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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출 물길 터진 K-방산, 문제는 낡은 규제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10.05 10:30:51
[프라임경제] 국내 방위산업 업계가 폴란드와 대규모 무기체계 공급 계약을 하는 등 K-방산 수출 물길이 터졌다. 업계도 올해 수출 규모를 최대 28조원까지 전망할 만큼 상황은 고무적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K-방산을 세계 4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방위사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규제들이 상존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방산업은 민간이 아닌 국가를 상대로 거래가 이뤄져 국가계약법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지나치게 포괄적인 국가계약법이 국내 방산업계 경쟁력을 갉아먹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중 부정당 업체 제재가 방산업체의 목을 조른다. 해당 제재는 업체를 파업으로 몰고 갈 만큼 처벌 강도가 강하다. 부정당 업체에 지정되면 향후 입찰참가 제한뿐 아니라 △기존 수주했던 사업의 착수금·중도금 지급 제한 △부당이득금 환수 △가산금 부과 △이윤 삭감 등의 제재가 뒤따른다.

문제는 서류상 단순 기재 실수나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 등에도 제재가 가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내부 직원이 실수로 사업보고서를 잘못 기재해 방위사업계약심의위로부터 6개월간 개발 사업 참여에 제한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KAI는 제재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해 현재 받아들여진 상태지만, 여전히 소송이 진행 중이다.

무기체계는 특성상 본래 목표했던 개발 과정에서 계획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높은 기술 개발 수준을 요해 개발 난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술 변경이나 성능 보완이 이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지만, 어김없이 계약 불이행에 따른 패널티를 받는다.

아울러 저가 수주 경쟁을 유도하는 최저가 입찰방식도 K-방산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방산업체들이 기술력보다는 가격경쟁에만 주력하게 만들어 방산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대가 변한 만큼 가격이 아닌 기술력 중심의 낙찰자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

사업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개발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양산 사업을 위한 타당성 조사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무기체계 양산 사업타당성 조사'는 방위사업청의 '잠정 적투용 적합 판정' 이후 실시된다. 길게는 1년 이상의 공백이 발생한다. 양산까지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단가는 상승하고, 유휴 인력이 발생해 기업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마침 K-방산이 전례 없는 수출 호황을 맞으며, 국가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가계약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었던 만큼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국제 안보 위기의식이 높아진 작금이 K-방산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다.

특히 방산업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계약법 제정이 필요하다. 현재 국가계약법은 방산업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반쪽 법안에 불과하다. 방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방위사업특별법 제정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방산업 정책·제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방산담당 비서관을 신설하거나 국무총리실 산하 방산통합센터를 두는 식으로 말이다.

이미 주요국들은 컨트롤 타워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는 매달 대통령 비서실장이 방산 수출 현안회의를 열고 있으며, 러시아는 대통령이 분기별로 방위산업 위원회를 개최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도 방위성을 비롯한 4개 부처 장관들이 방산정책에 대해 의사결정을 한다.

오래된 관습에 사로잡혀 안도한다면 혁신은 이뤄질 수 없다. 적극적인 법 개정과 함께 △방산 협력 네트워크 확대 △수출시 기술료 면제 △마케팅 지원 등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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