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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사업비 2조 격전지' 울산 재개발 또 다시 유찰된 사정

부동산 침체와 PF發 여파 "컨소시엄 선회까지도 고려"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2.11.07 13:50:07

울산 중구 B-04 구역 재개발은 업계 1·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 조합원 제공


[프라임경제] 울산 도시정비사업 '대장주' 중구 B-04 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B-04 구역)을 향한 업계 관심이 뜨겁다. 서울도 아닌 지방 울산에서 시공능력평가 1·2위를 다투는 '업계 대장' 삼성물산(028260)과 현대건설(000720)간 치열한 수주전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감과 달리 '2차 시공사 본 입찰 마감' 결과 양사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분위기다.

업계 이목을 집중시킨 B-04 구역 재개발 사업은 울산 중구 교동 일대 지상 최고 29층 4080가구를 건설하는 구도심 개발 프로젝트다. 

해단 사업지는 인근 중구 구도심(성남동) 상권을 만끽할 수 있는 동시에 좌측 우정혁신도시 수혜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우수한 입지를 자랑한다. 또 근처 약사동 상권과 학군·학원가도 누릴 수 있어 준수한 인프라를 갖췄다. 아울러 도시철도망 노선계획에 따라 향후 도시 트램(북구 북울산역~남구 야음사거리) 개통시 교통망은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백화점 등 대형 상권 및 높은 학군 수요를 담당하는 '울산 대표 도심' 남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지적 강점이 부족한 편이다. 

이런 B-04 구역 재개발 사업을 '업계 1·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눈독 들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사업성이다.

해당 구역은 4080가구 중 일반분양이 무려 2800여가구에 달하는 매머드급 사업지로, 공사비만 1조원 사업비는 무려 2조원에 달할 정도다. 이런 높은 사업성 때문인지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내걸었으며, 그동안 정비사업에 큰 관심을 표하지 않던 삼성물산마저 지방인 울산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다. 

"중구는 울산 구도심으로 알려진 만큼 남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하다. 하지만 인근 우정혁신도시 개발로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고, 삼성물산이나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될시 천지개벽할 것으로 기대돼 주민들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B-04 구역 주민 A씨 (남, 55세)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방에는 이런 엄청난 규모 사업이 존재하기 힘들다"라며 "2조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기대되기에 업계 최강자들간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양사가 서울 정금마을 재건축(2007년) 이후 무려 15년 만에 도시정비사업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는 점 역시 기대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시공능력평가 1위'와 울산 내 래미안 희소성을 무기로 조합 마음 회유에 나섰다. 실제 래미안은 울산에서 약사동 1~4단지(2004년)가 유일한만큼 4080가구에 달하는 사업지에 승기를 꽂을시 상징성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반면 현대건설은 울산이 과거부터 이어온 대표 '현대 텃밭'이라는 강점을 어필했다. 실제 다수 현대 아파트(현대홈타운·힐스테이트·아이파크)가 위치했으며,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등 현대家 업체도 자리하고 있을 정도로 '울산 기업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도 아닌 지방에서 대형 수주전이 이뤄지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사업성이 입증된 것"이라며 "만일 2파전이 성사될시 도시정비사업 역사에 있어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공적으로 사업이 마무리된다면 울산 전체 대표 아파트로 발돋움할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B-04 구역 일대. ⓒ 프라임경제


이처럼 대형 수주전이 예고된 B-04 구역이 갑작스레 사업 제동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지난 2일 마감된 '2차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 결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모두 입찰을 포기하면서 유찰됐기 때문. 이에 주민들은 적지 않은 당황함을 표출하기도 했다.

"몇 개월 전부터 일대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 만큼 주민 대다수는 참여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나아가 어느 건설사를 선택할지 토론을 나눌 정도. 이런 기대와는 달리 정작 본 입찰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 B-04 구역 주민 B씨 (남, 61세)

관련 업계에서는 양사들의 입찰 포기와 관련해 지속 악화되는 부동산 시장 여파로 바라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와 지방 중심으로 시작된 미분양, 원자재값 상승, 그리고 최근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인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제한 등 그야말로 시장 침체기에 직면하고 있어 대형사 역시 도시정비 수주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 입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 시국과 사업적 부분을 감안했을 때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 입찰을 보류했다"라며 "입찰 여부는 추가 검토 후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레고랜드 사태와 대외적 시장 불안정 여파로 부작용이 우려되면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라며 "향후 참여 여부에 있어 신중을 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B-04 구역은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 과정에서 의외로 유찰 고배를 마셨다. ⓒ 프라임경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조합 집행부 역시 기존 단독 입찰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컨소시엄 형태 추진도 고려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양사 입장을 감안해 단독 입찰뿐만 아닌 컨소시엄 방식의 사업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B-04 구역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번 유찰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건 사실"이라며 "물론 상황상 건설사도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컨소시엄 방식도 좋긴 하지만, 단독 진행하는 책임 시공과 비교해 적지 않은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조합 선택과 향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B-04 구역은 '업계 양대산맥 수주전', '사업비 2조원 매머드급 사업'이라는 명성에도 불구, 현 부동산 침체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모양새다. 이번 사태를 무사히 해결하고 울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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