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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상장 '험난한 여정'…지배구조 개편은 언제쯤?

뉴욕팰리스 부진·롯데건설 유동성 지원…'일본 기업' 꼬리표 뗄 수 있나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2.11.21 18:43:01
[프라임경제]호텔롯데 상장이 2016년 이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면세업과 호텔 등의 본업 실적 만회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뉴욕팰리스호텔의 자금경색 우려 또한 호텔롯데 상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상장을 2016년부터 추진했지만 같은 해 롯데그룹의 비자금 수사로 상장 계획이 철회됐다. 이어 2017년 중국 사드 보복, 2020년 코로나에 따른 실적 악화 등으로 번번이 계획이 미뤄졌다. 

◆매출 80% 차지 면세사업 부진…상장 작업 중단

최근에는 면세점 사업 실적이 바닥을 찍으면서 상장 계획이 또 다시 중단됐다. 

그간 롯데는 호텔롯데의 전체 매출에서 80%가량을 차지하는 면세사업 부진을 상장이 늦춰지는 이유로 꼽아왔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호텔롯데는 호텔부문 실적이 회복됐음에도 면세부문에서만 8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585억원의 적자를 냈다.

롯데호텔 서울 전경. © 롯데호텔


올 3분기 롯데면세점은 매출 1조2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9% 올렸고, 영업이익도 50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으나 IPO 추진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신동빈 롯데 회장과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주도로 인수한 미국 뉴욕팰리스호텔은 지속된 적자로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되면서 모회사의 차입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호텔롯데는 지난 8월 개최한 이사회에서 손자회사인 뉴욕팰리스호텔의 차입금 9052만달러(1212억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제공키로 결정했다. 차입배경은 뉴욕팰리스호텔이 지난해 8월 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조달한 700억원 규모의 부채를 해소하기 위함으로 풀이되고 있다. 

차입으로 호텔롯데가 롯데뉴욕팰리스의 부채에 제공한 지급보증 총액은 8124억원(4억6052만달러+1950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뉴욕팰리스는 2020년 말부터 유동화 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확대하고 있다. 그해 12월 초 원화로 480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총 1600억원을 조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뉴욕팰리스의 실적 부진으로 인한 호텔롯데가 4000억원 이상의 영업외손실을 내고 있다. 아울러 롯데뉴욕팰리스의 사업가치가 낮아짐에 따라 이 회사를 지배하는 롯데호텔홀딩스USA 법인에 최초 출자했던 4665억원 역시 전액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IPO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롯데 입장에서는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의 만성 적자가 IPO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당초 호텔롯데는 IPO 과정에서 롯데뉴욕팰리스 인수를 계기로 한 해외 호텔사업 강화를 강조하려 했다. 주력인 면세업과 함께 호텔업을 투트랙으로 앞세워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단 전략이다. 

이에 대해 호텔롯데 측은 "당분간 차환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라면서 "엔데믹 전환 후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차입금을 자체 상환할 수 있을 수준으로 수익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계열사 롯데건설 유동성 지원...호텔롯데, 롯데칠성음료 보통주 매각

뉴욕팰리스호텔의 부진 외에도 롯데그룹은 내부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롯데건설에 대한 유동성 지원 문제로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잇따라 롯데건설 지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롯데칠성음료는 공시를 통해 호텔롯데가 보유 중인 보통주 7만3450주(2.72%)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호텔롯데 측은 "현금흐름 개선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호텔롯데뿐 아니라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롯데그룹 전체에 영향을 주며 신용등급도 줄줄이 강등되고 있다. 

미국 롯데뉴욕팰리스 호텔. © 롯데호텔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건설과 석유화학 등 특정 계열사들의 자금사정 악화가 지주사는 물론 다른 계열사들까지 연쇄적으로 번져가고 있다"며 롯데지주 등 롯데 계열사 7곳의 신용등급 전망치를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쇼핑, 롯데지주, 롯데케미칼의 등급 전망을,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쇼핑,롯데지주, 롯데렌털, 롯데캐피털의 등급 전망을,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쇼핑, 롯데지주, 롯데오토리스, 롯데물산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려잡았다.

◆지배구조 개편 위해 '상장' 필수

호텔롯데는 최대주주가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지분율 19.07%)인데다 여타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분율이 99.28%에 달하는 등 지분구조가 여전히 일본에 종속돼 있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구주 매출을 통해 일본 계열사들의 지분율을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일본 그룹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신 회장이 장남 신유열 상무와 첫 해외출장을 동행하면서 호텔롯데 IPO에 무게를 실었다.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호텔 대표로 컨설턴트 출신 안세진 전 대표이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안세진 사장의 가장 큰 임무는 호텔롯데 IPO로 알려져 있다. 신동빈 회장이 주도하는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작업이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IPO를 통해 일본 롯데의 지배력을 낮추고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지난 1년간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실적 악화와 IPO 시장 침체, 그룹 차원의 계열사 지원 등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롯데호텔 측은 면세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과 함께 그룹 전체의 실적 등을 모두 고려해 IPO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별도 IPO를 위한 조직이나 계획은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상장은 일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신동빈 회장의 숙원 사업"이라며 "롯데건설 유동성 문제, 면세점 사업의 부진 등으로 IPO를 미루고 있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국내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선 호텔롯데 상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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