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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人터뷰] 김치붕 대치1차현대 리모델링 조합장 "수직증축 활성화 계기"

말뚝 기초 '최초' 2차 안정성 검토 통과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2.12.13 15:26:54

대치1차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조감도. © 대치1차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주택 조합.


[프라임경제] 좀처럼 꺾이지 않는 부동산 시장 하락세에도 불구, 도시정비사업이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신축 아파트 수요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및 재건축 등 사업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다만 재건축 기준 10년 이상 소요되는 사업기간 등 해결할 난관이 적지 않다. 이에 자연스레 리모델링 시장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치1차현대아파트가 수직증축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면서 업계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대치1차현대아파트(이하 대치1차현대)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1990년 준공된 120가구 규모 단지다. 

지난 2017년 8월부터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 대치1차현대는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과 함께 수직증축을 위한 기술개발, 인허가에 지속적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2차 안정성 검토 통과'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이후 국내에서 2차 안정성 검토 통과 단지는 단단한 암반 기반 위에 건설된 송파구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대치1차현대와 같이 말뚝(Pile) 기초로 준공된 아파트로는 최초인 셈. 

대치1차현대는 이번 2차 안정성 검토 통과를 통해 이주 및 착공 일정 계획대로 진행되며, 향후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지하 3층~지상 18층 138세대로 탈바꿈한다. 

이에 본지는 김치붕 대치1차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주택 조합장을 만나 대치1차현대의 뛰어난 사업성과 미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현재까지 발자취를 설명한다면.

"조합은 2009년 2월 설립된 이후 2년 만인 2011년 1월 허가권자로부터 리모델링을 위한 행위허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경기 침체로 리모델링 사업을 중단했다.

그러던 중 부동산 경기도 회복되고 예전에 허용되지 않던 수직증축과 함께 세대수도 증가(기존 세대수 15%)되도록 리모델링 제도가 변경됐다. 이에 따라 2017년 8월 이전 일반 분양이 없는 1대1 리모델링이 아닌, 세대수 증가형 수직증축 방식으로의 추진을 결정했다."

김치붕 조합장. © 대치1차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주택 조합.

-대치1차현대가 수직증축 2호 단지로 선정됐다. 리모델링 시장에 있어 어떤 의미인지.     

"아시다시피 대치1차현대는 송파 성지아파트에 이어 2번째로 2차례 안전성 검토를 통과했다. 송파성지는 지표에 암반이 매우 가까이 있어 암반 위에 기초를 세운 반면 대치1차현대는 말뚝기초로는 처음으로 안전성 검토를 통과했다. 

사실 그동안 말뚝기초 단지가 안전성 검토 통과 사례가 없어  말뚝기초에 대해 부정적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치1차현대가 안전성 검토를 최종 통과하면서 국내 대다수(90% 이상)를 차지하는 말뚝기초 아파트도 수직증축이 가능함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수직증축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실 지금까지 수직증축이 어렵다고 알려지면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다수 단지들이 상대적으로 인허가가 용이한 수평증축을 선호했다. 하지만 용적률이나 구조 등을 감안하면 수직증축이 필요한 단지들은 이번 2차 안전성 검토 통과가 큰 힘이 될 것이다. 

1차 안전진단 'B등급' 단지들은 수직증축이 수평보다 사업성 및 평면 구성 등 건축디자인에 있어 유리한 점이 더 많다. 이에 수직증축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문가 검토를 받아 수직증축 여부를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 

물론 수직증축의 제일 큰 고비는 2차례 안전성 검토다. 이제 대치1차현대가 첫 번째 테이프를 끊은 만큼 향후 말뚝기초 수직증축이 가능한 단지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 수직증축의 벽을 넘을 수 있던 요인을 꼽자면.

"수직증축 통과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튼튼하게 시공된 기초말뚝으로 인해 30년이 지나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던 점, 둘째 수직증축으로 증가하는 건축물 하중을 받아주는 적정한 보강말뚝 시공 계획, 마지막으로 건축·구조·지반·말뚝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시공사 중심으로 '원 팀(One Team)'으로 움직인 점이다. 

특히 분야 전문가들은 공학박사, 또는 업계 20년 이상 종사한 최고 전문가들이다. 자칫 어울리지 않는 이들을 시공사 담당소장이 수시로 소집해 쟁점사항들을 분석하고 조율, 지휘하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능률적 대응이 가능했다.

아울러 조합 집행부는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솔루션(Solution)을 적극 수용하는 등 그야말로 모두가 합심해 전력투구한 결과,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 수직증축을 따내기까지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면.

