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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슬기로운 공모주 투자

 

한현석 서울IR 네트워크 대표이사 | press@newsprime.co.kr | 2022.10.14 13:50:04
[프라임경제] 공모주 투자는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 중 하나로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공모주는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전 주주들에게 미리 발행하는 주식을 말한다. 

이때 공모주의 가격은 기업가치의 20%~35%를 할인해 책정한다. 주식을 새로 발행하면서 너무 비싼 가격을 제시하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워 기업공개에 실패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공모주 투자는 적정 기업가치 대비 20%~35%의 할인폭을 안전마진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공모주는 수익성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보장되는 편이다. 투자자가 공모주를 배정받으면 열흘에서 보름 후 매매 개시가 되므로 빠른 회수가 가능하다. 시초가도 공모가의 90%~200% 사이에서 결정되기에 손실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 물론 수익성과 안전성이 좋은 만큼 경쟁률이 높아 주식을 많이 배정 받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일반 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게 된 계기는 2020년 IPO 시장의 활황이었다. 당시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팜 등 유수 기업들이 상장할 때 일명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을 기록하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이 대박을 터뜨렸다.

공모주를 배정받고 따상에 팔면 수익률은 무려 160%가 되기 때문이다. 투자 후 15일 만에 160%의 수익률을 올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초대박'이기에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날로 높아졌다.

IPO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2개의 공모주를 떠올려보자. 공모가 4만9000원으로 상장한 SK바이오팜은 따상 12만7400원을 기록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7일 5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수익률은 따상 가격 대비 -57%, 공모가 대비 +12%다.

이듬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따상 신화를 이어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가 6만5000원으로 상장해 2배인 13만원으로 시초가를 형성 뒤 곧바로 상한가 16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그 이튿날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해 시초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난 7일 종가는 7만2500원을 기록했다. 따상 가격 대비 -57%, 공모가 대비 +12%의 수익률이다. 

이 두 종목의 주가는 공모가를 웃돌고 있지만, 따상 가격과 비교하면 50% 이상의 손실을 기록해 따상이 거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따상 가격이 오랜 기간 유지된다면 공모가를 너무 낮게 책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대체로 따상은 허상이자 거품인 경우가 많다. 허상은 사라지고 거품은 빠지게 마련이다. 공모주 투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과도한 기대로, 소수는 수익을 챙겼지만 장기 보유자와 상장 후 매수한 다수의 투자자들은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공모주 투자를 잘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투자설명서에 기술된 기업가치 산정 방법과 할인율을 분석하는 것이다. 비교기업(Peer group)은 적정한지, 할인율은 합리적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고평가된 국내 기업이나 어울리지 않는 해외 기업이 비교기업으로 선정됐다면 주의해야 한다. 공모가가 너무 높을 시 제시된 할인율이 무의미해져 안전마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위 매장에서 상품 가격을 높여놓고 할인행사를 하는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다.

공모주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속한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이런 기업의 공모주를 배정받으면 급하게 매도하지 않고 장기 보유하면서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하는 우량 기업의 주가는 상장 후 공모 주식이 손바된 이후 더 큰 시세차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기업의 공모자금 사용 목적이 회사의 성장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도 유심히 봐야 한다. 공모주식에 구주 매출이 포함됐다면 돈이 대주주 주머니로 들어가기에 그 종목은 피해야 한다. 벤처캐피탈에서 매물이 많거나 자녀 상속 등의 문제가 있는 기업도 피해야 한다.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경쟁률과 의무보유 확약 비율도 봐야 한다. 이 데이터는 청약에 참여하는 기관이 해당 기업을 얼마나 좋게 평가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장기적으로 투자할 의사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기관은 개인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기업을 분석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보나 전문성이 부족한 개인은 기관의 평가를 참고하는 점도 중요한 투자 전략이 된다.

공모주 투자가 무조건 고수익을 주는 시대는 지났다. 철저한 분석과 옥석 가리기를 통해 소수의 유망 종목에만 투자하는 현명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현석 서울IR 네트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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