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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난기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오리무중

美 "시간 두고 심사" 입장…필수신고국가 중 1곳이라도 불허 결정 시 합병 무산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2.12.01 16:39:29
[프라임경제]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및 통합 작업이 2년째 표류 중이다. 지난 2020년 11월 인수를 추진해 지난해 6월 말 마무리 짓겠단 당초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인수·통합의 필수 선행조건인 해외 기업결합심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월14일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진행한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 △터키 △대만 △베트남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승인을 받았다. 또 태국의 경우 기업결합 사전심사 대상이 아님을 통보받았다.

임의신고국가의 경우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승인 결정을 받았고, 필리핀은 신고 대상이 아니므로 절차를 종결한다는 의견을 접수했다. 임의신고국은 기업결합신고가 필수는 아니지만, 향후 당국 조사 가능성을 고려해 대한항공이 자발적으로 신고한 국가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4개국으로부터의 승인과 1개국의 협조가 남아있다. 필수신고국가인 △미국 △EU(유럽연합) △중국 △일본과 임의신고국가인 영국 경쟁당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관련 전망이 영국 경쟁당국의 말 한마디에 희비를 오고 갔다. 

영국 경쟁시장청(이CMA)은 지난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한국-영국 노선에 대해 독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독과점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제출하라고 대한항공에 요구했다.

ⓒ 대한항공


이후 영국 CMA는 "대한항공의 제안(시정조치안)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사실상 이들의 승인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놨다. CMA는 향후 시장 의견 등을 수렴한 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최종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CMA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필수 신고국가 중 한 곳인 EU의 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영국은 임의 신고국가지만, 필수 신고국가인 EU와 유사한 항공시장을 갖추고 있어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EU의 승인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U가 앞서 수차례 기업결합심사에서 깐깐한 잣대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일례로 EU는 지난해 캐나다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샛 합병을 승인하지 않았고, 결국 에어캐나다가 인수를 자진 철회하면서 합병은 무산됐다. 한국에서도 올해 초 일부 선박에 대해 독점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도 EU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필수 신고국가 중 어느 한 국가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반대할 경우 두 회사의 기업결합은 결국 무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도 이들의 합병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지난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할 경우 독과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미국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은 일본과 중국에서도 기업결합신고 이후 보충자료를 추가 제출하며 심사를 받고 있다.

ⓒ 아시아나항공


항공업계 관계자는 "필수 신고국가 중 어느 한 곳이라도 합병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다른 국가들의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이를 감안한다면 조만간 공개될 미국의 결정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최대 분수령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양사 통합 무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한항공도 문제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파산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 보다 재무 상황이 나빠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쉽게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이 처음 매물로 나왔을 때보다 작금의 재무 상황이 심상치 않아서다.

2020년 3분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12조838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308%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항공업계 상황이 악화되면서 올해 3분기는 부채 13조7471억원, 부채 비율은 1만298%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자본잠식률도 2020년 3분기 50.18%에서 지난 3분기에는 64.12%로 높아졌다.

물론, 일각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완화로 여행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 개선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자체 생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악화된 재무 상황 대비 여객 회복속도가 더뎌 대규모 자금 투입 없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으로써는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통한 자금유입만이 유일한 살길이다"라며 "만의 하나 합병 무산이 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대규모 실직 사태를 겪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정부의 추가 대책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양사 통합과 관련해 "현재는 플랜 B를 고려하지 않고 있고, 합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라고 선을 그은 탓에, 아직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상황을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가용한 전사적 자원을 총 동원해 해외 기업결합심사에 대응하고 있다.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조속한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5개팀 10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운영, 맞춤형 전략을 시행 중이다.
  
또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진행현황을 총괄할 글로벌 로펌 3개사 △각국 개별국가 심사에 긴밀히 대응하기 위한 로컬 로펌 8개사 △객관성·전문성 확보를 위한 경제 분석업체 3개사 △협상전략 수립 및 정무적 접근을 위한 국가별 전문 자문사 2개사와 계약해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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