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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은마 추진위 집회, 사회적 상당성 결여"

시민 불편 볼모 민폐 시위 '사실상 금지'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2.12.11 11:15:18

서울중앙지법은 은마 추진위 시위에 대해 "집회 또는 시위 및 표현 자유의 정당한 권리행사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 독자 제공


[프라임경제] 결국 사법부가 일방적 주장 관철을 위해 주거지역에서 시민들 불편을 볼모로 진행한 막무가내 시위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부장판사 전보성)는 지난 9일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제기한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등의 주택가 시위에 대해 사생활 보호와 평온을 저해하는 행위 대부분을 금지시켰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이하 은마 추진위) 등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반경 100m 이내에서 마이크 및 확성기 등 음향증폭장치를 사용해 연설·구호 제창·음원 재생 등 방법으로 정의선 회장 명예를 훼손하는 모욕적 발언 또는 유사 주장을 방송하거나 노동가요 재생 등으로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
 
주택가 인근 일반 시민 사생활이 자극적 표현과 무분별한 소음으로 침해되선 안 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정의선 회장 명예를 훼손하거나 GTX 우회 관련 주장 및 유사 취지 현수막 또눈 유인물 등도 부착 또는 게시해선 안 된다. 또 동일한 내용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행위, 현수막 등이 부착된 자동차를 주·정차하거나 운행하는 행위 등도 금지된다.
 
더불어 정의선 회장 자택 반경 250m 이내 또는 은마아파트에서 근거 없는 비방성 문구 등이 기재된 현수막·유인물 등을 게시하고, 피켓 등을 들거나 현수막 등이 부착된 자동차를 주·정차 및 운행하는 행위도 제한된다. 
 
GTX-C 노선 변경 협의 주체가 아닌, 기업인 개인을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집회·시위 및 표현 자유를 넘어선 행위'라는 신청인 측 입장을 사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은마 추진위는 향후 정의선 회장 자택 인근과 은마아파트에 설치한 명예훼손성 표현 및 유사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피켓, 입간판 등은 철거하고, 관련 표현이 부착된 채 주·정차된 자동차도 수거해야 한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 및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이지만, 이는 절대적 자유가 아니고 다른 사람 명예와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없는 자체적 한계가 있다"라며 "개인 또는 단체가 하고자 하는 표현행위가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또는 평온이 고도로 보장될 필요가 있는 개인 주거지 부근에서 집회 또는 시위를 하는 건 정당한 권리행사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라고 평가될 수 있다"라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은마 추진위 시위에 대해 "집회 또는 시위 및 표현 자유의 정당한 권리행사 범위를 넘어 정의선 회장 인격권 등을 침해하고, 정의선 회장 및 인근 시민 사생활의 자유 또는 평온을 침해하는 행위로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시위 장소와 관련해서도 "오로지 사적으로 거주하는 주거지는 이 사건 집회 및 시위 목적과 연관성이 극히 낮고, 정의선 회장 자택 부근에서 시위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개인 거주지는 사생활 자유 및 평온이 고도로 보장돼야 하는 장소라는 취지다.
 
뿐만 아니라 현수막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 정황 뒷받침도 없이 악의적 표현을 사용해 비방하는 것으로, 정의선 회장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기 충분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법원 결정은 소수 주장 관철을 위해 이해당사자가 아닌, 다수 시민들 불편과 고통을 볼모로 주거지에서 진행되는 무분별한 시위에 경종을 울렸다는 게 업계 평가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개인 또는 단체가 시위를 통해 밝히고자 하는 표현 행위 한계를 설정할 땐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즉 '비례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상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 및 인격권도 보호받아야 하는 헌법상 권리라는 것이다.
 
실제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도 집회·시위 권리와 공공 질서간 조화를 목적으로 삼고 있다. 다만 일부 모호한 표현에 따른 제도적 공백으로 다수 불편을 볼모로 한 민폐 시위에 대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개인 행복추구권 및 사생활 평온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이번 법원 결정을 계기로 현행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속적 소음 △반복적 모욕 △악의적 표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다수 일반 시민 사생활 평온권·건강권·학습권·인격권 등에 대한 보호 장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다행히 현재 국회에 발의된 집시법 개정안은 21건에 달한다. 이중 절반은 소음·모욕·표현방식 등 도를 넘는 집회 및 시위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의견을 담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제안 설명과 전문위원 검토 및 보고까지 마친 개정안도 17건에 이른다. 다만 여야가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은마 추진위는 안전성 검증을 거친 국책사업 GTX-C 노선에 대해 안전 문제를 거론, 비용 증가와 공기 지연이 불가피한 노선 수정을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협의 주체가 아닌 기업인 자택 앞 시위를 벌여왔다.
 
이런 은마 추진위 측 민폐 시위를 두고 은마아파트 주민들조차 비판을 숨기지 않는 분위기다.
 
한 주민 커뮤니티에는 최근 "11월말까지 추진위와 국토부, 시공사가 추가 우회안을 내기로 합의하고 기한이 남았음에도 주민 총회를 앞두고 돌연 노조 투쟁 같은 강경 시위를 주택가에서 벌이고 있다"라며 "이런 시위가 은마를 위한 것인지, 다른 목적이 있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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