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칼럼] 여성대상범죄가 젠더갈등으로 치부되는 일 없어야

 

강나경 칼럼니스트 | webmaster@newsprime.co.kr | 2022.10.12 10:52:24
[프라임경제] 스토킹이 또 다시 살인으로 끝났다. 신당역 살인 사건은 우리 사회에 스토킹 범죄의 무게를 다시 알렸다. 우리나라에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이 언제부턴가 좋아하는 사람을 향해 돌진하라는 말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상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나만 좋아하면 된다는, 내가 좋아하니 넌 내 뜻을 따르라는 이기적이고 권위적인 이 행위는 현재 스토킹범죄라는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의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범금에 처한다. 그러나 이런 법이 제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스토킹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스토킹범죄를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구애 쯤으로 바로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즉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사회적 분위기.

'좋아하는데 안 받아줘서 폭력으로 대응을 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 시의원의 망언처럼 말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안 받아주면 폭력을 당해도 된다는 것인가? 내가 원하지 않는 사람인데 그가 좋아한다면 무조건 받아줘야 한다는 것인가?

이 발언에 대해 시민단체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여성대상 범죄의 경우 유난히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더 너그러웠다.

스토킹, 디지털 성착취, 성폭력 등 주 피해자는 여성들이다. 여성과 남성으로 나누어 논쟁을 벌이자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 사회가 여성대상범죄 가해자에게 너그러운 이유 그리고 그에 따른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배경을 n번방사건이 발생한 이후 입법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의 딥페이크(특정인의 얼굴을 특정영상에 나체나 성행위에 사용되고 있음) 관련 회의 내용을 살펴보면 일부 알게 된다.

"딥페이크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만들 수 있거든요" "청소년이나 자라나는 사람들은 자기 컴퓨터에서 그런 짓 자주 한다" "나 혼자 스스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을 할 수 는 없잖아요. 내 일기장에 내 스스로 그림을 그린단 말이에요" "기존 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지 않나요?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듭니까?" "내가 만족을 위해서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 처벌을 갈 거냐"

이 회의의 주 발언인들은 모두 남성이었고 여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부족했다. 그리고 범죄의 심각성도 느끼지 못하는 발언들을 회의록에 남겼다. 이들의 언급처럼 딥페이크 범죄는 정말 가벼운 것일까? 

그러나 이들의 단순한 생각과 달리 딥페이크 범죄는 매년 늘고 있고 피해자는 유포된 영상으로 인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유포 된 딥페이크의 96%는 포르노이고 피해자 중 가장 많은 피해자가 25%인 한국여성연예인들이 그 대상이다.

자국 연예인들이 전 세계에 유포된 최다 포르노 주인공이라는 불명예를 그들은 알고나 있을까. 

요즘 또 다른 논란은 제2의 n번방 '악마 엘의 엘방'이다. 디지털 불법상착취물은 가해자에게는 익명성 보장하고 피해자에게는 영상유포 협박으로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을 유지한다. 그리고 만들어진 영상으로 확산성을 키우는 범죄다. 무엇보다 n번방을 운영하는 방장은 매우 큰 금전을 취득 할 수 있어 디지털 성착취는 쉽게 근절되기 어려운 구조의 범죄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n번방은 또 다른 n번방을 낳고 있다.

디지털 성착취범죄의 시작은 소라넷이었다. 당시 소라넷의 회원은 100만명으로 n번방의 25만보다 4배가 더 많았다, 소라넷의 결과는 n번방의 방장격인 운영자 1명만이 징역 4년이었으며 회원들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고 그들의 엄청난 범죄 수익의 몰수액은 0원이었다.

소라넷 당시 피해자는 현재 모르는 여성과는 달리 아내와 여자친구등 비교적 가해자와 가까이에 있는 여성들로 남성들의 얼굴은 안보이거나 모자이크가 되어 있는 반면 여성들은 얼굴과 몸이 고스란히 노출됐었다. n번방과 소라넷의 차이는 범죄자가 화면 안에서 화면 밖으로 나갔을 뿐 여성들은 프레임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여성이 주피해대상 범죄의 경우 그 범죄의 발단과 과정, 결과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범죄이므로 일반적인 범죄와는 다른 양상으로 보아야 한다. 때문에 그 범죄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과의 논의 기구, 그 범죄를 차단시키기 위한 정책, 그 범죄의 재발을 막을 법이 완결 될 때 범죄를 감소시킬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존재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2006년 9월 디지털 성범죄와 채팅사이트를 통한 성매매가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됐었다. 

당시 17대 홍미영 국회의원에 의해 경찰청 국정 감사에서 질의 되었으며 당시 그 질의서는 홍미영 전 의원의 보좌진이었던 필자가 기초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소라넷의 정체에 대한 제보였다. 남성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인기였던 소라넷의 존재는 여성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사이트였기 때문이다. 

그의 직업이나 신상은 지금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소라넷의 문제를 인식하고 필자에게 제보를 한 사람은 남성이었다.  

국회 의원회관까지 찾아와 제보한 그 제보자의 제보이유는 지금도 생생하다.

"여자들의 얼굴만 보이고 남자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건 얼굴을 드러낼 수 없을 만큼 창피해서가 아니겠냐? 창피한 일은 하면 안되는 거다. 그런데 이 사이트가 인기가 너무 많다."

그 제보 이후 제보자의 안내에 따라 필자는 한 달여간 사이트 주소를 옮겨가며 회원들을 확대하는 소라넷을 쫓았었다. 당시 채팅사이트에 가입해 소라넷의 사이트를 공유 받았다. 채팅사이트에서는 수도 없는 성매매 유도 대화가 이루어졌었고 소라넷에서는 다양한 불법촬영물과 몰래카메라 등이 하루에도 수 백 개씩 업로드 되는 것을 확인했다. 

불법촬영물 업로드뿐만 아니라 경찰에 소환되면 대응하는 법, 일정기간 후 바뀌는 사이트주소 등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들이 공유되고 있었다. 그 제보자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는 사실들이었다.

우리 사회는 여성대상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것은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보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2006년 필자를 찾아왔던 그 제보자처럼 많은 남성들이 현재 발생하는 여성대상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다. 



강나경 칼럼니스트 / 이슈정책연구소 소장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