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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안단테, "고급화 불구, 입주 전부터 미운오리새끼"

신희타처럼 개별브랜드 허용 요구…LH "로고 없어 피해 가능성 낮다"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2.10.06 10:40:59

LH 공공분양 주택은 지난해 불거진 'LH 사태' 이후 곤두박질 친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일명 '브랜드 흔적 지우기' 열풍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 LH


[프라임경제] LH 신혼희망타운의 개별 브랜드 사용 여파로 "공공성을 훼손하고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동일한 LH 공공분양 주택 브랜드 '안단테'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으며 나아가 이들의 집단행동까지도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룡 건설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를 향한 부정적 시선은 예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런 LH 이미지로 어쩌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건 다름 아닌 LH 주택 입주민들(입주 예정자 포함)이다. 

실제 LH 주택은 '값 싸고, 질 나쁜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는 브랜드'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니고 있다. LH가 주로 분양보단 임대 형태를 취하던 탓에 공공 분양이더라도 임대 아파트라는 선입견을 지우긴 쉽지 않았던 것. 2016년 전후로는 '열악한 주거'라는 이미지로 인해 LH 브랜드 '휴먼시아'가 아이들 사이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입주민들 내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초 불거진 '전·현직 직원들의 투기 사태' 이후 곤두박질 친 LH 이미지 때문에 일명 '브랜드 흔적 지우기' 열풍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차별과 혐오 대상될 수 없다" 네이밍 변경 분위기 형성

본격적으로 LH 단지 내 네이밍 변경 분위기가 형성된 건 지난해 국정감사부터다. 입주민들이 'LH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당시 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은 "신혼희망타운에서 LH 로고를 삭제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H가 신혼희망타운 개별 브랜드 사용을 허용하면서 고양지축 A1지구는 단지명을 '나인포레'로 변경했다. © LH


김현준 LH 전 사장은 이에 "공공주택의 지속성과 정책 방향, 입주자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겠다"라며 "분양아파트에는 적용 중인 안단테와 입주자들이 원하는 자체 브랜드 등을 믹스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대답했다.

다행히 국정감사 결과물이 '신혼희망타운(이하 신희타)'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신희타'는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분양(임대)으로, 당초 브랜드는 LH 또는 LH + 개별 브랜드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LH가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통해 입주민이 희망할 경우 'LH'를 제외하는 동시에 개별 브랜드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실제 7월 이후 분양되는 신혼희망타운 가운데 △하남감일 A7지구 '비발디' △고양지축 A1지구 '나인포레' △부산기장 A2지구 '웨이브리즈' △화성동탄 A104지구 '디루체' 등 개별 브랜드가 적용됐다. 

LH 관계자는 신희타 개별브랜드 허용 배경과 관련해 "민원이 많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LH 사태가 불거진 3~4월간 네이밍 관련 민원이 3만9000여건 접수됐다는 후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타 단지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명칭 변경은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실제 최근 '안단테' 공공분양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 개별브랜드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는 분위기다. 

◆'고급화 전략' 4억 투자에도 여전한 '미운 오리 새끼'

"공공분양 고급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휴먼시아에서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할 뿐 안단테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현저히 낮다. 오히려 개별 브랜드를 허용한 신희타와 같은 공공분양이라는 점에서 역차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안단테'는 2018년 직후 LH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고급화 전략을 내세워 4억800만원을 투입해 선보인 공동주택 브랜드다. 

현재 분양 완료 및 예정된 단지가 약 4만세대 규모에 달하지만, 아직 입주한 단지가 전무한 상태. 즉 안단테 브랜드는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환영을 받지 못한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한 것이다. 

'안단테'는 LH가 고급화 전략을 바탕으로 4억800만원을 투입해 선보인 공동주택 브랜드임에도 불구, 입주 예정자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LH '안단테'가 적용되는 인천검단 AA13-2블록 조감도. © LH


업계에 따르면, 안단테 입주 예정자들로 구성된 '전국 안단테 연합회(이하 연합회)'가 입주 예정자들 자체적으로 단지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별도 브랜드 없이 LH CI 사용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해 신희타에 있어 개별 브랜드를 허용한 만큼 안단테 역시 인근 주민들 차별을 고려해 개별 브랜드 사용을 허용해 달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안단테가 공공분양 외에도 '분양 조건부 장기 공공임대'를 포함한 단지에도 적용된다는 점에서 브랜드 적용 기준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연합회 관계자는 "LH 단독 브랜드 사용 기피도가 정식 입주 전부터 높은 만큼 분명 입주 이후 단지명 변경 요구가 속출할 것"이라며 "이런 단지명 변경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하면 입주 전에 개별 브랜드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 연합회 요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우선 LH에게 있어 안단테 개별 브랜드 사용 허용이 꽤나 조심스런 처지다. 신희타 개별 브랜드 적용 이후 정치권 내 'LH 흔적 지우기' 비판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안단테 브랜드 론칭을 위해 투입한 4억800만원도 부담으로 작용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안단테 개별 브랜드 사용 민원에 대한 LH 측은 'LH 로고가 없는 만큼 이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라는 입장이다. 즉 LH CI와는 철저히 분리해 적용하는 안단테와 달리 신희타는 별도 브랜드 없이 LH CI를 사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대안으로 제한적으로 적용된 사항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입주 후 아파트 브랜드 명칭 등 변경 절차는 관련법령에 따라 소유자의 2/3 이상이 동의한다면 건축물 표시변경을 지자체에 신청해 바꾸면 된다"며 "이 경우 LH는 소유주가 아니기에 LH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정된 부분은 아니다"라며 "주민들 의견을 좀 더 들어보고, 필요하다면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라고 첨언했다. 

안단테 브랜드 첫 입주 단지는 오는 2023년 5월 경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A54블럭이다. 연합회에게 있어 이번 국정감사는 LH나 국토부에게 본인들의 요구를 가장 간절하게 어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 

과연 안단테 연합회가 요구하는 개별 브랜드 허용이 이뤄질 수 있을지 아니면 입주 후 현 절차에 따라 변경할 수밖에 없는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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