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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폐기·생산 중단…백신 개발 동력 위축 우려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추가 주문 없어 생산 잠정 중단"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2.11.28 15:34:31
[프라임경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이하 SK바사)가 개발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이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저조한 접종률과 해외 승인 시기가 늦어지면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SK바사가 백신 생산을 중단하면서 여전히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업계의 백신 개발 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3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완제 생산·공급이 중단된 상태라고 공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6월 스카이코비원의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어 9월엔 정부와 선구매 계약에 따라 1000만 도즈 중 60만 도즈를 초도물량으로 공급했다. 이후 추가 주문이 없자 생산을 잠정 중단한 것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기초 접종(1·2차)을 마친 비율이 100%에 육박한 가운데, 정부가 추가 접종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에 대응해 개발된 개량 백신(2가 백신)으로 단일화하면서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 기반으로 개발된 국산 백신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스카이코비원은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저소득 국가를 타깃으로 삼아 만들었던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이다. 지난 7월 영국 의약품 규제당국(MHRA)에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EUL) 등재 신청 후 승인은 나지 않았다.

실제 9월5일 접종 시작일부터 열흘 간 스카이코비원 누적 접종자는 34명으로 하루 평균 3명에 그쳤고, 같은달 20일부터 추가 접종에도 활용했으나 개량백신 도입이 예고된 시기라 추가 접종 실적 역시 저조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스카이코비원 전체 누적 접종자는 2000여명에 불과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GBP510). © 연합뉴스


게다가 코로나19 엔데믹 분위기가 확산하며 접종률도 낮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 인구 대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1차의 경우 87.9%, 2차는 87.1%에 달했지만 3차는 65.4%로 떨어지더니 4차는 14.4%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점도 스카이코비원의 한계로 지적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시에서 "해외 판매를 위한 글로벌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동절기 추가접종은 2가 백신으로 맞길 권고하며 기존 단가 백신을 활용한 추가 접종은 중단한다"며 "기존 백신은 1.2차 기존 접종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예정인데 이미 많은 국민이 기초접종을 완료한 만큼 기존 백신 활용도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도입된 기존 백신과 아직 도입은 안됐지만 계약이 완료돼 도입 예정인 물량도 개량백신으로 개발·공급되지 않는다면 활용이 매우 제한적이라 폐기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생산 중단에 이어 폐기 위기에 놓인 스카이코비원 백신을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업들에게 임상용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백신 개발 기업들이 비교임상 대상으로 스카이코비원 백신을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유바오로직스는 스카이코비원 백신 활용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원생명과학도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활용할 계획이다. 

스카이코비원은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의 조건부 허가를 받은 뒤 같은 해 9월 정식 허가를 받았다. 그러다 올해 2월 신규 공급을 중단했다.

렉키로나는 초기 바이러스(우한주)를 기반으로 개발됐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대로 중화능이 떨어졌다. 이는 바이러스 무력화 능력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미국 화이자, 머크가 먹는 치료제를 내놓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스카이코비원이 역시 우한주를 기반으로 개발됐고, 화이자와 모더나의 개량백신 공급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상태다.

이번 SK바사의 백신 생산 중단과 폐기 가능성에 여전히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의 개발 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백신 주권을 위한 길'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생산 중단은 국내 바이오산업계에 가져올 더 큰 여파를 '후발 기업들의 백신개발 추진력 저하' 및 이로 인한 '백신 주권 지연'으로 분석했다.

향후 백신 개발 성공 시에도 사업적(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져 국내 기업들의 백신 개발 의욕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향후 또 다른 팬데믹에 대한 국내 대응력이 미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연구개발 성공률이 낮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경제성이 낮은 분야, 특히 보건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는 성공불융자나 지원·구매에 있어 정부차원의 혁신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성공불융자 제도란 정부가 위험을 분담함으로써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외자원개발 등에 적용된다. 장기간이 소요되고 높은 실패위험이 있는 백신 개발에 정부가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백신 개발 성공 시 정부지원금 일부를 회수하되 실패 시에는 회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코로나19 백신은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 큐라티스, 아이진 등이 개발하고 있다. 제넥신과 HK이노엔은 개발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상용화가 되지 못한다면 백신 개발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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