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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산시, 가덕신공항 공법타령 좀 그만"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2.12.13 15:56:55

 

박형준 부산시장(좌), 홍분표 대구시장(우).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동북아 허브공항은 경북 군위가 빠를 겁니다."

부산시가 가덕신공항 건설 공법을 놓고 저울질하는 사이 추월에 나선 대구시는 관문 공항을 향한 급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확정된 경북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법률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로써 군위군은 내년 7월1일부터 대구시에 편입하게 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생니를 뽑는 심정이었다"라며 뱃속 깊이 절절한 소회를말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의 성공을 위한 출발"이라며, "대구 미래 50년과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연내 국회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홍 시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대구경북신공항특별통과에 대해 "큰 고비는 다 넘겼고 각론 일부와 시기의 문제"라며 "다음 주 중으로 4가지 시 현안을 놓고 대통령실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 시장은 지난 대선 때 대구 한 유세장에서 당시 국민의힘 후보이던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구경북에 재도약을 위해서는 첫째가 TK신공항이다. 제대로 기능하려면 활주로가 3.8킬로 이상이어야 하고, 국비로 지어야 한다"고 불쑥 내뱉았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네 형님, 물론입니다"라고 큰소리로 화답하면서, 유세장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TK는 여전히 윤 대통령에 가장 확실한 콘크리트 지지기반이다. 

부산시, 검증 안 된 '부유식 공항' 매몰…국토부 '공항은 백년대계, 실험적인 공법 안 돼"

이토록 홍준표 대구시가 'TK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데 반해, 박형준 사령탑이 이끄는 부산시 공항 행보는 '신기술(?) 공법논쟁'에 발이 묶인 채 되레 뒷걸음질 치는 모양세다.

논란은 박형준 부산시장이 불씨를 지폈다.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플로팅(부유식) 공항'을 제시하면서다. 

이를 놓고 정치권, 학계, 시민단체 일각에서 "특별법 통과된 게 언젠데 검증도 안 된 공법을 놓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심지어 국토부 관계자들조차 "플로팅 공법은 국토부가 사타를 통해 제시한 완전 해상 매립방식과 상반된다"며,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확실히 지어야 할 공항을 실험적인 공법을 적용해서 짓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박 시장은 지난 5월17일에 "신공항을 제때 완공하려면 신공법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플로팅공항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5월3일에는 "공항건설 분야의 국내 최고 기술력을 가진 업체에서 2029년까지 플로팅 방식으로 건설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했다"면서 "(업체로부터)사업비도 10조 원 안팎으로 줄일 수 있다는 안을 받았고 (대통령)인수위에도 제출하였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당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사하구갑)은 "방파제에 접목할까 말까 한 수준의 공법으로 알고 있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부울경 시도민들에게 가했던 희망고문을 또다시 재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국회 국토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임종철 부산대 토목학과 교수는 "일본 고베항에서 플로팅방파제를 쓰려다가 포기한 사례가 있다"며 "바다위 부유식 방파제도 수면에서 2m가량 가라앉는데 항공기가 착륙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최근 부산상의에서 열린 가덕신공항 토론회에서 부유식 공법이 매립보다 공기 단축이나 비용면에서 나을 것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발제자로 나선 박영강 동의대 명예교수는 "2030년 조기 준공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일부 부유식 공법이 환경성을 제외하고, 안전성과 적기준공, 경제성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 못 한다"면서, "외부 모래를 활용한 조기 매립 등 기존 매립식을 통해서라도 공기 단축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덕신공항 국민행동본부 소속 회원들은 지난 3일 가덕도 연대봉에 올라 '부산시,공법타령 그만'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정부와 부산시를 향해 가덕신공항 조기착공을 촉구했다. ⓒ 프라임경제

'부유식 활주로, 프로펠러기 이·착륙 실험 후 철거…세상에 없는 '상상 속 공항'

가덕신공항 국민행동본부(사무총장 강진수) 소속 회원들은 지난 3일 가덕도 연대봉에 올라 "특별법 제정되어 순항할 줄 알았는데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부산시는 실무 행정은 뒷전이고 부유식, 매립식 같은 공법으로 지루한 논쟁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른바 플로팅 공항은 바다 위에 띄워서 짓는 부유식 공법이 적용된다. 일부 해양 조선 공학자들은 기술적 한계는 이미 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 세계를 통틀어 어디에도 없는 상상 속에 공항인게 또 현실이다.

다만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과거 일본에서 시도된 적은 있다. 지난 1998년에 도쿄만 요코스카 항 해상에 길이 1000m, 폭 60~140m 부유식 활주로를 설치하고 64인승 규모 프로펠러 기종으로 이착륙 실험해 성공했다. 

그러나 뒤따라 착륙시도에 나선 일본 JAL항공사 제트여객기는 활주로 위에 바퀴도 닿지 못한 채 상공을 선회하는데 그쳤다. 실험을 위해 당시 우리돈 1300억원을 투입해 지은 인공활주로는 곧 철거됐다. 이후에 조성된 나고야 주부(2005년). 고베(2006년) 등 일본의 모든 해상공항은 전통적인 매립방식을 택했다. 

이 실험을 통해 부유식 활주로를 물 위에 띄울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가덕신공항은 소형항공기 이착륙을 위한 비행장 수준이 아니다. 하루 24시간 매일 수백여 편에 중·대형항공기가 드나드는 동북아 관문 공항이다. 당연히 물류·여객 허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축적된 공법과 빈틈없는 설계로 지어져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보듯 하부공간에는 지하철 등 이동 편의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어야 하고, 상부에는 항공기들이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넓은 계류장도 마련되어야 한다. 배후단지는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박 시장의 말처럼 상상이 실현되는 시대인 건 맞지만, 이를 구현해 낼 정도로 부산에 주어진 신공항시간이 많은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인프라를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로만 보는 접근 방식이 과연 옳은가를 부산시는 곱씹어 보고, 신속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실에 없는 유토피아적인 상상에 빠져 주춤하는 사이에 반도체,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화물로 가득 채운 항공기가 먼저 TK 상공을 날아 오를 경우에, 선점을 하고도 속도전에 밀린 책임을 그땐 누가질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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