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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가슴 답답한 이유'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2.12.15 16:22:15
[프라임경제] 지난 10월21일 SGC이테크건설의 물류 센터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세 명이 추락사로 사망했다. 그런데 이런 건설사고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건설업 사망자는 292명으로 전체 산업 사망자 수의 25.6%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이러한 사고를 줄이고자 시행된 게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중대 재해를 일으킨 업체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오너일가의 책임 회피는 이전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번에도 그렇다. 물류센터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노동자와 관련한 SGC이테크건설 오너일가의 대응은 시작부터 끝까지 무책임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실제 회사를 소유한 오너일가의 이복영 대표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고, 사과문 발표 현장에서도 볼 수 없었다. 반면 오너일가가 아닌 안찬규 대표는 어떠한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전히 뒤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책임지는 이는 없다. 

그래서 올해 식자(識者)들이 선정한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가 가슴에 더 와 닿는다. 논어의 '위령공편'에 등장하는 말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이 바로 잘못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는데서 나왔다. 

2001년부터 교수신문이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식자들의 눈을 통해 본 시대정신과 국정 상황을 명확하게 비춰왔다. 올해에는 '과이불개' 외에도 '욕개미창(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 '누란지위(계란을 쌓은 듯 위태로운 형상)', '문과수비(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미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 '군맹무상(눈먼 자들이 코끼리 만지듯 좁은 소견으로 사물을 그릇 판단한다)' 등이 선정됐다. 모두 리더십의 거짓과 사회 구조적 문제의 심화를 비판하는 사자성어다. 

비단 건설현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10월 말에는 꽃다운 청춘들의 눈물과 안타까움을 더한 참사가 있었다. 그런데 책임지는 이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은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했다", "축제가 아닌 주최 측이 없기에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주장하며 당시 사과 한마디 없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소방과 경찰 문제가 아닌, 막을 수 있는 사고가 아니라며 지금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외신을 모아놓고 "통역이 안 들리는데 이에 대한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무엇이냐"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비꼬는 듯한 농담을 던져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진행한 이태원 파출소 탓을 했다.

지도층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많은 논란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은 없다. 야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야당 파괴 공작으로 몰고 가며, 민생은 뒷전이다. 

지도층이 이런데, 누가 나서서 고치려 하겠는가. 공자의 가르침을 모은 '논어'에는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노력을 강조한 구절이 곳곳에 나온다. 학이편 8장에서 공자는 군자는 '잘못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 고쳐라(過則勿憚改)'고 언급한다. 또 제자 안회에 대해 '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르지 않는다(不貳過)'며 칭찬하고 인정했다.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국정 운영에 힘을 받는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민심이다. 민심은 멀리 있지 않다. 잘못을 인정하고 대책을 만들고, 약속을 지키는 것. 신뢰를 얻는다면 민심은 정부에게 힘을 준다.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허물이 있으면서 고치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허물'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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