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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칼럼] 이란 '히잡시위'…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생각하고 추구하느냐에 대한 진정한 자유함이 필요"

김관영 칼럼니스트 | drucker.kim@gmail.com | 2022.10.02 10:08:37
[프라임경제] 2022년 9월 한가위 추석을 보내는 동안 이란 테헤란에서 날라온 카톡 메시지가 있었다. 'Happy Chuseok from Jalili from Iran'이었다. 이란 테헤란에서 함께 협력했던 현지인이 감사하게도 한국 한가위 명절을 기억하고 행복한 추석을 보내라는 따뜻한 메시지였다. 

2022년 9월 하순, 세상을 살아가는 일반인으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국제 정세들을 몇 가지 떠올리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며, 미얀마의 쿠테타 내란이며 더불어 9월 하순에 발발한 이란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고 거리에 나왔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가 의문사를 당하고 70여명이 사망하고 1200여명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4년 사우디 아라비아에 소재 알야마마대학에 초빙교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수도 리야드에 체류하는 동안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레바논 등 이웃 이슬람 국가들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젯다, 메카 주변 등을 방문하기도 하였고 이슬람가정에 초대되어 함께 차를 나누어 마시기도 하면서 이슬람 국가 내에서 더욱 더 이슬람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문화와 사고방식 등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2017~2018년 두 해에 걸쳐 이란 법무부와 한국 특허청 양자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대한민국 지식재산권 정책공유프로그램(Knowledge Sharing Program)의 연구책임자로 이란 테헤란을 세 번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국의 강남 테헤란에 근무하는 동안 이란 테헤란을 방문하고 테헤란에 있는 서울의 거리를 걸어보면서 양국이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다시금 각인할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그러기에 더욱 2022년 9월 이란 여성들의 히잡 불착용에 대한 경찰들의 강력 진압으로 수많은 인명이 죽고 다치고 경찰에 체포되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어서 누구보다 이란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이란, 어떤 나라인가.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이 발생하기 전에는 진정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였다고 한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세대에 해당하는 소위 이란 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세대들의 다음세대들이 이란 전체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 국가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이 들어오고 30년 세월이 지나고 2009년은 사회 개혁을 위한 '녹색운동'으로 이어졌고 2022년은 현재는 '히잡시위'라는 사회적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2009년 녹색운동은 젊은이들이 초록색 숄을 머리고 두르고 초록색 히잡을 쓰고 초록색 겉옷을 입고 초록색 머리띠를 두르고 이슬람 극우 정부에 대한 반정부시위를 오히려 이슬람을 상징하는 초록색 숄·히잡·겉옷·머리띠를 사용하면서 이슬람 기존의 이미지를 극복하고 사회 변화와 기득권 저항의 색으로 '녹색운동'을 펼쳤다고 한다. 

2009년 이후 세계는 더욱 글로벌화, 과학·ICT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 광대역망이 확충되고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문화가 매우 친숙한 세대를 살아온 이란 젊은이들에게는 이란 사회의 변화에 대한 갈증, 이슬람 가치에 대한 계승발전 결핍, 반면 사회 제도 속 국가통제를 통한 압박 등이 소위 '히잡 시위'로 도출되었다고 생각한다. 

2022년 이제는 히잡을 벗는다. 이슬람 사회에서 히잡은 '여성보호'와 동시에 억압과 속박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세안협력국에 속한 이슬람 문화권에서의 체류와 출장을 통하여 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속으로 들어가보면, 히잡을 오히려 '사회 속 기득권을 유지하고 사회적 혜택을 계속해서 얻어내려는 보호장치'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무엇을 입느냐로 결정되는 사회 속 신분과 권한이 아니라 무엇을 생각하고 추구하느냐에 대한 진정한 자유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925년 팔레비 왕조시대, 50여년을 보낸 후 도래한 1979년 이슬람 혁명과 호메이니 정부의 소위 이슬람주의, 2009년 '녹색운동'으로 이슬람에 대한 저항, 2022년 '히잡시위'로 새로운 이란 사회 변화와 개혁의 분수령을 맞이할 수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 

이란 사회의 자유롭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이루어가기 위하여 너무나 소중한 생명들이 안타깝게 희생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인간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위하여 태어났고 무엇을 하며 결국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를 향하고 가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이란 '히잡시위',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김관영 박사(카이스트 Ph.D.) / 인도네시아 글로벌문제해결거점센터장 / 한국-이란 지식재산권 인프라 강화 지원 KSP 과제책임자 역임 / 사우디 아라비아 알야마마대학교 경영대학 초빙교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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