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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주 '첫 단추' K-원전, 美 공조는 선택 아닌 필수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11.10 15:14:42
[프라임경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가 고조되자 한국 원자력발전산업이 중요한 분기점을 맞았다.

원전의 경제성·친환경성이 부각됨과 동시에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원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4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폴란드 2단계 사업 인수의향서를 지난달 29일 체결, 수주 첫 단추를 뀄다. 본 계약이 체결되면 13년 만에 수출 쾌거를 올린다.

때마침 세계 원전 강자로 군림하던 러시아 입지가 줄어들면서 세계 원전산업은 미국, 프랑스, 한국 삼파전 양상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그간 일감 절벽에 시달렸던 국내 원전업계에게는 지금이 미래를 좌우할 결정적인 시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줄줄이 예정돼 있다. 110기의 원전이 건설 계획 중에 있고,  330기의 원전 건설을 추가 검토하고 있다. 전 세계 운영 중인 원전이 442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 한국의 기술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은 세계적인 원전 기술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다. 타 국가 대비 원전 건설 경험이 풍부해 낮은 비용으로도 높은 품질의 원전 건설이 가능하다. 지난해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1㎾ 당 3571달러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아울러 한국형 원전 APR1400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과 미국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인증을 모두 취득해 기술력과 안정성까지 고루 갖췄다. 

문제는 원전사업 특성상 단순히 기술력만으로는 일감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통상 원전은 국가 사이에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기술력보다 중요한 것이 국가 경쟁력이다. 국가 간 외교전이 수주 경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폴란드가 1단계 사업자로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한 배경에도 안보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점이 미국 선택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한수원이 2단계 사업자로 선정된 이유 역시 정부 주도 사업이 아닌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앞으로 남은 체코, 루마니아 원전 수주전에서도 이같은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이 원전산업 판을 주도할 국가라는 점은 기정사실이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도 미국이 기존 러시아 중심의 원전 산업의 판을 흔들기 위해 꺼낸 카드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미국은 상당기간 SMR 투자를 추진해왔던 만큼 타 국가 대비 SMR 기술력이 4~5년 앞서 있다. 최근에는 SMR 안전기준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만큼 미국의 원전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전략적 측면에서 미국과의 공조가 필수적인 이유다. 

폴란드 1단계 사업을 수주한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이 전무하다시피 해 독자적인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다. 국내 기업이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 등을 공급할 여지가 남아있는 것이다. 모처럼 온 기회를 살려 원전 협력 방안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

나아가 자금 조달 방안, 공정 기한 등 기본계획 수립이 시급하다. 특히 자금조달 면에서 구체적인 플랜이 마련돼야 한다. 원전 수주 경쟁력에 있어 자금조달 능력도 꽤나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원전 업체에 대한 저금리 자금조달과 기술 인력 지원을 통해 꾸준한 원전 산업 육성과 수출을 독려해야 한다.

원전은 한번 수출하면 수입국과 약 100년간 부품과 기술 수출이 이뤄지는 국가 핵심사업이다. 범정부차원에서 국내 일감 확보에 총력을 다해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알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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