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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P의 오경제] '기준금리 3% 시대' 앞으로 벌어질 일들

다시 떠오른 '부채 디플레이션'의 공포 시작될까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22.10.12 13:11:27


























[프라임경제]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렸습니다. 0.5% 초저금리시대를 살던 대한민국에서 겨우 14개월 만에 2.5%p '큰 걸음'을 뛴 고금리 시대에 발을 들인 셈인데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당신이 절약과 저축이 몸에 밴 근면 성실한 월급쟁이 또는 자산가로서 부채, 즉 빚이 전혀 없다면 고금리는 기회이자 빛이 될 것입니다. 먼저 매달 따박따박 계좌를 채워주는 현금은 과거에 없던 이자율로 작은 선물처럼 불어날 테니까요. 

일례로 작년 국내주식 투자자들의 연평균 수익률은 –10%로 손해가 막심했습니다. 반면 최근 인기몰이 중인 시중은행 파킹통장 이율은 연 3.5%(세전)에 달합니다. 목돈이든 푼돈이든,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쉰 채 계좌에 묶어놓는 것만으로도 연 3% 이상 불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높은 이자율은 저축에 재미 붙인 사람들의 돈을 빨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시중의 유동성을 마르게 합니다. 주식, 부동산, 금 등등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시장을 떠날수록 물가는 떨어집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생활비 부담이 시간은 걸리겠지만 덜어진다는 뜻입니다. 

높아진 기준금리, 고금리의 일상은 그야말로 살만한 세상을 향한 '빅스텝'일 것입니다. 당신에게 전혀 빚이 없고, 매달 저축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입이 있다면 말입니다. 

눈부신 고금리의 빛은 채무자, 즉 빚을 진 이들에게 더 짙은 그림자를 지웁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0.5%p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체 대출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6조5000억원씩 불었습니다. 이 중 3000억원 정도는 다중채무자, 저신용자(7등급 이하)의 몫이죠. 

물론 신용이 좋고 소득이 있으니 당장은 괜찮다고 위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올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총 1757조9000억원. 이 중 57%에 해당하는 1001조4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몰려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 경기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담보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는데 갚아야 할 이자는 많아졌고 앞으로 더 불어날 예정이죠.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감안하면 현재 기준금리는 1%p 추가 인상도 가능해 보입니다. 

최악의 경우를 전제로 최근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입니다. 이른바 '영끌러'로 통하는 주담대 채무자들이 이자 부담을 못 이겨 자산(집)을 처분하려 하지만 실제 거래는 되지 않고 자산가치는 더 떨어지면서 수요를 줄이는 악순환을 뜻하죠.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에 뿌리를 둔 비관론이 지금 대한민국 경제의 어두운 미래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발표한 자료(2020년 금융역량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이 빚 때문에 고통을 경험했으며 이 중 3.2%는 자해·자살까지 떠올렸다고 답했습니다.

집이 있든 없든, 채무의 공포가 일상화됐다는 뜻입니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빅스텝'은 그 고통의 시작을 알리는 발걸음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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