혜성 시비도 불거졌다. 해당 건물의 변경은 최초 허가를 받은 이후 9년 만인 2020년 5월26일이다. 이를 해운대구가 이틀 뒤 상정하고 건축위원회는 5월28일부터 6월5일까지 서면심의를 통해 마무리했다. 

당시 인접한 곳에 부산 모 기업의 연수원 '해운대온리조트'가 운영 중이었다.
인근 주민들은 심의위원들이 이해관계자 청문 등 의견수렴 과정을 배제한 채 진행했다면서 심의 절차상에 규정 위반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해운대구 관계자는 "건축법상에 주민 청문 규정은 없다. 다만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에 대한 구 조례만 있을 뿐"이라며, "해당 건축물은 청문 조례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 규모"라고 밝혔다.
  
달맞이 주민 윤경태씨(부산생명의숲 공동대표)는 "해운대 달맞이는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명소이고, 최근 동해남부선 폐선에 설치돼 운영하는 블루라인 덕분에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들까지 몰려든다"며 "구청의 방만한 건축행정으로 달맞이 일대 자연경관 훼손은 가속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달맞이일대 건축허가 사항들을 전면 재검토함으로써 더 이상의 난개발을 막아 이제라도 천혜 해안 경관을 보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