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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치솟는 '킹달러'…尹, 자랑한 韓·美동맹 덕 좀 보자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2.09.29 11:08:03
[프라임경제] 치솟는 '킹달러(달러 초강세)'에 정부의 대책마저 불투명하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를 기대했지만, 빈손 외교라는 평가다. 그간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한·미동맹에 대한 의구심마저 든다.

지난 25일 윤 대통령은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순방 결과는 참담했다. 한미정상회담은 사실상 불발됐고, 한일정상회담은 일본에 끌려다니며 만난 꼴이 됐다. 오죽하면 5박7일간의 순방 중 국민 뇌리에 박힌 것은 비속어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국민들은 이번 윤 대통령의 순방에 기대감이 높았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400원선을 뚫었고,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한국산 전기차에 차별하는 조치로 우리 기업을 옥죄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내놓을 성과에 대해 국민들과 기업들의 눈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고(高)환율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기 때문에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달러 강세로 인해 국민밥상이 단출해진다는 의미다. 당초 대통령실도 치솟는 환율과 IRA 등 산적한 현안을 들고 순방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지난 16일 최상목 경제수석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과 관련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정상간 말씀을 나눴고 재무장관간 회담도 있었다"며 "(통화스와프는) 공통 관심사이기에 자연스러운 어떤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한미정상간 통화스와프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치솟던 환율을 잠재우는데 한미 통화스와프의 역할이 컸던 바 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당시에도 금융시장 충격을 우려해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그런데 이번 순방에서는 한미간 통화스와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넘어 상실감까지 안겼다. 상황이 이렇자 야당은 물론 여당 인사도 윤 대통령의 순방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여당 소속인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한미정상회담에서 IRA와 한미 통화스와프 문제를 해결하기를 촉구했었다"며 "방미 전 경제수석이 '한미통화스와프가 논의될 것'이라고 하길래 당연히 기대를 가졌으나, 말도 못 꺼냈다"며 대통령 무능 프레임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일만 남았다는 점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세 차례 연속 단행했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기 전까지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기조에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바로 다음날인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1500원 목전까지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만 있지는 않았다.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서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주문에 외환당국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며 즉각 반응을 보였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지난 6월13일 이후 두달 만이다.

당시 대통령의 발언 배경은 전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2원을 터치하며 1340원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대통령 발언과 당국의 구두개입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1345.5원에 마감했다.

이후에도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을 풀어 시장에 직접 개입하며 환율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28일 코스피는 2020년 7월 이후 2년2개월 만에 2200선이 무너졌다. G20 국가 중 가장 큰 낙폭이다. 국내증시의 폭락 배경은 역시 원·달러 환율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39.9원으로 마감했다.

결국 대통령과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으름장에 그친 모양새다. 원화 가치 하락을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통화스와프가 현재로선 거의 유일한 대응책이란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지난 4일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 달러 강세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통화스와프를 꼽았다. 학계에서도 대한상의와 같은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환율급등은 외환위기 신호"라며 "환율 1400원 급등과 외환위기 방지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대비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1500원~1600원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계를 비롯해 경제단체가 통화스와프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경제수장들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환율 급등에) 우리나라가 불안해할 상황도 아니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통화스와프는 시기상조"라고 짚었다.

반면 다음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해 "연준과 의견을 교환 중"이라며 "우리나라가 다른 어느 중앙은행 총재보다 굉장히 가까운 관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자처해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꼴이다. 경제수장조차 입을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29일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통화스와프 등 산적한 현안을 논의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이번만큼은 무늬만 한미동맹이 아닌 미국이 실속있는 우방국임을 증명해 내야 한다. 우리 경제에 골든타임이라는 생각으로 해법을 모색할 때다. 이를 통해 부디 정부가 국민 밥상에 부담을 덜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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