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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입주민 "추진위 시위가 문제일 뿐, 의도 자체는 이해"

사법부 판결에도 유효한 합리적 의심 "현대건설, 개포주공 시공권 수주 포석"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2.12.14 16:08:37

외벽에 "GTX-C 노선 은마 통과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린 은마아파트.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사법부가 막무가내 시위에 제동을 가하면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이하 은마 추진위)와 현대건설간 마찰이 다소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다만 여전히 문제 소지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후에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는 남았다. 

이번 판결 쟁점은 은마 추진위가 지난달 12일부터 한달여간 정의선 회장 자택 인근 주택가에서 진행한 막무가내식 시위에 대한 정당성이다. 즉 시위가 아닌 추진위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이하 GTX)-C노선 우회' 요청 자체에 대한 합리적 의심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과연 은마 추진위 측의 'GTX-C노선 우회' 요청에 대한 시비를 가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은마아파트(이하 은마) 입주민 사이에서 GTX-C노선이 거론된 건 사업 입찰을 앞둔 지난해 상반기 전후다.

당시 입찰에서 참여한 건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건설사 주축 건설투자자(CI)로, 포스코건설은 신한은행이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 컨소시엄 제안서에 관심이 쏠렸던 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기본계획과는 달리 은마 및 개포주공 등 강남 재건축 단지 우회 노선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은 은마 지하 관통 방안을, GS건설은 은마를 우회해 통과하는 방안을 제안서에 담았다. 컨소시엄별로 은마 통과 방식이 엇갈리는 셈. 

문제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선 GTX-C노선 삼성~양재 구간 계획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는 점이다. 

당초 국토부 발표 노선은 양재역을 출발해 남부순환로를 따라 직진하다가 은마에서 영동대로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노선이 직각으로 꺾이는 형태다. 이에 은마 입주민들은 국토부와 건설사 상대로 '삼성~양재' 구간을 양재천으로의 노선 변경을 요구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양재천으로 우회할 경우 강남 개포동 일대 지하를 지나야 한다. 때문에 이를 우려한 개포동 아파트 입주민들이 은마아파트에 이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나아가 개포주공 일대 조합 등이 재건축 시공권을 볼모로 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 측에 GTX-C노선 사업 불참을 요구했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입찰을 앞두고 은마와 개포주공 5·6·7단지 측에서 안전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했다"라며 "국토부 역시 민간사업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면서 주민들이 사업자를 더욱 압박하기 시작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은마 재건축 시공사' 삼성물산은 은마 측 반발 이유 등으로 입찰참여를 포기, 또 따른 시공사 GS건설은 우회 노선을 제안서에 담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고심 끝에 해당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현대건설은 계획대로 은마는 통과하고, 개포주공 5·6·7단지는 우회하겠다고 제시했다.

물론 GTX-C노선은 지하 60m 이상 대심도 터널 공사로, 발파가 아닌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을 적용한다. 이는 회전 커터에 의해 터널 전단면을 절삭 또는 파쇄해 굴착하는 기계로, 진동과 소음을 저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 역시 지하 구간을 굴착하는 방법이 재래식 화약 발파가 아닌, 기계식 공법이라는 점에소 진동이 적은 '안전한 수준'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더군다나 은마 통과 구간의 경우 기존 GTX-A 및 한강 터널 등 도심 한가운데를 이미 지나가며 안전성이 검증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마 추진위는 물론, 대다수 입주민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은마 입주민은 "추진위 측의 무분별한 시위는 이해할 수 없지만, 의도 자체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은마와 개포주공 모두 안전상 이유로 노선 통과를 반대했지만, 현대건설이 개포주공 입장만 수용했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은마와 달리 아직 시공사 선정 전인 개포주공 5·6·7단지 시공권 수주를 노린 포석"이라고 덧붙였다. 

은마아파트는 20여년 전인 2002년 7월 재건축 사업 시공사로 삼성물산과 LG건설(현 GS건설)을 선정한 바 있다.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이 가능한 지금과 달리 추진위원회 설립 전에도 시공사 선정이 가능했다. 

반면 개포주공 5·6·7단지의 경우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개포주공 5단지는 단독으로, 6·7단지는 통합 재건축을 진행하며 이들 모두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 역시 "어차피 은마 재건축 시공권은 삼성물산과 GS건설이 공동으로 갖고 있는 만큼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수주전이 남은 개포주공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군다나 현대건설의 경우 개포동 일대에서 이미 △디에이치 아너힐즈 △개포 디에이치 자이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3개 재건축 사업을 수주해 분양까지 마친 만큼 5~7단지 역시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은마 추진위와 현대건설간 마찰은 사법부 판결로 인해 잠시 주춤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갈등의 소지는 남아 있는 만큼 향후 마찰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과연 현대건설이 은마 추진위 등 은마 이해관계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GTX-C노선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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