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GTX 사업 둘러싼 지역이기주의 "경제적·사회적 손실만 초래"

은마 추진위 'C 노선 우회안 요구 시위…'제3자 사생활 침해 논란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2.11.29 14:57:51
[프라임경제] 서울과 경기도 주요 지점을 연결하는 초대형 국책사업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Great Train express) 사업'은 부동산 시장에 있어 '태풍의 눈'으로 꼽힌다. 실제 사업 발표 직후 GTX 정차 지역은 가격이 급등할 정도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야기했다. 

하지만 GTX 시작은 교통 불편 해소와 집값 부담 완화가 목적이다. 지하 40~50m에 뚫은 대심도 터널을 100㎞/h대 빠른 속도로 달리면 통근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교통 불편이 해소되고, 굳이 집값 비싼 서울에 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에서 GTX 추진 여부에 따라 수혜지역의 집값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지역이기주의 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GTX 노선을 둘러싸고 일부 지역은 "절대 내 집 아래는 통과 못한다(NIMBY; Not In My Backyard)"며 건설을 방해하는가 하면, 다른 지역은 "반드시 내 집 앞에 정차해야 한다(PIMFY; Please In My Frontyard)"며 결사 투쟁을 외치고 있다. 나아가 본인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일반 주택가에서 시위를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GTX 관련 시위로 건설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사업성이 불투명해지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라며 "이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하루 이용객 100만명을 예상하는 GTX 사업이 지역이기주의에 휩쓸려 안개 속을 걷고 있다"라고 첨언했다. 

이런 상황에 처한 대표 GTX 노선이 C 노선이다. 내년 2분기에 착공해 2028년 1분기 개통 예정으로 수원과 양주를 연결한다. 이 C 노선이 최근 사업지연 위기에 봉착했다.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이 근거 없는 우회안을 요구하면서다.  

당초 GTX-C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하부를 지나는 형태로 계획됐다. 정부가 이런 노선 계획을 공식화하며 사업을 발주했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2021년 6월 정부안을 준용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자신들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주무부처(국토부)와 우선협상대상자(현대건설)가 아닌, 사업과 무관한 시민들을 볼모로 일반 주택가에서 장기간 시위를 지속하며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다. © 독자 제공


하지만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이하 은마 추진위) 일부 주민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 공식 견해와 전문가들 및 시공사 설득도 무시한 채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막무가내로 수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자신들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제3자 피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주무부처(국토부)와 우선협상대상자(현대건설)가 아닌, 사업과 무관한 시민들을 볼모로 일반 주택가에서 장기간 시위를 지속하며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불러오고 있다. 

실제 최대 370여명에 달하는 시위 참여자들이 주거지역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수막과 피켓은 물론, 소음을 유발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주거안정과 사생활을 방해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매일 접하는 거친 비방글과 시위 소리로 스트레스가 극심하고, 자녀 교육에도 악영향을 낳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런 막무가내식 요구로 GTX-C 노선안 확정이 미뤄지면서 설계 등 착공을 위한 제반절차도 여의치 않아 내년 착공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은마 추진위 요구대로 사업이 수정될 경우 발생할 막대한 추가 비용도 상당 부분을 이용자들이 부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GTX-C 사업노선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에서 "GTX-C 관련 모든 안전 문제에 대해 국토부가 책임을 지겠다"라며 "특히 은마아파트 구간 공법은 기존 GTX-A나 한강 터널 등 도심 한가운데를 이미 지나가며 안전성이 검증된 공법"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일방적 선동이 계속된다면 국토부가 행정조사 및 사법적 수단까지 강구할 수 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은마 추진위 행동이 향후 설립될 조합 집행부 결성을 위한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마 재건축 사업은 2002년 추진위 설립됐음에도 각종 난관 때문에 좀처럼 사업 본격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GTX-C 노선이 은마아파트 밑으로 통과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추진위와 비상대책위원회(초이 은마반상회·은마 소유주 협의회)간 내홍으로 후순위로 밀려졌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GTX-C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게 지난달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하면서다. 추진위 지도부 전체 해임과 함께 지난 3월 은마반상회를 필두로 새롭게 결성된 추진위 집행부가 문제제기를 들고 나왔다.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추진위 설립 19년 만에 서울시 재건축 심의를 통과하면서 조합설립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 프라임경제



업계에 따르면 은마 추진위는 조합설립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 조합원 동의를 서둘러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조합설립인가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설립인가를 받은 후에는 조합장을 선출한다. 

업계 관계자는 "은마 추진위는 향후 설립될 조합장 선거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무리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차라리 국토부 등과의 원활한 협의를 통해 차후 재건축 절차에 있어 혜택을 받는 게 재건축 사업 추진에 유리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GTX-C 노선 외에도 2018년 건설에 착수한 GTX-A 노선도 지역 이기주의로 큰 홍역을 치룬 바 있다. 

서울 청담동 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강남구 굴착허가 거부로 이어지면서 공사가 1년여간 사실상 중단됐다. 파주 운정과 동탄을 연결하는 GTX-A 전체 6개 공구 중 청담동이 속한 지역만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 

청담동 주민들은 '대심도 터널을 뚫을 경우 지반 침하와 건물 균열 등으로 거주지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하며 노선 변경을 요구했다. 이에 강남구청이 굴착을 허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선 변경시 지질조사와 설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완공 목표(2023년)를 지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2000억원 이상 공사비가 추가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점차 상황이 심각해지자 해당 시공사 SG레일은 강남구청을 상대로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부당한 굴착허가 거부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이를 해소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2020년 5월 시공사 손을 들어주며 겨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GTX-A 노선은 결과적으로 지역 이기적 요구와 유적 발견 등 여파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2023년이던 완공 시점이 2024년 6월로 늦춰졌다.

전문가들은 "공익을 외면한 무분별한 요구들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다수 시민들이 볼모가 되고 있다"라며 "국책사업이 사적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공익을 우선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