"1차와 2차 안전성 검토에만 3년6개월이 걸렸다. 이 기간 내 발생한 얘깃거리가 없을 수 없고, 특히 1차 통과 후 한창 2차가 진행 중일 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당시 인근 일부 부동산에서는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방문객들에게 '수직증축 불가'라고 오안내하면서 일부 조합원들이 동요하기도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수직증축이 안되니 지금이라도 수평증축으로 바꿔 추진하라'고 1시간 이상 논쟁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우리는 2차 안전성 검토를 위해 기술적 쟁점사항에 대해 직접 말뚝 관련 재하시험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실증 분석 자료를 제시하고 관련 교수님들의 자문을 구하는 등 전문기관에서 제기한 사항들을 차근히 풀어 나갔다.

다행히도 이젠 만나는 조합원들이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치1차현대아파트. © 대치1차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주택 조합.


- 그동안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어려웠던 이유는.

"수직증축이 가능해진 2014년 직후 다수 아파트들이 수직증축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대부분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한 채 중도 포기, 수평증축 또는 가로정비사업으로 변경했다. 

이처럼 수직증축이 난항을 겪는 건 공동주택 구조 안전성에 대한 기관 요구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수직증축사례가 거의 없어 건설용역업계 노하우 역시 턱 없이 부족한 게 주된 요인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대치1차현대가 말뚝기초 안전성 검토 최종 통과 선례를 만든 만큼 향후 수직증축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수직증축 장점은.

"수직증축 방식을 추진하는 이유는 수평증축과 비교해 사업성과 건물디자인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무척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1차례 안전진단 이후 건축심의를 받고 리모델링 허가를 받으면 되는 수평증축과 달리 허가 전 별도로 2차례에 걸친 전문기관 안전성 검토를 거쳐야 하고, 철거 이후에도 2차 안전진단을 추가해야 하는 고난도 프로세스다. 

하지만 2~3개층 추가로 올릴 수 있어 기존 건물과 조화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기존 건물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별동으로 증축하는 부조화를 없앨 수 있어 주변 건물 미관과도 어울릴 수 있다."

- 대치1차현대 가치를 설명한다면.

"대치1차현대는 국내 최고 교육특구에 자리 잡고 있다. 인근에 휘문고와 같은 유수 명문학교가 즐비하며 전국 최고 학원가를 형성하고 있어 교육열이 높은 중년층 세대가 전입을 원하는 1순위 지역이다. 
 
또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완공(2028년)시 '국내 최대 업무·상업·문화 중심지'로 탈바꿈할 수 있다. '개발사업 중심지' 삼성역과 인접한 대치1차현대는 직접 수혜지역에 해당되는 뛰어난 입지를 자랑한다."

- 직접 체감한 리모델링 제도 문제가 있다면. 

"현재 서울 등 대도시 주택 공급은 택지 조성 한계 등 문제로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집중 추진하고 있으며, 당국 정책 역시 재건축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건설된 아파트는 용적률 250% 이상으로, 사실상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획기적인 용적률 상향 조정 없인 리모델링 외에는 대안이 없다. 

반면 리모델링 사업은 주거 환경 개선 이외에도 기존 세대수 15%까지 확대할 수 있는 '주택 공급 대안'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준공된 아파트는 구조 안전성에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으며, 국내 건축기술도 선진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더욱이 자원 재활용측면에서 활용성이 높다는 점에서 수직증축을 비롯한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당국 차원 전향적 정책과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 향후 계획과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수직증축을 위해 지난 5년간 조합 집행부를 신뢰하면서 참고 기다린 조합원들에게 감사드린다. 

현재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인해 부동산경기가 침체되고 공사비가 급격히 상승한 데 이어 이주비대출 금리도 높게 형성되면서 조합원 부담이 당초 예상보다 커지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하지만 경제는 경기 변동사이클에 따라 하강 이후 회복 국면이 도래하기 마련이다. 

지금과 같은 경기 하강국면에 리모델링사업 중단보단 완급을 조절하면서 경기 회복기에 일반분양과 입주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쉼 없이 차근차근 처리할 계획이다. 너무 염려하지 말고 지켜보길 부탁드린다."

 대치1차현대 사업 추진 경과

-2009년 2월 6일 대치1차현대아파트 리모델링주택조합 설립인가(강남구청)
-2011년 1월11일 리모델링사업을 위한 행위허가(강남구청)
-2011년 5월 7일 사업중단 결정(조합원 총회)
-2017년 8월19일 세대수 증가형 수직증축으로 사업재개 결정
-2020년 2월14일 1차안전성검토 통과(국토안전관리원)
-2020년 3월25일 건축심의 통과(강남구청)
-2022년10월14일 2차안전성검토 통과(국토안전관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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