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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 공동파업 '목전'…임단협 두고 '동상이몽'

노조 요구 수용 시 연 2500억 추가…적자 누적 등 고정비용 상승 발목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12.02 11:16:25
[프라임경제]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그간 불황을 딛고 지난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목표했던 연간 수주액을 130% 이상 초과 달성하는 등 실적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웬일인지 축배를 들지 못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노조가 사상 첫 공동파업에 나서면서 노사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이들 노사는 올해만 20~30여차례 넘는 교섭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 노조 "이번엔 양보 못해"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 큰 진전이 없을 경우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그간 불황으로 임금이 동결되다시피 했던 만큼 이번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에 지난 11월30일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파업 전운에 불을 지폈다. 오는 6일 공동 파업을 시작으로 점차 파업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동조합이 11월3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현대중공업그룹 글로벌 R&D센터 앞에서 올해 임단협 승리를 위한 공동 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구체적으로 3사 노조는 12월6일 4시간 공동 파업을 벌인 후 7일에는 7시간 동안 차례로 파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13일에는 전 조합원이 무기한 총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 △치과 보철치료비 연 100만원 지원 △부모 육아휴직 시 6개월간 평균 임금 20% 지원 △개인연금 통상임금 3% 지원 △중·고교생 자녀 교육보조금 분기별 40만원 지원 등을 요구한 상태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그룹 전체 실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190척, 228억2000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인 174억4000만 달러의 130.8%를 초과 달성했다. 3분기 조선 3사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그간 누적된 적자 규모가 커 올해 흑자 전환은 안개속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한국조선해양 조선 3사의 누적 영업손실은 △현대중공업 3113억원 △현대미포조선 543억원 △현대삼호중공업 130억원이다. 지난해 약 8000억원 적자와 더불어 올해 실적 회복도 더딘 상황인 셈이다. 내년 조선업계 발주량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사측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사측, 고정비용 상승 따른 위험 부담 고민

사측도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월25일 첫 교섭안을 내놨다. 기본급 8만원 인상을 비롯해 △격려금 300만원 △생산기술직 정년 후 기간제 채용 확대 △퇴직자 최대 2년 추가 근무 △치과 보철료 연 50만원 △주택구매 대출 상환 15년으로 연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노조가 제시한 기본급 14만원 인상에 크게 못 미치면서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노조는 최소 10만원 이상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지부는 기본금 10만원 이하는 받지 않겠다고 천명했지만, 사측은 구성원의 기대를 외면했다"며 "계획한 일정대로 총력 투쟁을 차질 없이 강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도크 모습. ⓒ 현대중공업


현재 노조는 현장 업무부하가 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인력수급조차 되지 않아 사측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상황이다. 업무부하는 곧 안전과도 직결되는 만큼 근로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사측이 근로자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대중공업 노조관계자는 "조선업 기피현상으로 현장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며 "근로환경, 임금 등 처우까지 낮아 어려움이 많다. 인력 유출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본질적인 임금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업계는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 연간 2500억원의 비용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타 산업 대비 업황 등락이 큰 수주 산업에서 고정비용을 대폭 늘리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게 사측의 고민이다. 

나아가 현대중공업은 향후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노조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와 매일 집중 교섭을 진행하며 접점을 찾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조합과 소통해 합의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사가 파업 전 이견을 어디까지 좁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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